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파크도서 북DB 제공
사람을 만날 때면 늘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체로 첫 느낌에서 오는 직감을 믿는 편이기 때문이다. 책의 표지를 넘기며 처음으로 마주했던 소설가 이유의 인상은 뭐랄까, 수줍어 하는 얼굴에서 조금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열 마디 건네면 한두 마디 정도의 대답을 겨우 들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불길했다. 사실 이런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책도 더욱 꼼꼼하게 읽어야 하고, 질문은 많이 만들수록 좋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그녀는 이런저런 예상과 편견을 가볍게 뒤엎을 만한 사람이었다.
최근 소설가 이유는 한국 문단에 작은 소란을 일으키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지난 3년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어깨에 조금 힘이 들어가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내가 좀 잘했지’라며 으스댄다 해도 맞장구를 쳐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것에는 좀처럼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정말 갑작스러운 일이었어요. 당연히 안 됐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뽑혔다는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울었어요. 반찬거리를 사러 가던 길이었는데 제가 어찌나 울었던지 출판사 편집자 분도 같이 우시더라고요.(웃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소각의 여왕>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부녀의 이야기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고물상을 운영하며 아버지는 새로운 기계를 만드는 일에 빠져들고, 딸은 아버지의 고물상 일을 도우며 유품 정리사 일을 시작한다. 딸은 다양한 사연을 품고 죽어간 이들의 마지막 공간을 깨끗하게 치우고 유품을 정리해 소각한다. 쓸모없을 것 같은 쓰레기마저도 이들에게는 새로운 자원이고, 희망이고, 꿈이다. 고물상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하루하루를 가까스로 버티는 이들에게 안쓰러운 눈빛이나 걱정스런 마음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경솔하게 느껴진다. 이들의 삶은 비참하지만 숭고하고, 슬프면서도 매순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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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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