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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관객 5만 돌파한 '샤갈…' 展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마르크 샤갈(1887~1985)이 추구했던 색은 '사랑의 색', 단 한 가지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건 아내 벨라 하나만이 아니었다. 샤갈은 가족과 고향을, 자연과 문학을, 신과 인류를 사랑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자신의 굴곡진 삶을 사랑했다. 지난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샤갈, 러브 앤 라이프'전(展)은 샤갈이 삶과 예술에 쏟았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국립 이스라엘미술관 소장품 중 회화, 판화, 삽화, 태피스트리, 스테인드글라스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개막 한 달도 안 돼 관람객 5만명을 돌파했다.
자화상과 자서전 '나의 인생'에 실린 삽화로 시작되는 전시는 샤갈의 성장 과정과 작품 배경부터 이해하게 해준다.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기도하거나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와 씻는 모습, 어머니의 무덤 등을 묘사한 작품을 보면 샤갈의 사랑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만하다. 고향을 방문했다가 그린 '비테프스크 위에서'는 샤갈의 작품에서 반복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 비테프스크의 하늘을 떠다니는 남성은 고향을 떠나 방랑하는 자신과 유대인을 상징한다.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진 샤갈은 원색뿐 아니라 무채색에도 마술을 부릴 줄 알았다. 판화와 에칭을 통해서다. 그는 성서,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영혼', '라퐁텐의 우화', 아내 벨라의 책에 실린 삽화를 열정적으로 작업했다. 책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게 아니라 그 분위기와 감정을 그림 안에서 표현해냈다. 삽화보다는 글을 곁들인 독립적인 작품에 가깝다.
샤갈의 대표 연작 '연인들'도 볼 수 있다. 아내 벨라에 대한 크나큰 사랑에서 시작된 주제다. 그에게 사랑은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그래서 연인들은 보금자리 같은 꽃다발에 파묻혀 있거나 하늘을 두둥실 날고 있다. 강렬한 색채도 특징이다. 이보다 더 충만한 사랑은 예루살렘 하사다 병원의 유대교 회당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재현한 전시실에서 느낄 수 있다. 샤갈은 '흙이 열에 의해 하늘로 변신한다'면서 1950년대부터 스테인드글라스에 관심을 가졌다.
이 작품은 12개 창문에 야곱의 후손으로 구성된 열두 지파(支派)를 묘사했다. 러시아에서 보낸 유년기의 기억과 자신이 즐겨 그리던 동물, 종교에 대한 헌신까지 한꺼번에 담겨 있다. 당나귀와 비둘기, 올리브 나뭇가지와 와인잔 등을 새겨넣은 창문을 통해 총천연색 빛이 어둠 속으로 쏟아진다. 소박하고도 우아하다. 세상을 구김 없이, 따스하게 바라본 샤갈의 눈빛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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