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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누추한 속살 어루만진 강영숙·금희·김엄지 本審에
동인문학상 3월 독회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는 최근 독회를 열고 가을에 열릴 본심 후보작으로 강영숙(53)의 장편 '부림지구 벙커 X'(창비), 금희(41)의 장편 '천진시절'(창비), 김엄지(32)의 장편 '폭죽무덤'(현대문학)을 선정했다. 세 작품은 저마다 장르는 다르지만 한결같이 '삶의 핍진한 속살과 개인의 내면 심리'를 잘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열린 세 차례 독회에선 정소현·김금희·한유주·김미월·김선재·이주란·최제훈·최진영·장은진이 본심에 올랐다.
강영숙 소설은 대지진으로 파괴된 가상 도시를 무대로 삼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심사위원회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바이러스 재난과도 무관하지 않은 소설"이라며 주목했다. 한 심사위원은 "지진 발생으로 삶의 토대에 근원적 균열이 생긴 상황을 다루는 방식이 기존 재난 소설과는 다르다"며 "지진을 서술하는 방식 또한 균열을 드러내는 만큼 11개 장(章)이 와해된 표류물처럼 비틀려 있다"고 호평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이재민이 되어 땅속 벙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통해 묵시록(默示錄)의 메시지를 전한다"면서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차츰 개개인마다 감추고 있는 아픔과 상처들이 드러나고 따뜻한 공감과 유대감을 회복하게 된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도 "인간의 삶이 기계적 관리로 대체될 것이라는 섬뜩한 예고를 보여준다"며 "그것이야말로 자연재해 이후의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 재난의 넓은 문이라고 암시하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중국 조선족 출신 작가인 금희의 '천진시절'은 1990년대 중국 개혁개방을 대표한 톈진(天津)에서 보낸 청춘 시절을 회상하는 조선족 여성의 이야기다. 한 심사위원은 "삶의 핍진함과 복잡한 내면 심리, 내재한 욕망과 삶의 풍경들이 뛰어난 묘사력으로 치밀하게 그려지면서 그 속살을 보여준다"고 찬사를 던졌다. 다른 심사위원도 "그저 성실하게, 그저 우직하게 돌아보고 회고하고 애상한다. 그런데 이것이 내 마음을 울린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노련한 짜임새는 물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특유의 리듬감이 돋보인다"고 칭찬했다.
2010년 등단한 김엄지의 '폭죽무덤'은 산문시(散文詩) 같은 문체로 삶과 꿈을 넘나든 실험소설이다. 한 심사위원은 "좀 정신이 없는 화자와 인물들이 부유(浮遊)하며, 사람과 사물에 부딪힐 때마다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언어를 통사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뱉어낸다"며 적극 추천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그 문체가 스며내는 감각적 느낌만으로도 놀랍다. 모든 것을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인물의 감각적 운동의 생동성이 여실히 나타나면서, 이러한 감각적 삶의 무기력에 지친 인물의 존재 이유에 질문을 던지고, 그 우울함을 각성하고 벗어나려는 노력이 소설의 후반부를 이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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