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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작가는 독자 영혼 전율케 해야”
조글로미디어(ZOGLO) 2013년10월5일 09시09분    조회: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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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작가가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한이 많고, 슬프고, 괴로운 일을 많이 겪은 민족이기 때문에, 작가는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써야 할 필연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한국문학의 거장’ 조정래(70)와 서울 시내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났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길로 나섰을 때는 비가 추적이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도 그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한 사람이 여럿이었다. 이 가을, 그의 소설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정글만리’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소설을 제치고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달린다. 중국을 무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최하층 농민공(농촌 출신의 도시노동자)의 애환과 세계 각국 비즈니스맨들의 생존전략을 대비시킨 구성 위에 독자를 끌고 가는 아찔한 속도감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주말에 다 독파했다!”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다”는 얘기가 기자들 주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다. ‘정글만리’는 이미 50만 부를 돌파했고, 100만 부 돌파도 머지않아 보인다. 조 작가는 전방위적 자료조사와 2년여에 걸친 현지답사 후 일분일초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정력을 쏟아부었다. 올해 1월 10일부터 7월 7일까지 6개월 만에 3권을 단숨에 써내려갔다. 중국 내부를 세세히 들여다보는 듯한 묘사와 강렬한 서사의 힘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책의 속도감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정글만리’는 1권부터 3권까지 전권이 모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놀라운 힘을 뿜어내고 있다.

조 작가와의 인터뷰는, 9월 10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의 첫 만남 후 조 작가가 중국을 다녀온 직후인 9월 25일에 두 번째 만남으로 이어졌다. 조 작가는 “‘정글만리’의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번역판 출간을 검토 중이며, 그 일 때문에 중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씩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제3국의 작가가 중국에 대해 쓴 것이어서 중국인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중국에서 ‘정글만리’ 짝퉁이 나오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짝퉁 책이 나오면 어떤 건지 구해볼 것입니다.”

―‘정글만리’는 독자들을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한복판으로 데려갑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이 책만 읽으면 밤 문화까지 포함해서 중국에 대해 중급과정은 뗀 셈”이라고 하던데요. 소설 집필에서 취재의 비중이 어느 정도입니까.

“내 소설은 취재가 절반입니다. 시대적 배경이 필요 없는 연애소설이나 SF소설이라면 취재가 별 필요 없지만, 제 소설은 시대 배경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실을 철저히 조사합니다. 사실을 조사하지 않으면 왜곡을 피할 수 없죠. 심층취재 전에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공부했어요. 5∼6년 전부터 노트 90권에 빼곡하게 담았고 500∼600페이지에 이르는 중국 관련 책 80여 권을 독파했습니다. 그 가운데 다시 중요한 책을 골라내서 포스트잇을 붙여 가면서 입시공부하듯 분석했어요. 그걸 기초로 삼아 격동의 근현대사까지 포괄하는 중국 통사를 다 읽고 정리했습니다. 그다음 현장취재를 여러 차례 했지요. ‘정글만리’에 드러나는 중국의 풍습, 기질, 그들의 의식은 그 결과입니다. 인터넷에 연재할 때 중국 주재원들이 ‘너무 실감 난다. 우리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반응을 보였어요. ‘모든 것이 새로워져야 한다’는 각오로 파고드는 작가의 노력이죠. 영감이란 끝없이 축적된 사고의 발화라고 봅니다. 상투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싸움은 필연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감동할 만큼 노력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대하소설 무대를 중국으로 한 이유는, 현시점에 중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중국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주제와 구상에는 이유가 있지요. 한·중 수교 20년의 경험에 기댄 한국의 중국 인식에는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오해가 많습니다. 중국은 ‘짝퉁, 가짜의 천국이다’ ‘중국인은 게으르다’ ‘지저분하다’ 정도의 고정관념이나 일방 통념으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역사는 방대하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스쳐 지나간 도식화된 상식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요.”

―‘정글만리’의 빠른 전개와 유니크한 문체가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는데요.

“자료만 나열하면 역사가 되고, 현실만 말하면 논픽션이 됩니다. 소설을 쓸 때 무한한 노력, 영혼의 칼을 계속 갈고닦는 연마의 과정이 필요한 이유지요. 그래서 저에게 고마운 건 ‘대하소설 한강을 읽을 때 뒤로 갈수록 소설을 아껴서 읽었다’는 독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라디오, 영화, TV, 스마트폰 등 다매체 시대의 대중들은 문화 접촉을 할 때 재미가 없으면 즉시 돌립니다. 돌리는 데 1초도 안 걸리죠. 자본주의 사회 문명인 TV 습관에 젖은 독자의 관심을 붙들기 위해, 작가는 자신에 대한 철두철미한 통제와 치열한 노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장면 이동을 TV만큼 빠르게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주입시키죠. 재미없고 지루하면 독자들은 던져버리니까요. 작가가 쉽게 쓰면 독자에겐 어렵습니다. 가장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춘원 이광수가 친일 행적으로 욕을 많이 먹지만 걸리는 데가 없이 물 흘러가듯 쉬운 단어로 문장을 만든 점, 고어투를 벗고 현재진행형, 과거형 등을 정확하게 사용한 점 때문에 높이 사는 것 아닙니까. 작가에게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자신의 작품을 전달해야 하는 소명이 있지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의미를 전달할 때, 글의 테크닉을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가는 모든 작가에게 주어진 짐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면.

“내 생활은 먹고 자고 쓰고의 연속입니다. 쓸 때는 기계가 돌아가는 식으로 철저하게 매달립니다. 하루에 쓰는 일정량을 정해 놓아요.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을 쓸 때는 하루 35장씩을 썼지요. 지금은 늙어서 그 분량이 줄었지만, 25장은 반드시 쓰고 나야 잠자리에 드는 것이 습관화됐어요. 글을 쓸 때 밀착해서 긴장을 유지하는 방법을 채택하면, 몸은 고통스럽지요. 술도 안 마시고 사람도 일절 안 만나게 됩니다. 술을 마시면 그날 못 써서 35장이 날아가고, 그 다음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못 쓰고, 3일째 되는 날은 회복하느라 못 쓰게 됩니다. 단숨에 100장이 날아가버리죠. 10번 술을 마시면 1000장이 날아갑니다. 글 쓰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책이 나온 뒤에는 독자와의 싸움입니다. 일상에 지치고 자기 일에 지치고 사회생활로 무관심해진 영혼들을 일깨워 책을 읽게 만들고, 영혼 속에 아로새겨져 오래오래 영혼의 전율에 떨게 만들려면 작가는 독자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시민이 8시간 노동을 한다면, 영혼을 깨워야 하는 작가는 그 배인 16시간을 매달려야 합니다.”

―‘정글만리’에서 산재 보상을 제대로 못 받은 농민공이 자살하는 장면은, 마치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의 분신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러한 장면 처리에 숨겨진 뜻이 있습니까.

“그것은 상징과 표상입니다. 그것은 한 농민공을 처리해버린 현실이면서, 동시에 중국에서 민주화 투쟁을 하다 단절돼 존재가 없어진 모든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완전히 통제되는 중국 사회를 상징하는 장면이지요. 지식인의 생각은 먼저 가 있지만 민중들은 따라가지 못하니, 민주화 투쟁이 민중과 접목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중국 민주화 투쟁은 앞으로도 참 힘들겠다’는 것을 상징하는 대목입니다. 우리의 과거와 대비시켜 보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열 몇 시간 노동을 해도 야근비도 못 받았던 한국의 과거 노동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니까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자본주의 사회의 미덕이 되어야 합니다.”

―현 정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 시대의 최대 과제가 뭐라고 보는지요.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봅니다. 이명박정부 때 전혀 이뤄진 것이 없습니다. 이 정부 들어서 최근 3개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렸어요. 비정규직들이 똑같이 일하고 반만 받으면 ‘내가 인간인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이는 사회불안 요인입니다. 이 문제와 함께 남북관계 회복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이제 7개월밖에 안 돼 평가할 시기가 아니죠. 국가를 위해서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언론도 나쁜 것과 좋은 것을 지적해 비판과 긍정을 함께 해주어야 합니다.”

―통일이 되면 한국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당연합니다. 지금 중국은 한국을 ‘강소국’이라고 부르지요. 한국의 힘을 보세요. 무역 분야는 이미 선진국권이고, 체육 부문도 못하는 운동이 없지요. 저를 만난 중국인들은 제가 작가니까 물어봐요. ‘한국이 어떤 민족인지 모르겠다. 중국 14억 인구로도 안 되는 걸 한국은 어떻게 척척 하느냐’는 겁니다. 통일이 되면 한국 인구가 8000만 명입니다. 어마어마한 잠재력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잘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할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이 껑충 뛰고, 한국은 금방 세계 5∼6대 강국으로 올라설 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통일은 한민족에게 ‘행운의 열쇠’가 될 겁니다.”

―세계적 붐을 일으킨 가수 싸이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김구 선생이 국가를 건설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힘센 나라, 무력이 강한 나라를 원치 않는다. 문화의 힘이 센 문화 대국을 원한다’고 했지요. ‘싸이 현상’은 한국 문화의 힘이며 이런 현상은 문화인프라 덕입니다. 문화대국의 시대가 온 거예요. 중국에서 한류가 대단하고, 아프리카, 중남미 등 TV 시장도 한국 드라마가 장악하고 있어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드는 나라지만 세계적 영화제에서 상을 못 받고 있는데 한국 영화계는 칸·베니스·베를린영화제에서 잇단 낭보를 올리고 있습니다.”

―차기작은 어떤 작품입니까.

“파탄에 빠진 교육 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2년 후쯤 낼 예정입니다. 청소년 세대와 그들을 압박하는 부모 세대가 같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 실태를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교육을 칭찬했지요. 한국 주부들은 점점 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가 20조 원인데 유학비까지 포함하면 상상도 못하는 돈이 들어가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삼박자로 맞춰져야 서울대를 보낼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말입니까.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뜻이죠.”

―연령대별로 적합한 교육 모형이 있는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한국 교육의 문제 아닙니까.

“열 살 때의 교육, 스무 살 때의 교육과 인생이 있는 겁니다. 그 연령시기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중1 학생에게 고2 수학 선행교육을 강요하는 건 안 됩니다. 돈 있는 집 자녀들은 선행학습을 하는데, 돈 없는 절대 다수는 그것을 못합니다. 열 다섯 살 때에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세계 수백 명의 학자들이 연구해서 학년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운동의 자유, 정서의 자유, 독서 시간을 다 빼앗아 버려요. 우리 교육은 황폐하죠. 지옥이에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고, 행복지수는 꼴찌입니다. 그 자살의 절반이 미성년자입니다. 몇 년 전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중학생이 가족들이 자고 있는 집에 불을 질러 4명의 가족이 죽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부모가 판검사가 되라고 강요했다고 하는데 참 가슴 아픈 사건이었어요. 이 사건 후 교육을 바꾸자는 사회운동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잠잠해지더군요. 이것만이 극단적 사건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계속 죽어가요.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합니까.”

―학생들의 독서력과 창의력이 감소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책과 신문 등 활자매체의 무게감과 질감이 있는데, 지금 독자들은 인터넷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서 봅니다. 인터넷 자료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또한 부모가 자녀에게 왜 쓸데없는 책을 읽느냐고 윽박지르는 교육이 문젭니다. 천재는 두 종류예요. 하나는 특출한 재능과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 또 하나는 평생에 걸쳐 수많은 독서를 한 사람입니다. 만화도 건전한 것이 많아요.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 20권으로 조선왕조 500년을 알 수 있어요. 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술대학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물감 대줄 돈이 없다’고 해서 포기했었지요. 지금도 취재노트에 그림을 그려요.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것은 그림으로 그리죠. 내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영상이 명료하게 떠올라야 실감을 하고, 감동이 있잖아요.”

―역사 문제에 천착해 왔는데, 우리 역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누구보다 실감하겠습니다.

“수난으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비참한 역사를 알아야 그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방송에서 기자가 중학생에게 3·1절과 8·15에 대해 묻자, 학생이 3점 1절, 8점 15절로 읽더군요. 역사교육을 등한시한 결과가 이처럼 심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소설의 역할은 수난의 역사를 계속 추체험(다른 사람 체험을 자기 체험처럼 느끼는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탐구하지 않으면 대작이 나올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기업들이 문학 분야를 적극 지원하지요. 한국의 실태를 어떻게 봅니까.

“기업들은 소비자와 공생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자기들만 잘했다고 하는 것은 천박한 사고방식입니다.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매운동이지요. 중국에서는 프랑스가 대만에 무기를 팔자 프랑스계 할인매장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져 엄청난 타격을 받았지요. 중국과 일본 간 영토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바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지요. 우리 기업들도 매출의 10분의 1이 아니라 100분의 1이라도 사회를 위해 환원해야 합니다. 한 나라의 존재는 기업의 힘뿐 아니라 문화의 힘이 받쳐주어야 합니다. 기업들이 문화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일본 작가들에 대한 지원은 유명해요. 미국 할리우드의 파워나 과학의 힘을 따져보아도, 그 발원지는 문학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기업들이 작가 등에 대해 5년, 10년간씩 지원을 하지만 무엇을 창작하건 간섭하지 않습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에요.”

―작가로서의 철학과 신조를 말씀해 준다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뒤 ‘죽음이 보일 때까지 노력하면 이뤄지지 않는 일이 없다’입니다. ‘아리랑’을 중간쯤 썼을 때입니다. ‘태백산맥’에서 쓴 표현이 누적되고, 체력은 자꾸 떨어지고, 새벽 2∼3시에 잠이 드는데 온몸이 조각조각 깨지는 듯한 통증이 왔어요. 더 깨어져 가루가 돼 날아가는 것 같은 혼몽한 상태 속에 잠이 들고, ‘내일 아침에는 못 일어나지’ ‘이대로 죽지’ 하는 생각을 수백 번 되풀이하면서 ‘아리랑’과 ‘한강’을 썼습니다. SBS TV의 ‘생활의 달인’은 ‘아무리 사소한 일도 최선을 다하면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일부러 챙겨서 봅니다. 신문배달 달인 프로그램을 봤는데, 아파트 2층의 문 앞이건 식당 앞이건, 오토바이를 타고 신문을 던지는 족족 다 들어가요. 자동차 세차 기술의 달인, 타이어 쌓기 달인, 라이터 불량품을 족집게처럼 찾아내는 달인 등을 보면 신기(神技)의 수준입니다.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 영혼을 감동시키려면 작가는 그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며, 몰두를 하고 집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써야 합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자기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면서 달려가는 삶이 너무 가혹하지 않으냐’고 묻자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인생이란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하면서 달려가는 노정입니다. 가혹한가요? 이런 표현은 어떨까요? 인생이라는 것은 두 개의 돌덩어리를 바꿔 가며 건너가는 징검다리다. 내가 정의하는 인생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이며 물결이 아무리 거세도 결국 혼자 헤쳐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삶에서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은 부차적인 것이지요. 그렇게 생각하기에 지금도 사전을 계속 찾고, 읽고, 메모하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항상 바꿔 가야 하니까요.”

문화일보 인터뷰=예진수 문화부장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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