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야한 여자가 좋다” … 시대와 불화했던 마광수 떠나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9월6일 08시26분    조회:163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중앙SUNDAY와 인터뷰했을 때의 마광수 교수. 이미 그때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한 시대를 상징했던 또 하나의 영웅이 퇴장했다. [중앙포토]

‘마광수’가 죽었다. 외람되게도 부고에서 이름 석 자만 쓴 것은 마광수라는 이름이 우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기호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대뇌의 언어로 말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성기의 언어로 말하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던 1990년대 들머리, 마광수는 스스로 시대를 드러내는 아이콘이었다.
 

유언장 남기고 자택서 숨진 채 발견
92년 『즐거운 사라』 책 냈다 구속
평소 “한 여자 때문에 인생 망쳤다”

98년 복권 뒤 작년 연세대 정년퇴임
2000년에 “우울증 앓고 있다” 고백
‘여성에 성 주체성 부여’ 평가도

명문 대학 교수가 “야한 여자가 좋다”고 떠들고 다녀서, 또는 “장미여관으로 가자”고 뭇 여성을 꾀어서 마광수에 열광했던 것은 아니다. 고지식하고 점잖은(혹은 그러한 척만 하는) 사회와 혼자만의 방식으로 맞짱을 뜬 혈혈단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응답하라’로 시작하는 TV 드라마가 동화처럼 어여쁘게 그려낸 그 시절, 마광수는 문화 게릴라였고 민주화 투사였다. 마광수를 기억하는 세대에게 그의 황망한 부고는 씁쓸하다. 하필이면 페미니즘 열기가 뜨거운 즈음이어서 얄궂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또 한 시절이 모퉁이를 돌아갔다.
 
◆유언장 남겨=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서울 동부이촌동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 낡은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다. 경찰은 “목을 맨 것 같다. 오후 1시51분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마 전 교수의 방에서 지난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언장이 발견됐다. 유언에는 재산을 이복 누나에게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그는 오랜 세월 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어머니는 지난해 돌아갔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지난해 8월 정년 퇴임한 뒤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그의 병력은 오래됐다. 2000년에도 그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때도 그는 심하게 낯을 가렸고 손을 떨었다.
 
퇴임한 뒤에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연금을 받고 있지만 집안일을 봐주는 아주머니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투덜댔다”고 한다. 출판사도 더 이상 원고 청탁을 하지 않아 그는 틈틈이 그렸던 그림을 팔려고 내놨다. 그러나 화랑에서도 마광수는 외면당한 이름이었다.
 
그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중간에 8년을 놀아(교수직에서 해임됐던 기간) 연금도 얼마 안 된다”며 “외로운 독거노인”이라고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예순여섯 살이었다.
 
◆야한 여자 사라=지금은 뜨악해할지 모르겠다. 마광수가 ‘야한 여자론’을 들고 나온 80년대 끄트머리 여성운동가 상당수는 여성운동의 하나로 길거리에서 담배를 물었다. 민주화 열기가 문화 영역으로 확장되던 시절이었다. 마광수는 바로 그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89년 1월 발표한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그는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대가도 혹독했다. ‘프리섹스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프리페팅을 즐기자’는 식의 주장은 여성을 성의 도구로 인식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그는 전공과목 강의에서 배제됐다.
 
생전의 마광수는 “한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그의 인생을 망친 여자가 ‘사라’다. 마광수는 92년 여대생 사라의 문란한 성생활을 다룬 소설 『즐거운 사라』를 발표했고, 그해 10월 29일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즐거운 사라』를 발간한 ‘청하’ 출판사의 장석주(62) 당시 대표와 함께 구속 수감됐다. 두 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대학에서는 쫓겨났다. 장 전 대표는 “감옥에 갔다온 뒤 회복할 수 없어 출판사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98년 그는 사면 복권됐다. 대학에도 돌아갔고 『즐거운 사라』도 재출간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마광수가 죄인이었던 시절 『즐거운 사라』가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다. 일본에서 『즐거운 사라』는 8만 부 이상 팔렸다. 그러나 “표현 수위에 실망했다”는 독후감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들의 우울한 영웅=마광수는 2005년 ‘13년 만에 내놓은 야한 소설’이라는 요란한 광고 문구와 함께 소설 『광마잡담』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대 이하였다. 소설은 야하지 않았다. 표현의 수위나 상상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광수에 따르면 ‘야하다’는 표현은 일탈과 모반의 기운을 동반해야 했다. 소설은 다만 음란할 뿐이었다.
 
마광수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변한 것은 사회였다. 젊은 여성의 반짝이는 긴 손톱에서 성적 상징을 읽어냈던 90년대 초입 마광수는 ‘변태’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네일아트는 젊은이들의 지배적인 문화 코드가 된 지 오래다. 아무도 섹스를 말하지 않던(또는 못하던) 시절이어서 마광수는 야했다. 2007년 그는 제자들의 시를 거의 그대로 제 시집 『야하디 알라숑』에 실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DA 300


올해는 시인 마광수가 등단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77년 청록파 박두진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마광수는 국내 윤동주 박사 1호이기도 하다. 83년 윤동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다. 마광수는 올 1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나와 윤동주 모두 솔직한 시인”이라고 말했다.
 
마광수는 한국 문학 최초로 여성에 성 주체성을 부여한 작가였다. 90년대 여성단체 대부분이 마광수를 비난했지만 검찰은 사라가 끝내 도덕적으로 반성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거대 담론에서 허우적거릴 때 개인의 가장 내밀한 욕망에 관해 발언했다.
 
마광수를 시대를 앞서간 지식인이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마광수는 죽기 전까지도 야한 여자를 찾았다. 그는 다만 획일적이고 답답한 세상이 싫었을 뿐이었다. 그의 넥타이 맨 모습이 기억에 없다. 그의 가는 목을 감싼 건 늘 스카프였다.

중앙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72
  •   《외투》의 작가 고골리 줌파 라하리의《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읽으면서 꼭《외투》를 읽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외투》가 주인공의 생명을 구해 주었고 그는 아들에게‘고골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으며 아들...
  • 2024-06-19
  • 【장백문화 시의 려행5】시월의 단풍 꽃보다 아름답네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 문학답사    가을은 시상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이다.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와 연변장백문화촉진회에서 주최하고 화룡시문화관과 안도현 량강진 영홍촌(소영자)에서 주관한 '장백문화 시의 려행 5' '시월의 ...
  • 2023-10-17
  • 6월 28일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눈물 한 방울' 출간 기념회에서 육필원고를 공개하는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20220628  "40년 만에 처음으로 손 글씨를 쓴다. 컴퓨터 자판으로 써왔는데 이제 늙어서 더 이상 더블클릭도 힘들게 되면서 다시 옛날의 손 글씨로 돌아간다. 처음 글...
  • 2022-06-29
  • ‘고독사 워크숍’ 쓴 소설가 박지영 “하루 세 번 시시한일 시작해보세요”3일 출간된 장편소설 ‘고독사 워크숍’(민음사)에서 등장인물 12명은 발신자명 ‘심야코인세탁소’로부터 “오늘부터 고독사를 시작하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의 ‘고독사 워크숍’ 초...
  • 2022-06-17
  • 2014년 위암 2기 판정, 2020년 3월 22일 뇌출혈, 올해 3월 초 폐렴 사투 오후 8시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서 숨져…춘천호반장례식장 빈소 마련 소설가 이외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춘천=연합뉴스) 이은정 양지웅 기자 =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 촌장으로 활동하던 소설가 이외수씨가 재작년 뇌출...
  • 2022-04-25
  •   ‘누구나 쉽게 글쓰는 것을 가르쳐드립니다’ ‘6주 안에 책 한 권 쓰는 법’ 등의 달콤한 광고를 볼 때마다 소스라친다. 그렇게 쉽고 빠르게 글을 쓴다면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 훈련만 20년 넘게 했지만 아직도 계속 더듬더듬 ‘공부 중’이다.)...
  • 2022-04-24
  • 이수지 작가 '아동문학 노벨상' 안데르센상 영예 [사진 제공: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은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 작가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에데르센상을 수상한 데 대해 "출판 한류의 위상을 높여 자랑스럽다"고 축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SNS를 통...
  • 2022-03-22
  • '500년 고려' 내리막 끝에 새로운 나라 조선 세워지자 개국공신 정도전 기쁨 내색 선비 길재는 아쉬움 한가득 정몽주 포섭하려던 이방원 하여가로 설득 시도했지만 단심가 지어 대답한 정몽주 고려향한 충심 단호히 표현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오백 년'은 어느 정도의 길이일까. 오백 년은 한 사람...
  • 2021-04-21
  • ‘클라라와 태양’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서면 인터뷰 “인공지능은 자유민주주의에 위협 초래할 수도 있어”   가즈오 이시구로. ⓒLorna Ishiguro.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최근 신작 소설 한국어판 발간에 맞추어 한국 언론과 합동 서면 인터...
  • 2021-04-08
  • 영국 배팅사이트 나이서오즈 노벨상 배당률 홈페이지 공개 하루키·애트우드 등 단골후보 제3세계 작가들 주목도 눈길 한국 시인 고은도 6위로 거론 고은 시인 2010.10.01 /김성중기자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가 올해 노벨문학상 주인공의 얼굴을 예측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유럽의 유명한 노벨문학상 배팅사...
  • 2020-10-04
  • 제12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 준마상 수상결과가 23일 북경에서 발표됐는데 《서남변(西南边)》, 《청색몽골(青色蒙古)》, 《촌주재필기(驻村笔记)》, 《신수·마령기(神授·魔岭记)》, 《춤추는 꼭두(舞动的木偶)》(조선문)이 장편소설상을 수여받고 《말 타고 세계일주(骑马周游世界)》, 《잠자는 물(睡觉的...
  • 2020-08-25
  •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로 취급" 성명 한국소설가협회는 “소설을 쓰시네”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했다”며 해명과 함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
  • 2020-07-30
  • 문단 인기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 전제’ 사건을 계기로 한국문학의 주요 출판사인 창비와 문학동네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독자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합세해 대형 출판사와 인기 작가의 ‘문단 카르텔’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
  • 2020-07-14
  • 80후 인기작가 “몽실이”를 적는다 2019년은 조선족문단의  “청년작가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으로 산다는 것-70,80후의 삶,앎,꿈》, 《담쟁이 여름을 만나다》 등 청년세대 조선족작가들의 작품집이 줄 지어 출판되고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과거에 주로 위챗, 블로그, ...
  • 2020-04-27
  • /시앙스포 유튜브 캡처 “지난 3월 13일부터 나는 교외에서 지내고 있다. 엄마와 내 아이들이 어깨를 부대끼는 것을 막기 위해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이곳은 내가 주로 주말마다 내려와서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대개 일요일 저녁이면 파리로 올라가야 해서 아이들이 가기 싫다고 울었는데, 이번 일요일에는 올라가지...
  • 2020-04-07
  • 소설가 이외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소설가 이외수(74)가 뇌출혈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외수는 지난 22일 오후 6시께 강원 화천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일 문화운동단체...
  • 2020-03-24
  • [골룸] 북적북적 229 :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삶을 건 대답 - 산도르 마라이 " "... 할 수 있으면 대답해 주게." 그는 소리 높여 말한다. 마치 대답을 재촉하는 듯 들린다. "왜 나에게 묻나?" 상대방은 조용히 말한다. "그렇다는 것을,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 봄이 다가오는 발렌타인 주간의 [북적북적...
  • 2020-02-16
  • 일전에 제1회 방지민문학상 시상식이 강서 남창에서 개최되였다. 로공산당원인 장부청의 영웅사적을 서술한 와 방지민의 마지막 순간을 그린 , 그리고 혁명력사의 한단락을 보여준 등 12부의 작품이 상을 받았다.  료해에 따르면 제1회 방지민문학상 선정작업은 지난해 8월 정식으로 가동되여 전 세계 중국어 작가를 ...
  • 2020-01-16
  •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김금희 트위터 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금희 소설가(41)가 상을 거부했다. 4일 김금희 소설가는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트위터에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출판사 요...
  • 2020-01-06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