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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남자들의 '눈물 모임'
일본서 시작해 한국 상륙 여성과 경쟁하며 자란 세대
울면 안 된다는 강박 적어 실컷 울면 건강에도 좋아
지난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 30~4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 모여들었다. 카페 입구엔 일반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11명의 남성들은 간단한 수인사를 나눈 뒤 익숙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시계가 오후 2시를 가리키자 별다른 얘기 없이 빔 스크린에서 영화 상영이 시작된다. 이들은 4주에 한 번 이렇게 모여 함께 영화를 본다. 언뜻 보면 평범한 영화 동호회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 본 영화 제목을 보면 속사정이 얼핏 보인다. '국화꽃 향기' '아이엠 쌤' '아이 캔 스피크', 이날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만든 '21그램'을 함께 봤다. 모두 슬프거나 비극적인 내용의 영화이다. 이들 앞에는 손수건이나 일회용 휴지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영화가 시작된 지 채 10분이 지나기 전 한 남성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휴지를 손에 쥔 이가 늘어나더니 주인공 숀 펜이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는 장면으로 치닫자 울음바다가 됐다. 영화가 끝난 후 10여 분이 지날 때까지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이 벌게져 함께 훌쩍대는 이들은 슬픈 영화를 보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한국판 '루이카쓰(淚活)' 모임 회원들이다.
루이는 눈물, 카쓰는 활동을 뜻하는 일본어로 함께 모여 우는 일을 일컫는다. 일본 내에선 2013년 한 모임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확산돼 사회적 이슈가 됐다. 2016년 도쿄에선 '나키페스(울음축제)'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리기도 했는데, 우리 돈으로 5만원이 넘는 입장료가 있었음에도 350여명이 참가해 함께 눈물을 흘렸다. 주로 일이나 스트레스에 지친 남성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날 한국판 루이카쓰 모임에 참석한 이들 역시 모두 남성이다.
미디어에서도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상사의 타박, 원만하지 못한 가정생활, 동료와의 갈등부터 때로는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는 남성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40대 배우 김명민이나 오지호가 부쩍 눈물이 늘었다고 고백하고, 30대가 된 빅뱅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들은 왜 울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30~40대 남성은 어려서부터 여성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강인함에 대한 요구나 부담이 적은 세대라는 점을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은 남성 지배적 사회에서 살면서도 월등한 여성들과 경쟁을 하며 산 세대"라며 "남성이 항상 여성을 이기고, 누군가를 보듬어 주는 등의 역할에 덜 구속돼 있다"고 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덜 강하다는 말이 아니라 이에 대한 강박이 적다는 것이다.
3개월 전부터 모임에 참석했다는 조모(39)씨는 "예전보다 울음이 많아졌지만 창피하고 익숙지 않아 참기만 했다"며 "이곳에서 한참 울다 보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런 '정서적 눈물'을 흘리는 것은 건강에도 이롭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런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담겼는데, 미국 뉴욕 빙엄턴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이 호르몬은 심장마비와 뇌질환 등을 예방한다고 한다. 마음이 느끼는 대로 울면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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