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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뭐길래?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3일 00시00분    조회: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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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뭐길래?

안상근


우리 민족의 민요  〈아리랑〉은 참으로 ‘이상’한 노래이다.

평소에는 아무리 들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가도 경우나 장소에 따라서는 마음에 세찬 물결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마력이 있으니 말이다.

그 날도 그랬다.

우리 민족의 걸출한 인물이셨던 조남기 장군이 서거한 후 북경에 있는 장군의 저택에서 장남 조건씨를 취재했다. 조건씨가 취재 마지막에 들려준 말이 가슴을 크게 울렸다. 아버지 추도식 마지막 행사로 가족끼리 남았을 때 비감한 추도곡을 멈추고 대신 우리 민족의 민요 〈아리랑〉을 들려드리겠다는 울음 섞인 말 때문이였다.

부친이 생전에 조선민족 민요를 그토록 즐겨했기에 마지막 가시는 길에  〈아리랑〉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 순간 왜인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뭉클해나면서 코마루가 시큰해남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느낌은 나 혼자만이 아니였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문화선전사 김성화 전임사장도 참지 못하고 조건씨를 부둥켜 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왜서일가?

〈아리랑〉이 도대체 뭐길래 우리의 눈물샘을 이토록 자극하고 또 서로를 부둥켜안게 만들고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또 나누고  싶게 만드는 것일가?

〈아리랑〉민요가 내게 주었던 감동은 더 있다.

그것은 상해에서였다. 2016년 4월, 연변부덕팀의 상해상항팀과의 원정경기 때였다. 이날 상해지역을 중심으로 쟝저후(江浙沪)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조선족 축구팬들이 고향팀 응원을 위해 3,000여명이나 경기장에 몰려왔다.

그런데 이날 원정경기관람구의 입장권은 1,000장 밖에 팔지 않아 대부분 조선족 축구팬들은 경기장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경기장 사처에 널려 응원에 힘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연변팀은 0:3으로 상해탄에서 좌절했다. 비록 경기에서는 실패했지만 조선족팬들이 보여준 진한 연변팀 사랑과 민족적인 감정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경기가 끝나서 경기장 상공에 누군가의 선창으로  〈아리랑〉 노래소리가 울려퍼졌을 때 그 노래소리는 점점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합해지면서 격앙스런 〈아리랑〉 대합창으로 울려왔다. 〈아리랑〉의 귀에 익은 선률이 그 넓은 경기장에 울려퍼질 때 그 누구인들 나도 목청껏  〈아리랑〉으로 힘과 열정을 모으는 조선족의 한 성원이라는 자부심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었을가?!

경기장 곳곳에서 연변팀 축구팬들은 핸드폰 불빛을 밝히면서  〈아리랑〉을 열창하고 응원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 나는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고 역시 우리는 멋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변축구팬들의 멋진 모습에 엄지척을 내밀어주던 상해체육장 보안일군의 감탄스런 모습은 역시 우리 민족 〈아리랑〉에 대한 긍정이고 우리 민족 정신에 대한 내심으로 우러나오는 흠모와 찬탄이였을 것이다.

경기장에 흩어진 조선족팬들이  〈아리랑〉으로 하나되여 우리 팀에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줄 때 우리는 역시 합치면 커지고 멋진 민족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알았다.

〈아리랑〉은 삶의 소리, 사랑의 노래이며 극복을 향한 열린 소리이다. 아픔과 기쁨, 갈등과 화해, 어둠과 밝음이 뒤섞인 삶 속에서 부딪치는 현실을 사랑으로 감싸서 부르는 소리와 노래가 바로 〈아리랑〉일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오늘날  〈아리랑〉은 조선족의 피와 살로 민족의 상징으로 되였다. 걸음걸음 피눈물이 고인 천입민족으로부터 이 나라의 건설과 부흥에 마멸할 수 없는 기여를 했고 당당한 이 나라의 일원으로 되기까지 걸어온 모진 세월의 발자취, 우리 민족 〈아리랑〉의 정과 한 그리고 희망과 축복은 우리 민족이 걸어나가는 걸음걸음마다 오래 묵은 술향기처럼 그윽하게 살아숨쉬고 있는 것이 아닐가?!

〈아리랑〉이 뭐길래 이처럼 가슴을 울먹이게 하고 감동시키는지에 대해 알 것 같기도 하다. 이후에도 우리는 더 많은  〈아리랑〉의 장소들을 만나게 될것이고 더 많은  〈아리랑〉의 감동을 느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아리랑〉을 통해 우리가 경우에 따라서는 슬픔을 나누고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뜨겁고 힘있는 응원과 지지를 할 줄 아는 민족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그 많은 곤난과 어려움들을 함께 극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멋진 민족으로 당당히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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