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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새 시집 ‘초혼’ 낸 시인 고은'“근·현대사 원혼들 쌓인 한국, 진혼이 필요'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10월4일 11시13분    조회: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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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원한에 찬 부당한 죽음들이 많이 쌓여있다. 한국은 진혼이 필요한 사회다.”

시인 고은(83)이 3년 만에 새 시집 <초혼>(창비)을 냈다.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은은 “산자로서 죽은 넋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도와 기념, 기억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이번 시집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300쪽이 넘는 묵직한 시집은 삶의 후년에서 성찰한 언어와 사물에 대한 시들(1부)과 현대사의 죽은 넋들을 위무하는 장편 굿시 ‘초혼’(2부)으로 구성돼 있다. 62쪽에 이르는 ‘초혼’은 3년 전 한 공연장 개관기념으로 벌였던 초혼굿에서 그가 직접 쓰고 낭독했던 굿을 위한 장편 시다. “왜인에게 죽어간 조선 동포 원혼들”에서부터 “제주 4·3의 넋들”, “학살로 쓰러져간 광주 안팎 민주영령”, “어제의 남녘 바다 세월호의 꽃 같은 내 딸들”까지…. 그가 위무하는 원령들은 한국 안팎의 근·현대사에 걸쳐있는 죽음이다.

“넋들이여/ (…) 길가에 널브러져 썩어간 백성들이여/ (…) 오끼나와 정신대 그 넋들이여/ (…) 물속의 어린 넋들/ 임의 넋 우리 모두 등에 지고/ 가슴에 품고/ 원한으로 차 있는 내 겨레의 땅 내 조국의 어둠과 빛 속으로 나아갈지어니/ 나 돌아가지 않으리라/ (…) 이 땅의 반만년 원혼 혼령 위무하며 살아가고저”(‘초혼’ 중)

그는 월명의 ‘제망매’와 김소월의 ‘초혼’ 등을 언급하며 “우린 고대부터 사자를 섬기고 죽은 넋을 불러 현생과 화해시키는 일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내 또래의 절반 가까이를 잃었다. 그들이 살다 중단된 나머지 삶을 내가 대신 살아줘야 되겠다는 과제가 항상 있었다.”

3년 만에 새 시집 ‘초혼’ 낸 시인 고은 “근·현대사 원혼들 쌓인 한국, 진혼이 필요”

고은 시의 근간은 항상 죽음과 그것이 만드는 폐허가 아닌 적이 없었으나, 이번 시집에서도 유독 죽음은 가까이 와 있다.

삶의 노년에서 그가 바라보는 죽음은 과거에 그가 사투를 벌였던 죽음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그 죽음은 1950년대 ‘구체적인 현실’(한국전쟁)로서의 죽음과 1960년대 ‘허무주의’로서의(4번의 자살 시도) 죽음, 1970년대 ‘사회적’ 죽음(전태일 분신)을 거쳐 이젠 “공포 없이 내가 감당해야 할 나만의 단독 사건”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져서 종교로 가는데, 나는 거꾸로 역류하는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비종교적으로 된다. 죽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두려워하나 두려워하지 않는 그것은 오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도 모르고 살다가 죽는 짐승들을 보라”고 그는 말했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에서 번역된 시까지 합하면 그의 시는 총 30개 국가에서 번역됐다. 1년에 평균 10개국에서 문학행사 초청이 온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문학의 세계화’처럼 우스꽝스러운 말은 없다”고 말했다. “서구의 작가들이 ‘세계화’라는 말을 내걸고 글을 쓰는 것은 보지 못했다. 작가는 자기의 이름을 걸고 쓰는 것이다. 모든 문학은 개별적이다. 보편성이 서구에만 있고 우리에겐 특수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편성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다. 모든 보편성은 특수성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문학도 보편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일부 평론가들의 지적은 엉터리 같은 얘기다.”

고은은 죽은 넋뿐 아니라 지친 산자들도 말없이 어루만졌다. 그는 최근 젊은세대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조류에 대해 “이 시대만의 특별한 현상이라고 볼 순 없다”며 “어떤 경로로 해서든 가혹한 현실을 못 견뎌 살 길을 찾아 떠나온 게 인류의 역사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라고 했다. “조선 말기 강 건너는 사람을 처형했을 때도 두만강을 기어코 건너 삶의 터전을 만들다 보니 오늘날 동북 삼성 조선족 사회를 이뤘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를 건너 뗏목을 타고 호주까지 갔을 때 짐승과 같은 몹쓸 환경에서 더 좋은 데를 찾아간 것이다. 여기까지 온 게 다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대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미래 시대는 이보다 더 못할지도 모른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산자의 몫이 중요하니 ‘애도’가 짧아야 한다고 주장한 프로이트보다 성찰을 위해 긴 ‘애도’가 필요하다고 했던 데리다를 선호한다면서 공연예술이자 제례행위이기도 한 ‘초혼굿’을 전국 순회로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진혼이 없는 시대, 가시적인 성취만 취하는 사회다.”

오는 13일 발표 예정인 노벨문학상에 대해선 그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한테는. 내가 모를 일이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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