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를 새롭게 넓혀서 보자"는 연구서들이 나란히 나왔다. 조동일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문학사는 어디로'(지식산업사)를 최근 출간한 데 이어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문학과 지성사)을 냈다.
조동일 교수는 '한국문학통사'(전 6권)를 낸 국문학계의 거봉(巨峯)으로, '동아시아 문학사 비교론' 등의 저서를 통해 국문학사를 동아시아 문명권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종회 교수는 현장 비평가로 활동하면서도 북한 문학과 해외 동포 문학을 연구해 '한민족 문화권의 문학' 등을 펴내며 분단 이후 우리 문학의 범위를 한민족 공동체 차원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조 교수는 '문학사는 어디로'를 통해 유럽과 미국,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사를 두루 살피며 각 문화권의 문학 연구자들이 자국(自國) 문학사 중심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했다. 한국 문학사의 범위를 넘어선 '광역(廣域)문학사'를 내다봐야 한다는 것. 그는 또, 한국·중국·일본 학자들이 모여 한문학(漢文學)사에서 출발해 현대의 자국어(自國語)도 다룬 '동아시아 문학사'를 공동 연구하고 집필하자고 제안했다. 각국의 건국 신화가 지닌 공통점을 비롯해 대장경(大藏經)을 매개로 한 문화 교류, 각국 한시(漢詩)의 차이, 중국 고전 소설의 번역 과정 등을 다룰 수 있고, 각자 언어로 된 고전과 현대문학도 포함한다는 것. 조 교수는 "영어가 아닌 한문을 공동학술어로 사용해 동아시아 문학사를 집필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은 남북한 문학과 아울러 중국 조선족 문학,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 일본 조선인 문학, 미주 한인 문학을 통합하는 시각을 제시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분산과 이산(離散)을 뜻하는 희랍어에서 파생된 용어.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론은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민족의식'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라면 국적과 언어에 상관없이 한국 문학의 일원으로 본다.
중국과 중앙아시아에서 조선족과 고려인이 이주(移住) 이후 겪은 격동의 역사를 형상화한 문학은 당연히 우리 문학이 수용해야 한다. 재일 교포 3세대 작가들이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실존적 자아 확립을 고민한 일본 소설도 한국 문학이 평가하고 [removed][removed]연구할 대상이다. 미주 한인 문학에서도 이창래의 소설 '네이티브 스피커'를 비롯해 재미 한인의 삶을 미국 내 소수 민족의 차원에서 조명한 작품들이 많다. 김 교수는 북한의 문학 중에서 탈(脫)이념적으로 접근할 작품을 선별해 논의하자고 제안한다. 월북 작가 박태원이 북에서 쓴 '갑오농민전쟁' 같은 역사소설을 남북한이 공동연구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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