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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100일] "더이상 참지 않겠다" 미투가 불러온 변화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5월9일 09시04분    조회: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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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상담 1만139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과도한 펜스룰·풍자 앱 개발 등 본질 흐리는 반발 움직임도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전체대표자회의'에 참석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미투 운동에 대한 역할 및 계획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올해 1월 말 창원지방검찰청 소속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자신을 숨겨야했던 많은 약자들이 이제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과도한 펜스룰(Pence Rule·여성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면서 명과 암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보복이나 주변인들의 반응, 2차 피해가 두려워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입을 닫아야만 했던 피해자들의 태도다. 어느 곳에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던 수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이 같은 세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2차 피해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하는 범사회적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미투(me too)운동을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성평등을 촉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실제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와 여성긴급전화1366(이하 1366)의 지난 1~3월 전국 이용 건수를 집계한 결과, 1만139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바라기센터의 1분기 상담 건수는 총 442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 증가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모든 여성폭력 피해를 상담하는 1366에서도 성폭력 상담 건수가 총 6963건으로 51%나 늘어났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신고와 상담을 통한 '미투'의 증가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에 힘을 받은 여성들이 성폭력 문화에 대해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반성폭력 문화를 향한 집단적 움직임"이라며 "미투 운동과 이에 대한 대중들의 '위드유' 지지가 기반이 돼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와 상담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사회적으로 미투 열풍이 들끓으면서 부작용도 다소 나타났는데, 남성들의 과도한 펜스룰이 단적인 예다.

펜스룰은 성 추문에 휩싸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여성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과거 발언에서 유래한 용어다. 성적 논란으로 인한 불필요한 도덕적 비난들을 피하려는 것이 본래 취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회식에서 여성을 배제하고 업무지시를 메신저로 하는 등 여성과의 대화를 일절 단절하는 형태로 변질돼 나타났다. 미투운동을 악용한 몇몇 사례들로 인해 자신도 피해자로 지목될 수 있다는 불안함이 남성들을 펜스룰로 내몬 셈이다.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성폭행과 성희롱에 관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이를 풍자하는 듯한 각종 모바일 앱이 등장하기도 했다. 각종 성범죄 사건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에서 개발된 ‘원나잇 계약서’라는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성인 남녀가 잠자리를 갖기 전에 미리 계약서를 쓴다는 것인데 이용자들은 ‘신선하다’, ‘여성을 잠재적 꽃뱀으로 취급한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미투 운동을 통해 그동안 꽁꽁 숨겨져 있던 진실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긍정적인 바람과 함께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지만, 그 본질이 훼손되는 이면도 존재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투운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미투운동의 취지와 의미에 공감을 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성별 및 연령에 따른 온도 차이는 확연했다. 여성(90.8%)에 비해 남성(78%)의 공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젊은 남성일수록 미투 운동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20대 68.8%, 30대 76.8%, 40대 80%, 50대 86.4%)이 뚜렷했다.

다만 미투운동의 사회적 영향력도 상당히 크다는 데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69.3%가 공감대를 표시한 것은 미투 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임을 입증한 것이다. 현재의 ‘미투운동’이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도 69.2%로 거의 같은 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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