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작가 이문열 “평생 그렸던 귀향의 꿈… 이제 잿더미가 됐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7월7일 09시43분    조회:43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경북 영양 광산문학연구소 全燒

화재로 폐허가 된 광산문학연구소 건물이 있던 자리에 선 이문열 작가는“지금도 내 삶에 이런 일이 왜 일어났나 생각 중”이라며 바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40년 넘게 마음에 그렸던 집이, 20년 만에 이런 황폐한 잿더미로 돌아가다니…”
 
지난 4일 오후 경북 영양군 두들마을에서 만난 이문열(74) 작가는 잿더미가 된 광산문학연구소를 보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화재로 전소된 이 연구소는 평생 타향살이를 하던 그가 21년 전 고향에 지은 집이다. 전통 목조 한옥 양식 건물 2개 동(418m²)이었다. 불이 지나간 자리엔 깨진 기와, 그릇 등과 잿더미가 남았다.
 
사라진 고향에 대한 상실(喪失)을 노래한 자신의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1980년)에서처럼 그에게 이 집은 고향이었다. 마당 한 편으로 나온 작가는 연기와 함께 사라져버린, 집이 있던 자리를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다. 소설 속 고향이 회한과 그리움, 고통과 향수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그의 집터가 회한과 그리움, 원망이 교차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고향으로의 통로는 오직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이라고 소설에서 썼던 것처럼, 옛집도 이제는 기억 속에 남을 것이었다. 작가는 “다시는 이런 집 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4일 경북 영양군 광산문학연구소에 제 모습을 갖춘 건 물을 담는 큰 둑인 청동 '두멍' 뿐이었다. / 이영관 기자
 
제 모습이 남은 건 물을 담는 큰 둑인 청동 ‘두멍’뿐이었다. 그는 “쟁반을 만들어서 하늘에 비나니 / 물의 덕으로 (불을) 절제해달라”고 한자로 적힌 글귀의 내용을 읽어줬다. 바람은 하늘에 가 닿지 않았다. 작가는 “여기에 ‘방화수(防火水)’를 담아 마당에 뒀다. 한 조각가가 집에 불이 날까 봐 걱정하는 내게 ‘화마를 제압해달라’는 글귀를 새겨 선물한 것”이라고 했다. “화마는 제압 못하고, 지만 살아남았어. 다 소용없다.”
 
이 연구소는 작가가 평생 꿈꿔왔던 공간이다. 그는 세 살이던 1951년, 서울을 떠나 가족과 함께 재령 이씨 집성촌인 두들마을에 왔다. 당시 집은 연구소와 70여m 떨어진 곳에 있었다. 2년 뒤 집안 형편이 힘들어져 친척에게 집을 팔고 떠나야만 했다. 이후 안동·부산·대구 등 타지를 떠돌았다. 어린 시절 소년은 “지금 한 푼 없이 셋방을 떠돌고 있지만, 내 고향에 가면 ‘나의 성(城)’이 있다. 언젠가 돌아가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건 2001년. 그해 두들마을에 ‘광산문학연구소’를 지었다. 예전 집과 조금 떨어진 곳이었지만, 자비만 20억원을 들였다. 영양군 등의 지원은 4억원가량. 공사비를 마련하느라 서울 양재동 집을 팔고, 1980~1990년대 ‘작가 이문열’ 이름으로 얻은 수익의 대부분을 여기 쏟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완전히 들어가 산다고 마음먹고 지은 집”이라며 “이천에서 지내면서도 가족들과 여름마다 내려왔고, 혼자서는 거의 매주 왔다”고 했다. 그는 “20년 넘게 드나들면서 소중한 물건들을 옮겨놨고, 강당 등에서 다른 사람들과 쌓은 추억들도 많다”고 했다.
 
 
작가는 한숨을 쉬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밤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2시간을 넘게 달려 연구소에 도착했지만,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텅 빈 그 자리가 참혹해 들여다볼 수 없었다. 다음 날 대낮에도 그 참상을 지켜볼 수 없었다.” 영양경찰서 관계자는 “CCTV, 주변 탐문 조사 등을 종합하면 식당 쪽에서 밤 10시 46분쯤 불이 났고, 화재 2시간 전부터 집을 드나든 사람은 없다”고 했다.
 
피해는 무척 크다. 고(故) 김지하 시인이 그려준 난초와 시화 등 문인들의 선물과 도자기 등 개인적으로 아껴왔던 물건들 대부분이 불에 타고 말았다. “그나마 소장 가치가 높은 중요한 책은 개관 예정인 문학관 등에 옮겨 둬 피해를 줄인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화재를 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목조 건물을 지으면서, 화재를 항상 염려했다. 전선을 목재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 고정시키고, 관리인을 따로 둬 건물을 수시로 검사하게 했다. 2010년 이번 화재가 발생한 식당을 새로 지을 때는, 목재 등에 ‘방화 페인트’도 일일이 칠했다. 화재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그는 “목조 건물이라 보험 비용이 월 수백만원 이상 든다는 소식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어쩌면 이 큰 집이 나의 ‘오기’였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예전의 집을 되찾겠다는 욕심. 그래서 과거 집보다 2배 조금 안 되는 큰 규모로 지었다. “집을 짓고 난 다음에 ‘아차’ 싶었어요. 아이들도 방학 때밖에는 못 오고, 직계가족도 생각보다 많아지지 않았어요. 나는 옛날의 우리 집을 꿈꿨던 거죠. 이제 세월이 흘렀는데….같은 규모의 집을 다시 짓지는 않을 겁니다.”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15
  • 채국범의 중단편소설집《노크》가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였다.소설집은 3만여자의 분량 속에 <노크> 등 중편소설 5편과 <날개 돋친 기린> 등 4부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소설집에는 위기에 처한 사회약소군체, 숨겨진 인격장애자, 급속한 도시화 발전 속에 외면된 농민공의 고독과 웨침, 바다로 돌아가 ...
  • 2025-02-05
  • 2025년을 맞이하면서 가장 의미있게 새해를 맞이하는 상징은 소망을 기원하며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하는 게 아닌가 싶다.새해 첫 일출은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의 희망과 꿈을 이루려는 가장 현실적인 바램이고 희망이다.새해 일출을 직접 만나보기로는 매우 오래전의 일이다.그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추위를...
  • 2025-01-03
  • - 연변작가협회 계획출판 항목 도서《새벽, 그 신성한 이름을 마주하면》은 연변작가협회 계획출판 항목의 지원으로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시집이다.시집 《새벽, 그 신성한 이름을 마주하면》에는 작자가 지난 세기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창작한 시 113수가 수록되여있다. 작자의 생활 궤적을 바탕으로 한 이 ...
  • 2024-11-19
  • 광주 남녕으로 가 ‘2024 중국문학 성전·준마상의 밤’ 시상식에 참가한 연변의 김영건, 정봉숙 작가가 준마상 영예를 안고 18일 저녁에 귀향했다.연변조선족자치주당위 상무위원이며 선전부 부장인 김기덕이 공항으로 나가 맞이했다. 김기덕은 김영건, 정봉숙 작가의 수상을 열렬히 축하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준마...
  • 2024-11-19
  • 《중국현대시인문고》(1~5권) 출간기념식 길림서   《중국현대시인문고》 편집위원회에서 주최한 《중국현대시인문고》(1-5권) 출간기념식이 저자들과 길림, 연길, 할빈, 심양 등지의 주류문단에서 왕성한 시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한족, 회족, 만족, 조선족 등 현대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9월 1일 길림시에서 진행되...
  • 2024-09-02
  • 7월 31일, 제13회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준마상 평의심사위원회는 투표표결로 25부의 수상작품과 5명의 번역상을 산생시켰다. 연변작가협회에서 추천한 김영건의 시집 《류신동 산새는 겨울산에서 운다》와 정봉숙의 번역작품 《위씨네 사당(魏氏祠堂)》이 수상의 영예를 지녔다. 제13회 준마상 응모작품은 소수민족작가...
  • 2024-08-01
  • 연변작가협회 계획출판프로젝트 도서로 시인 김학송의 신간 시집 《가을의 눈》이 최근 연변인민출판사에 의해 출간되였다.도합 9부로 나뉘여 228수의 시가 수록된 시집 《가을의 눈》은 주제와 소재의 다양성, 예술수법의 전위성으로 특히 주목된다.조선족 서정시의 정통성과 모더니즘시의 접목을 시도한 탐구정신이 ...
  • 2024-06-19
  •   《외투》의 작가 고골리 줌파 라하리의《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읽으면서 꼭《외투》를 읽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외투》가 주인공의 생명을 구해 주었고 그는 아들에게‘고골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으며 아들...
  • 2024-06-19
  • 김장혁 작가 동화아동소설선집《괴물 클론바우 모험기》펴내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을 비롯한 묵직한 저서들을 거창하게 쏟아내며 우리 문단에서 다산 작가로서의 립지를 굳혀온 김장혁 작가는 최근 동화아동소설선집《괴물 클론바우 모험기》를 펴냈다. 이는 그의 30번째 문학저서이며 이로써 30여년간 총 9...
  • 2024-05-08
  • 연변조선족아동문학연구회(회장 김장혁)에서 주최하고 향항골든해양항운그룹에서 후원한 제2회 새별아동문학상 시상식 및 아동문학세미나가 5월 5일 연길에서 펼쳐졌다. 제2회 새별아동문학상은 1월부터 4월말까지 평론 2편, 아동소설 1편, 동화 4편, 동시 40편을 응모받았고 평의를 거쳐 리영철의 동화 , 림철의 평론 , 박...
  • 2024-05-08
  • 2023년 한해 동안 대련조선족문학회는 림창길 회장을 포함한 문학을 애호하는 ‘글쟁이'들의 노력하에 기꺼운 성적을 따냈다. 소설, 시, 수필 등 200여편(수)을 우리 말 여러 간행물에 발표했고 《연변문학》, 《장백산》, 《청년생활》 등 잡지에 대련지역특집을 냈으며 료녕성조선족문학회 문학상 공모에서 김혜자와 강매...
  • 2023-12-29
  • 감언리설에 속히워총칼 위협에 등 밀려숨 막히는 철갑 속에 갇히운 채몇천리 몇만리를 끌려가이름 모를 심산속에 던져진 인부들그 곳은 러시아를 마주한변경 지대의 심심산골이였다일제의 야망이 깔린어둠컴컴한 인간 지옥이였다헤여날 길 없는인부들의 암담한 신세에가슴이 뻥 뚫린 밀산은검붉은 피를 왈칵왈칵 토했고울분...
  • 2023-12-26
  • 지난 세기 80년대초, 그때까지 나는 단 한번도 누구를 상대로 한어로 대화라는 것을 해본 적도, 해볼 수도 없었다. 이런 내가 열시간도 넘게 기차를 타고 연변을 쑥 벗어나 머나먼 사평시를 향해 대학교로 가는 길에 올랐다. 그때의 그 막막하고 불안했던 심정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 나는...
  • 2023-12-26
  • 집안시를 방문한 연변가사협회 탐방단 일행과 집안시조선족로인협회 회원들. 천고마비의 계절인 지난 9월 22일 연변조선족자치주가사협회는 집안시조선족문화관의 초청을 받고 20명 회원들을 조직해 회장 김광룡과 당지부 서기 채선애의 인솔하에 압록강반의 진주로 불리는 집안시에 대한 탐방을 하고저 이른 아침에 연길동...
  • 2023-10-17
  • [본사소식 김창영 기자, 김인국 특약기자] 료녕성 조선족 문학인들의 정기모임인 료녕성조선족문학회 2023년 문필회가 문학회 근 40명 회원들과 북경, 연변, 길림, 장춘, 할빈, 목단강 등 지역의 초대문인 1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심양기반산온천휴가호텔에서 진행되였다. 료녕성조선족련의회에서 주최하고 료녕성조선...
  • 2023-10-17
  • 【장백문화 시의 려행5】시월의 단풍 꽃보다 아름답네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 문학답사    가을은 시상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이다. 연변작가협회 시가창작위원회와 연변장백문화촉진회에서 주최하고 화룡시문화관과 안도현 량강진 영홍촌(소영자)에서 주관한 '장백문화 시의 려행 5' '시월의 ...
  • 2023-10-17
  • 제20회 백화문학상(百花文学奖) 시상식이 19일 천진에서 개최되였다. 이번 백화문학상에는 단편소설상, 중편소설상, 장편소설상, 산문상, 공상과학문학상, 웹문학상, 영화 및 드라마 각색가치상의 7개 부문의 상이 있으며 총 39개의 작품이 수상했다. 그중 조선족 작가 김인순은 《오노선생(小野先生)》이라는 작품으로 단...
  • 2023-09-20
  • 송이와 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한 송이문학축제 제막식 한 장면. 훈춘시 밀강향 중강자촌에서는 당지에서 나는 송이와 문화를 접목시켜 향촌 생태문화 진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에 전자잡지 《백천문학》과 손잡고 작가들의 창작기지로 거듭난 이 촌에서는 연변시인협회, 훈춘시작가협회, 연변조선언어문화진흥회 ...
  • 2023-09-19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