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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아픔 벗고 하늘로 떠난 최인훈…영결식 엄수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26일 08시50분    조회: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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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라는 문학공간 남기고 영원한 이상의 나라로"

 


최인훈 작가의 마지막 발걸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최인훈 작가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2018.7.25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최인훈 작가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강당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원로 문학평론가 김병익을 비롯해 시인 정현종, 이근배, 김정환, 김혜순, 채호기, 이진명, 이병률, 이원, 박형준, 소설가 강영숙, 하성란, 편혜영, 천운영, 정용준, 문학평론가 김주연, 정과리, 우찬제, 방민호, 권성우, 김명인, 송종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이 시작되고 고인이 걸어온 길과 심오한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추모 영상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김병익 장례위원장은 "선생님은 후학을 가르치는 일 외에는 오로지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에만 온 평생을 바쳐왔다"며 "선생님의 삶과 비범한 고결은 문학인의 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익과 함께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를 만들고 '최인훈 전집'을 내는 등 고인과 오랫동안 교유한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추모사로 "일찍이 1960년 당신은 분단 한국의 뜨거운 상징이 되었던 '광장'이라는 문학공간을 창작하시고 중립국으로 들어가셨다. 주인공 이명준은 바다로 침잠하였다. 많은 독자들이 정치적으로 이 일을 해석해왔지만, 저는 그 자리가 당신이 선택한 문학의 나라라고 읽고 있다. 문학의 나라는 중립국이며 작가의 자리는 바다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많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의 자리, 작가의 자리를 가르쳐주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은 소설가이자 철학자이셨고, 철학과 철학자가 빈곤한 우리 정신계에 존재 자체로 귀중한 의미였다"며 "이제 당신이 구현했던 문학적 이상의 제국을 넘어서, 당신을 맞이하는 영원한 이상의 나라에서 영원한 평강을 누리시길 기도한다"고 추모했다.

 

유족 품에 안긴 최인훈 작가 영정
유족 품에 안긴 최인훈 작가 영정(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최인훈 작가의 발인식에서 유가족이 영정을 모시고 있다. 2018.7.25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소년 최인훈이 원산을 떠나 미국 수송선을 타고 부산에 와 닿은 순간 최인훈 문학은 탄생했다. 난파선의, 난민의 문학, 거친 현대의 바다를 표랑하며 정박할 곳을 갈구하여 찾는 고독한 항해사의 문학은 그렇게 준비되었다. '광장'에서 선생은 극과 극의 대립과 나뉨이 없는 세상, 먼 중성의 세계를 꿈꾸었다. '회색인'에서는 임박한 혁명 대신 시간을 들여 사랑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가 되는 세계를 설계하고자 했다"고 고인의 문학세계를 정리했다.

유가족은 고독한 작가였으나 집에서는 늘 따뜻한 남편, 아버지였던 고인을 떠나보내기 힘겨워하며 시종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아들 윤구 씨는 고인이 어느 날 새벽 잠 못 이루다 자신을 불러세워 "윤구야, 내가 이명준을 그렇게 죽게 한 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라고 물었던 일화와 병상에 누워 단어 한 마디조차 제대로 발음할 수 없게 됐을 때 힘겹게 전한 한 마디가 "캐릭터"였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문학 안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문학 안에서 사시던 아버지가 이제 문학 그 자체가 되려고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딸 윤경 씨는 학창 시절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고 물었을 때 고인이 "서로 사랑하자"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수십 년이 지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자리에 있는 지금 그 평범했던 가훈으로 아버지를, 아버지의 작품을, 그분이 전하고자 하셨던 바를 작은 모퉁이나마 이해하게 된다"며 울먹였다.

참석자들의 헌화를 마지막으로 영결식이 끝난 뒤 발인이 이어졌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공원묘지 '자하연 일산'에 안장된다.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고 평생 문학의 화두로 삼으며 외길을 걸어온 고인은 이제 영원한 안식을 향해 잠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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