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석양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아래에 천여개의 크고 작은 초롱들이 뿜어내는 령롱한 불빛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강변산책로 그리고 어디서부턴가 울려펴지는 흥겨운 가락에 이끌려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 지난 26일 저녁, 신축년 정월대보름 맞이 축제를 앞둔 룡정시 강변시민공원의 모습이다.
정월대보름은 설,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룡정시정부가 주최한 ‘보름 경축, 새봄 맞이’ 주제의 이번 행사는 시민들의 화합과 소통을 통해 사회의 발전과 안녕을 도모하고 전통문화를 선양하는 데 그 취지를 뒀다.
행사 시작 전부터 광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온 룡정사람들이 다 여기에 모인 것 같구만.” 누군가의 감탄의 말 처럼 인산인해이다. 광장 한복판에는 솔잎과 나무들을 모아서 쌓은 2층집 높이만한 달집이 준비돼있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각자의 소망이 담긴 쪽지를 달집 속에 끼워넣는다.
정시가 되자 달집을 태우며 제액초복을 기원하는 달맞이제사가 시작됐다. 달집 앞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삼배를 올린 후 “셋, 둘, 하나” 시민들이 일제히 웨치는 초읽기에 맞춰 룡정시 당위 부서기이며 시장인 권대걸이 달집에 불을 붙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활활 타오르는 달집의 모습에 시민들의 환성이 터지고 울려펴지는 농악에 맞춰 대동놀이인 강강수월래가 이어졌다. 어떤 이는 타오르는 달집 주위를 돌며 흥겹게 춤을 추고 어떤 이는 솟아오른 불길을 향해 새해 소원을 빌기도 했다.
“올해는 꼭 코로나를 떨쳐버릴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모두의 바람이니까요.” 어린 동생의 손을 꼭 잡고 나온 애돼보이는 한 녀학생의 기특한 소원이다.
달집태우기가 끝나자 룡정시도서관에서 조직한 ‘초롱퀴즈 맞추기’가 진행됐다. 룡정시도서관 관장 임선화는 “총 1500개의 초롱과 퀴즈를 준비했다. 그중 당 창건 100돐에 관한 퀴즈가 1000개를 차지하는데 퀴즈풀이를 통해 대중들과 함께 당의 찬란한 려정을 되새겨보는 의미를 가지려 한다.”고 활동기획의 의미를 설명했다.
주최측이 가장 공들여 준비한 꽃불놀이가 밤축제의 대미를 제대로 장식했다. 행사 진행자의 신호와 함께 얼음강판에 미리 준비했던 폭죽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르며 삽시간에 주변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구경군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불꽃을 촬영하며 환호를 터뜨렸다. “역시 다 같이 즐기기에 꽃불만한 게 없네요.” 어린 아들을 목마 태운 채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한 남성이 이같이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맞장구를 친다. 꽃불놀이는 30분간 지속되며 모두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물했다. 깊어가는 겨울의 밤, 은은한 달빛 아래 아름다운 야간경관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연변일보 글·사진 리현준 기자
편집디자인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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