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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창립 멤버 김형태 변호사 등 고은 변론 맡자 일부 여성들 분노
"여성 인권은 다르게 보이는가"… 金 "미투 폭로와 다른 증언 나와"
고은(85)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57) 시인 등을 상대로 1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낸 가운데, 김형태(62·사진) 변호사가 고은 시인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김 변호사는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창립 회원으로 노동·인권 관련 사건을 다수 맡았다. 일부 여성은 "인권 변호사를 자처하며 어떻게 반(反)미투(Metoo·나도 당했다) 소송을 맡을 수 있느냐"고 했다.
고은 시인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 시인의 시(詩) '괴물'로 시작됐다. 최 시인은 작년 말 계간지에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이라는 내용의 시를 기고했다. 고은 시인을 암시하는 이 시가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투 운동이 문학계로 번졌다.
최 시인은 지난 2월 한 일간지에 "1993년 서울 종로구 술집에서 고은 시인이 성기를 꺼내 주무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한 달 가까이 침묵하던 고은 시인은 지난 3월 영국의 출판사를 통해 "상습적 성추행 의혹은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박진성(40) 시인은 "고은 시인이 2008년 회식에서 성기를 꺼내 들고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최 시인, 박 시인, 이들의 주장을 보도한 일간지 기자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고은 시인 측은 이 소송을 법무 법인 '덕수'에 의뢰했다. 김형태 변호사를 비롯해 진보적 성향 변호사 4명이 맡았다. 민변 설립을 주도한 김 변호사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감사 등을 역임했다. 변호인단인 윤천우 변호사는 민변 회원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 조사2과장을 지냈다. 김진영 변호사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이다.
이들이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여성이 반발했다. 여성 작가인 최현숙씨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인권 변호사로 유명한 법무 법인 덕수의 김형태 변호사가 고은 변호를 맡았다'는 글을 올렸다. 최씨는 '레즈비언 국회의원'을 모토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최씨는 '인권 변호사라는 당신들에게 여성의 인권은 다르게 보이는가'라며 '김 변호사가 사건을 맡지 않도록 인권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어 도와달라'고 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도 16일 페이스북에 '그 많던 남성 인권 변호사들은 미투 국면에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라며 '고은의 변호사가 대표적 인권 변호사 김형태라니 기막힌 현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술집 주인이 최 시인의 폭로가 소설이라고 반박하는 등 반대 증언이 나온다"며 "변호사로서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사법 체계의 판단을 받도록 도울 책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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