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개팔자보다 못한 조선족 본격 읽기…김노 소설의 '중국여자 한국남자'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4월9일 09시15분    조회:139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김노(金奴·60) 작가의 '중국여자 한국남자'(신세림)에 수록된 작품들 '중국여자 한국남자', '중국아내', '밀항자', '지하생활', '개팔자 상팔자', '불법체류자', '길림댁은 등나무처럼 살고 싶다', '꼭두각시', '주인과 하녀', '가자! 경마장으로'를 읽었다.

읽는 내내 마음은 우울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자신과 대척(對蹠)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원천적으로 불평등하며, 삶의 조건이나 생활환경 등이 극도로 열악한 가운데에서 불안・따돌림・멸시・차별대우・폭언・폭력 등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弱者)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혹은 서울생활에 적응하며 인간답게 살려고 고군분투(孤軍奮鬪) 하듯 노력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중국 조선족으로서 한국의 서울로 온 여성들이 많지만 남성도 더러 있다. 그들의 입국은 불법적인 밀항으로부터 합법적인 비자를 받아 들어오긴 했지만 대개는 그 과정에서 진 빚을 갚고 돈을 벌어서 돌아가기 위한 노동생활로 체류기간의 일방적인 연장이 불가피하고, 그로 인해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불안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작품 속의 여성들은 대개 식당이나 남의 집 가정부나 봉제공장 등에서 단순노동을 한다. 그 가운데에는 한국 남자와 재혼하여 사는 소수의 사람도 있지만 '중국아내'의 아내, '중국여자 한국남자'의 송희, '꼭두각시'의 나, 부부가 함께 들어와 사는 사람도 있다. '지하생활'의 희숙과 그 남편, '개팔자 상팔자'의 그녀와 그녀 남편. 반면, '불법체류자'의 현수처럼 남성들은 일용직 근로자로서 건설현장을 전전하다가 산업재해를 입는 불행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정상적인 인간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아니, 이용당하고 빼앗김을 당하기도 하는 처지이다. 그 이유인 즉 대개가 불법체류자 신분이고, 낯선 서울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언어 소통의 부자연스러운 문제, 생활 문화적 관습의 차이, 중국과 조선족에 대해 갖는 내국인의 부정적인 편견, 노동의 질(質)의 격차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노 작가의 작품들의 형식을 보면, 논픽션과 픽션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미 있었거나 지금 있는 현실사회 속의 조선족 삶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없거나 있을 법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측면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점은 작가의 개인적인 직간접의 경험이 작품의 소재와 제재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개의 작품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흥미 내지는 재미를 크게 유발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밑바닥 생활에 숨겨진 이야기를 겉으로 드러내어 고발(告發)하는 그것으로써 인간 부조리와 사회 불합리를 간접 비판하고, 그 곳에서 짓눌려 신음하는 약자들의 삶을 그려내어 조용하게 폭로(暴露)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들과 대척관계에 있는 우리의 ‘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하며, 특히, 인간 삶의 조건이나 양태, 다시 말해, 인간존재 양식에 대하여 새삼 심각하게 생각게 한다. 이런 면에서 작품 '꼭두각시'는 단연 으뜸이다. 

이러한 관계로, 김노 작가의 작품들은 사건의 발달, 전개, 절정, 결말 등의 어떤 긴장구조 속에서 이야기가 직조(織造)되기보다는 한 가지의 유사한 이야기가 끝없이 전개되는 가운데 진행형으로 끝이 나는 형식 곧 단선구조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끝이 공소하거나 시니컬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공소함과 냉소적인 느낌은 오히려 완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서 리얼리즘 문학이 갖는 한 단면을 엿보게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저 목소리를 크게 내지름으로써 독자의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보다는 현실의 특정 부위 상황을 확대하여 보여줌으로써 문제를 환기시켜 동시대인들의 진지한 반성과 고민을 이끌어내는 쪽에 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이야기만을 되풀이할 것인가? 마땅히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는 작가의 이상세계는 작품 속에서 가공되어지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하고, 또한 그것으로써 작가의 메시지가 세상 밖으로 전해져야 한다.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면서 말이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恥部)를 들여다보는 일을 몹시 싫어할 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반성하기를 싫어하는, 배부른 기득권자들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을 잘 쓰려면, 엄살을 부리듯 과장하라. 그리고 단순한 사실에 상상력이란 무기를 가지고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그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라. 그리고 부각시켜라. 그리고 숨길 것은 철저히 숨길 줄도 알아라. 그리고 인간세상을 손금 보듯이 내려다보라. 특히, 인간의 치부(恥部)와 모순(矛盾)과 사실에 입각한 진실(眞實)을 공략하라. 이것이 내가 소설을 읽으며 터득한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무식한 자들은 입심 좋은 작가들을 대단하다고 호들갑을 떨며 말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어설픈 시인만 못하다. 시인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밖에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를 있었거나 있는 것처럼 만들어 내는 소설가들의 능력을 결코 폄하(貶下)하고 싶지는 않다. 

한 마디로 말해, 김노 작가는 소설을 더디게 썼으나 시인의 마음으로 썼다고 본다. 이제 환갑을 맞이하는 그녀의 잔칫상을 받아들고 나는 우울했고 또 울었다. 아니,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그 분노를 잠재우는 그녀만의 인내와 눈물을 보았다, 그녀의 문장 이면에 숨겨졌거나 생략된 의미들을 통해서…. 

○ 김노 작가 약력 

작가 김노(金奴)는, 1956년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나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 정도를 마치고(1974년), 4년 후에 결혼했으나(1978) 8년 만에 남편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비운을 맞는다(1986년). 그로부터 3년 후인 1989년에 부모님의 고향이 있는 고국, 한국으로 들어와 살면서 1992년 한국 남자와 재혼하여 21년을 함께 살았으나 더 이상 노예가 되지 못하고 이혼하여 비로소 자유인이 되었다(2013). 

김노 작가의 글쓰기는 불비한 조건 속에서 1990년도부터 수필 수기 중단편 등을 창작하기 시작하여, 수필 '낯선 고향길'로 제1회 동부문학상을 수상하고(1995), '나의 서울생활'로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부문 우수작을 냈으며(1995), '어머니의 작은 소망 하나'로 ‘행복의 샘’ 창간 6주년 기념 나의 어머니 수기 공모 당선작을 냈다(1998). 그 후 단편 '한심한 세상'으로 중국 장춘에 있는 조선족문예지 ‘장백산’에서 ‘모드모아문학상’을 받았으며(2000), 동시에 '길림댁은 등나무처럼 살고 싶다'로 동아일보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5년 12월 현재까지 중단편, 수필, 수기 등을 모두 합쳐 40여 편을 창작했으나 이 가운데 9편만을 골라 꿈에 그리던 서울에서 첫 창작집을 펴내게 되었다.

이시환 시인·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39
  • 시화집 《시와 사진으로 보는 연변》(김학송 시,최주범 사진,김창선 번역)이 일전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돼 화제로 되고있다. 시화집은 제1부 혼의 노래-내 사랑 연변, 제2부 내가 살던 고향은- 전통속에 길이 있다, 제 3부 꿈이 있는 풍경- 가장 귀중한 보물들 등 세 부분에 총 130수의 연변, 우리 민족을 노래한 주...
  • 2014-07-31
  • 최근 하북성 보정 동미호텔에서 이상규(한국) 수필집 《소정만담》(중문) 출간식이 열렸다. 수필집 출간식 행사에 하북성 보정시 시장 마예봉, 보정시 시당위선전부장 리국영을 비롯한 당정지도일군들이 참가하여 리상규회장의 인간애와 박애정신을 높이 치하하였다. 한국인의 수필집 출간식에 보정시 당정지도일군들...
  • 2014-07-16
  • 리광학의 수필집 《하얀 꽃방석》이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판됐다. 리광학작가는 머리말에 가을문턱에 성큼 들어선 뒤늦은 나이에, 남들은 시장경제의 급물살에 휩싸여 문학이란 터전을 후회없이 버리고 떠...
  • 2014-07-12
  •   김동진 미니수필집 《누가 꽃이 떠드는것을 보았는가》가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판됐다. 김동진시인은 머리말에 2004년 《장백산》잡지사에서 펼친 “미니작품”응모에서 상을 받은것이 고무로 되여 시창작과 함께 “짧고도 맛있는 글”쓰기에 힘을 기울였다고 했다. 저자는 짧은 6년사이 근...
  • 2014-07-07
  • 한국 외교부 지원 받아 최설매(崔雪梅)교수와 국제교류원, 공자아카데미 공동 집필 류학생들의 한국류학체험담 및 취업성공담 등 생생하게 전달     한국류학 체험담, 취업성공담을 담은『한류』잡지가 한국 외교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발간됐다. 한국 외교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이 책은 동아대...
  • 2014-07-03
  • 연변시인협회에서 총기획하고 김응준 주필로 된  시집 "수작으로 읽는 우리 시 백년"을 최근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간하였다. 100년의 력사를 헤아리는 중국조선족의 시의 강하에는 많은 우수한 시편들이 떠올랐다. 20세기 초엽, 조선반도에서 망국의 비운을 안고 이 땅에 건너온 선각시인들이 개척한 우리의 시는 피...
  • 2014-06-27
  • 창간호 나온 지 1년…"동포사회 엘리트 참여도 높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에 사는 동포 문인들의 모임인 재한동포문인협회가 '동포문학' 2호를 출간한다고 17일 전했다. 지난해 6월 국내에 있는 동포 문인들의 모임인 재한동포문인협회를 결성하고 동인지인 '동포문학'을 창간한 지 ...
  • 2014-06-18
  • 책소개 작가이자 사학자인 송우혜가 되살려낸 윤동주의 순결한 초상 의지와 신명의 인물로서 그네타기까지 즐겼던 증조부, 소박한 농부이자 관후한 장자였던 조부, 시적 기질을 지닌 창백한 지식인이었던 부친, 따뜻하고 너그러운 인품의 어머니. 동경제대 출신 노스승 명희조의 날카로운 역사 인식. 고종사촌 송몽규의 파란...
  • 2014-05-29
  • 연변생식건강연구소 소장이며 연길시방생문진부 원장인 방산옥의 하이퍼시집 《련꽃에 달의 집을 짓다》가 연변대학출판사에 의해 최근 출간됐다. 2012년부터 시 쓰기에 전념한 방산옥은 최룡관선생으로부터 동시, 현대시, 하이퍼시를 배웠다.  《련꽃에 달의 집을 짓다》는 동시집《바람도 빼똘빼똘》에 이어 두번째...
  • 2014-05-15
  • 연변주 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 회장 김만석은 교직종사 55주년을 맞이하여 2013년 11월 동시집 "제비는 스켓트선수" (한국 "시와 사람사")를 출판한 뒤를 이어 2014년 5월 연변인민출판사를 통하여 김만석아동문학작품집 "족제비를 잡은 아이"를 출판하였다. 김만석은 아동문학작가 리론가로서 이번에는 아동문학작품만을 따...
  • 2014-05-09
  • 연변인민출판사 문예도서편집부에서 편집하는 2014년 첫 아동문학작품집이 일전에 출간되였다. 《소녀와 보리밭》이라고 제목한 이 아동문학작품집에는 량춘식, 허두남, 최길록 등 6명 작가의 소설 6편; 한석윤, 김득만, 김철호, 허송절 등 13명 동시인의 동시 33수; 리영철, 전복록, 강길 등 5명 작가의 동화 5편; 로철호...
  • 2014-05-08
  •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68·사진)의 신작 장편 ‘소소한 풍경’(자음과모음)은 여고생과 노시인 사이의 금지된 사랑을 그린 ‘은교’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사랑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작품 속 주인공인 ㄱ이 대학 시절의 교...
  • 2014-05-03
  •  (흑룡강신문=하얼빈) 김명록 특약기자 = 허길성선생이 쓴 "굽이굽이 인생길 하많은 사연들" 자서전 출간기념행사가 4월 12일 연변국제호텔에서 있었다.   허길성선생은 장편실화로 된 이 자서전을 펴내기 위해 10여년 무척 애를 써왔으며 이날 출간식에는 북경,천진,대련 등지에서 사업하는 아들 며느리,딸 사위 모두 참...
  • 2014-04-17
  •      (흑룡강신문=하얼빈)윤운걸 길림성 특파원 = 연변대학 신문학과를 개척한 최상철 교수가 만년에 “인생수기 ‘하얀얼’”을 출간했다.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하얀얼”인생수기는 총 358쪽으로,최상철 교수의 가문 및 자신의 인생을 집대성한 수기로서, 제1부 &ldquo...
  • 2014-04-14
  • 재일조선족 비교문화학자 김문학교수의 신저 “진화하지 못한 중국인”(일어판)이 최근 일본에서 출간되였다.   김문학씨는 이 책에서 “중국, 물진 인퇴의 발견”이란 서브타이틀을 달았는데 저자는 물진인퇴(物進人退)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일본, 한국이나 서구 선진문명과 비교를 통해...
  • 2014-04-08
  • 소설가 허련순이 쓴 김진경의 평전 《사랑주의》가 중국어로 번역되여 사회과학문헌출판사에 의해 출간됐다. 연변대학 과학기술학원 설립 총장이며 조선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 총장인 김진경(79세)은 미국적 한국인이며 연길시 명예시민, 한국 서울시 명예시민, 조선 평양시 명예시민이다. 평전은 소설가 허련순이 중국과...
  • 2014-03-28
  •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정선아리랑연구소(소장 진용선)는 '조선족'으로 불리는 재중 교포가 부르는 아리랑을 집대성한 책 '중국 조선족이 부르는 아리랑'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책은 진 소장이 사라져가는 재외동포 아리랑 자료 집대성을 위해 '디아스포라 아리랑 자료집' 제1권으...
  • 2014-03-20
  • 2011년부터 《연변문학》에 련재를 시작했던 최홍일의 대하소설 《룡정별곡》 1부와  2부가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책으로 출간됐다. 3부와 4부도 곧 출간될 계획이다. 《룡정별곡》은 10년전 인기리에 련재를 마쳤던 “눈물 젖은 두만강”의 후속편이다. 소설은 룡정을 배경으로 지난 세기 10년대로부터 5...
  • 2014-03-17
  •   새해 벽두에 야심작을 내놓다 요즈음 아동작가 전춘식의 또 하나의 야심작이 연변교육출판사로부터 출판되여 어린 독자들과 대면하게 되였다. “꼬마들의 이야기나라”로 되여진 이 책은 커풀로 나왔는데 “셋이 함께 춤 춰라”와 “아가가 쓴 편지”이다. 각각 22편의 단편적인 이야...
  • 2014-02-10
‹처음  이전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