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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미투]24년전 성추행 목격담 본보 보내와
“탑골공원 근처서 문인들과 술자리… 의자에 누워 나와 女시인에 추태
동석한 사람 중 누구도 제지안해”
“2012년 광주 노래방서도 노출”… 20대 작가지망생도 폭로 작품을 통해 고은 시인(85)의 성추문을 처음 세상에 알린 최영미 시인(57·사진)이 다시 글을 썼다. 1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고 한 사건을 마침내 폭로한 것이다. 최 시인은 27일 동아일보에 직접 작성한 글을 보냈다. 약 1000자 분량이다. 그는 ‘그때’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상세히 적었다. 그는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 시인에 따르면 사건은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일어났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의 한 술집이었다. 문인들이 자주 찾던 곳이라고 한다. 최 시인은 선후배 문인과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때 ‘원로시인 En(고은)’이 들어왔다. 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최 시인과 다른 젊은 여성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하지만 동석한 문인 중 아무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술집에 일행 말고 다른 손님도 있었지만 함께한 남성 문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최 시인은 당시를 떠올리며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최 시인은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침묵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비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라고 반문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성추문 폭로도 이어졌다. 불과 6년 전에도 고 시인이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고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다. 작가지망생 이모 씨(28)에 따르면 2012년 5월 광주에서 시인들이 참석한 행사가 열렸다. 고 시인은 초대시인으로 참석했다. 그는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채 테이블 위에 올라가 바지를 내렸다. 주최 측이 항의하자 고 시인은 도중에 서울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씨는 “고 시인을 조금만 가까운 거리에서 봤던 사람은 그의 행태를 몰랐을 리가 없다. 이제 와서 불거진 게 이상하다. 문인들이 여태껏 숨겨왔다는 게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최영미 시인 원고 전문 ▼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시인 한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마담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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