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사일로 벽화는 앞서 지난 3월에 열린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에서도 본상을 받았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독일 '레드닷'을 빼고 두 곳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독일 iF 어워드와 레드닷 어워드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어 한쪽에서 상을 받으면 다른 대회에서는 배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모두 휩쓴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22층 높이에 이르는 이 벽화는 오래된 흉물이 디자인 명소로 변신하면서 도시 이미지까지 바꾼 선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시와 항만공사는 지난 2017년 거대한 회색빛 콘크리트 구조물로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던 곡물 창고를 공공 미술을 통해 볼거리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년의 제작 기간 동안 22명의 도장·도색 전문 인력이 투입됐고, 전체 도색 면적 2만5000㎡에 이르는 벽화를 제작하는 데 페인트 86만5400L가 쓰였다. 사일로 16개를 책 열여섯 권처럼 보이게 색을 입혔다. 이야기도 담았다. 한 소년이 곡물과 함께 책 안으로 들어가 순수한 유년 시절을 지나 역경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장면을 표현했다.
시와 항만공사는 곡물 저장고 벽화가 명물이 돼 인근 월미도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 개통하는 월미바다열차를 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이 곡물 저장고 벽화다. 탑승객들을 위한 열차 내 안내 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벽화를 스크린 삼아서 LED 조명을 비춰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영상을 표현하는 '미디어파사드'도 향후 계획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남봉현 사장은 "벽화가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에서 잇따라 수상하면서 인천항의 새로운 변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내항의 낡은 항만 시설을 공공 미술을 통해 변모시켜 항만 재개발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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