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직후 함박눈의 축복속에 《연변일보》정례행사 해란강문학상시상식을 맞게 되여 심사위원들은 감회가 새롭다. 이번 시상은 또한 민족경제문화 부흥에 기여가 많은 길림성조선족경제과학기술진흥총회의 후원으로 이뤄져 설중송탄의 훈훈함을 더해주고있다
이런 기분에 걸맞게 2014년 해란강문학상 당선작들은 탐스러운 편이다. 신진의 약진이 유표하고 기성작가들의 탐구가 줄기차다.
심사위원들은 우선 소설적인 함축미가 돋보이고 현실비판의 안목이 예리한 환지(필명)의 단편소설 “크로노스의 시간”에 주목하면서 이 작품을 해란강문학상 대상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쉽게 의견일치를 보았다.
당(当)소설은 주인공의 그리스신화에 대한 심취와 집념이라는 상징적장치와 더불어 현실의 부조리, 즉 물질적추구와 정신적추구의 비대칭적상황을 그리스신화 인물이자 그리스철학의 두 시간개념인 크로노스(물리적이고 타률적인 시간, 죽음의 신을 뜻함)와 카이로스(정신적이고 자률적인 시간, 기회의 신을 뜻함)에 련계시켜 인간 소외, 륜리 추락, 애정 실종의 황당극같은 가족관계의 라상(裸像)을 극명하게 조명함으로써 독자의 사고를 유발하고있다. 정신적인 동경이 거세된 “도저히 설명이 안되고” “리해범위 바깥에서 겉도는” 황페한 가족풍경의 서사를 통해 물질적천국이 정신적지옥일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이 소설은 죽음의 슬픈 결말로 외면되기 쉬운 정신가치를 애타게 부른다. 생활모사에 머무는식의 여타 작품들과는 달리 간결하되 충격적인 여운을 남기는 리유이다.
해란강문학상 수필당선작 김정권의 “북대시장거리”는 질펀한 유머감각을 구사한 장터소나타로 읽혀진다.
엄숙과 단정함을 내려놓은 방자한 필치의 수필은 핍진한 의인화의 재치를 한껏 발휘하면서 각박한 삶에 지친 독자의 마음의 탕개를 풀어놓는다. 인간의 원초적인 삶의 현장인 재래시장은 비록 도시개발로 인해 기억속 풍경으로 사라질 소지가 없지 않지만 이 수필처럼 백화점 고정가격의 랭담함과 구별되는, 흥정이 가격인 소통의 동네, 그 혼돈속의 질서와 물건속의 정감과 잡다함속의 사람냄새를 발굴하고 찬미하는것은 작가고유의 소명일것이다.
해란강문학상 시당선작 최화길의 “나의 시”(외2수)는 진정의 순수과 상상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읊어낸 시인고유의 개성적인 시 선언이다.
높고 넓고 깨끗한 시의 영원성을 갈망하는대신 내면의 내공쌓기, 정열의 연소를 흔쾌히 짊어지는 웅심과 겸허, 정열과 기다림의 변증법적인 시상이 신선하게 안겨오는 수작이다.
역시 해란강문학상 시당선작 리성비의 “겨울해”(외5수)는 자연, 동물이 주색조인 풍경화이다.
그중 단시 “겨울해”는 수림과 짐승들과 어울려 한폭의 수묵화를 남기였고 “가족”은 황소사랑의 만가를 부른다. “북두칠성”은 일곱마리 까치로 일변하여 “끝없는 생사의 길”을 간다. 자연만물과의 대화, 자연과 인간사와의 합일을 이뤄내는 시인의 솜씨가 자유자재하고 그속을 관통하는 끈끈한 향토애와 자애의 시선이 시적인 친화력을 낳고있다.
소로우의 말처럼 “가장 커다란 소득과 가치는 제대로 평가되는 일이 가장 드물다. 우리는 그러한것들이 정말 존재하는지 곧잘 의심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쉽사리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것들이야말로 최고의 실체인것이다.” 소란스런 현대생활의 장터에서 하늘의 별을 우러르며 살고 만질수도 먹을수도 없는 정신의 “작은 별가루”나 “무지개의 한쪼각”을 “최고의 실체”로 알고 깊이 파고드는 우리 기성작가시인들의 정진에 경의를 표하며, 고달픈 일상을 살면서도 여러 일간지와 문학지에 중단편소설들을 상재하며 활약상을 보이고있는 신진작가 환지의 본격적인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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