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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튼베르그… 여성 웹사이트 '메갈리아' 유래된 '이갈리아의 딸들' 소설가 인터뷰
페미니즘 입문서로 불리는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민음사)을 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77)는 기자를 보자마자 물었다. "왜 한국에서 내 책이 다시 잘 팔리기 시작한 거죠?" 1996년 국내에 번역돼 꾸준히 팔리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책은 국내 판매 부수 30만부 중 약 10만부가 최근 3년 새 팔렸다. 책 제목을 딴 급진적 페미니즘 웹사이트 '메갈리아'의 등장으로 소설이 재조명됐다. 여성에 대한 혐오를 남성에게 되돌려주려는 '메갈리아'의 '미러링(따라 하기) 전략'은 소설의 설정과 닮아 있다.
소설은 남녀가 뒤바뀐 가상의 세계를 그린다. 여성이 경제 활동을 주도하고 남성은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한다. 남성은 사춘기가 지나면 성기를 가리기 위해 '페호'라는 가리개를 차야 한다. 여성은 가슴을 드러내도 괜찮고, 남자는 가슴 털이 자라면 밀어서 매끈매끈한 피부를 유지해야 한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일상 속의 성 차별을 뒤튼 작가 브란튼베르그를 지난달 27일 오슬로 현지에서 만났다.
―소설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
"스무 살 여름방학 때 버스 차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또래 남자애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내 가슴을 움켜잡고 '너도 가슴이 있네?'라고 했다. 그 애는 내 아름다운 여름방학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당시엔 아무 말도 못 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곤 여자가 모르는 남자의 성기를 잡고 '너도 고추가 있네?'라고 말할 수 있는 세계를 떠올려봤다. 그때 경험이 소설의 바탕이 됐다."
―소설 속에선 남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주인공인 소년 페트로니우스는 여성 여럿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속옷을 태운다. 나 자신도 세 번이나 강간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엔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투(Me too)' 캠페인이 터졌을 때도 놀랍지 않았다. 누군가는 '왜 이제서야 말하느냐'고 하지만 피해자에겐 분명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1977년 처음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남성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남자들의 제일 흔한 반응은 '우리 아내, 우리 딸이 당신 책을 읽었어요'였다. 실제로 책을 읽은 남성 독자 중에선 두 교수가 기억에 남는다. 둘 다 '이 소설은 단편으로 끝났어야 한다'고 공통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성 독자들은 충분히 길어서 좋았다더라."
브란튼베르그는 고등학교에서 역사 선생님으로 일하며 출근길에 소설을 구상했다. 1970년대 초반부터 여성 운동에 참여하며 '매 맞는 아내들을 위한 쉼터' 설립을 주도했다. 여성 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슬로건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슬로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더러운 말을 정말 싫어한다. 정제된 언어를 써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여자를 향해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똑같이 그런 말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그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한국에선 '메갈리아'의 이용자들이 거친 언행과 성범죄마저 그대로 따라 해 논란이 됐다.
"한 독일 기자를 만났을 때, 그녀는 내가 자기 인생을 망쳤다고 화를 냈다. 열두 살 때 내 책을 읽고 종일 남자애들을 꾸짖고 다녀서 인기 없는 여학생이 됐다더라. 내 소설은 그저 풍자일 뿐이다. '소설처럼 여성이 우월한 사회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물론 남성 중심의 사회보다야 낫겠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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