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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400주기 … 떠들썩한 영국, 잠잠한 스페인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4월26일 07시27분    조회: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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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左), 셰익스피어(右)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스페인) 마드리드 대신 (영국) 런던에서 살았더라면 더 나은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최근 등장한 비유다. 지난 23일(현지시간)은 근대소설의 효시로 여겨지는 『돈키호테』 작가인 세르반테스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 모두 400주기(週忌)인 날이다.

양국 모두 나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한다는데 영국에 비해 스페인이 밀린다는 게 NYT의 평가다.

영국은 몇 년 전부터 400주기 행사를 준비하고 기념해왔다. 셰익스피어 전용 극장인 글로브는 2년 전부터 전세계를 돌며 연극 ‘햄릿’을 공연했다. 아무리 시골에 있는 문화기구들도 크든 작든 셰익스피어 관련 행사를 열었거나 여는 중이다. 찰스 왕세자는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셰익스피어에 빠져들었다. <본지 4월 25일자 16면>

23일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가 멕시코 출신 작가에게 ‘세르반테스 상’을 수여하는 등 행사를 했다곤 하나 영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게 내부 평가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의 공동 창립자 후안 루이스 세브리안은 “사실상 권위 부재와 건망증에 따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르투로 페레스-레베르테도 “세르반테스에겐 국제적으로 당황스러운 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게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5달 째 정부 구성도 못할 정도인 정치 리더십 혼란과 맞물린 현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선 “정부가 팔짱 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그러나 “추모는 자발적이면서도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3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맞섰다.

세르반테스는 개인적으로도 고초와 불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귀족 출신이라곤 하나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해적에 붙잡혀 5년 간 포로 생활을 했다. 생계를 위해 물자 조달, 세금 징수 등을 하는 말단 관리로 살았고 비리 혐의로 투옥되기도 했다. 57세 때인 1605년 『돈키호테』 1권을 출판해 성공을 거뒀으나 판권을 출판업자에게 넘겨 큰 돈을 벌진 못했다.

그는 실제 1616년 4월 22일 숨졌으나 스페인에선 매장된 날(23일)을 기준으로 삼아왔다. 숨진 지 399년 만인 지난해 마드리드의 한 수도원에서 그와 부인 카탈리나 데 살라사르 등 16구의 유해와 섞인 채 발견되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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