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엄마·아빠 이혼···자기는 모르는 걸로 해달라는 딸, 왜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30일 12시47분    조회:130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더,오래] 장연진의 싱글맘 인생 레시피(16)
엔도 도시히코 교수는 양육자의 존재가 아이들에겐 중요하지만 엄마가 아니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며 "어린이는 의외로 늠름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자란다"고 말했다. [사진 pixabay]

부모와 자식 관계를 연구하는 엔도 도시히코 도쿄대학 교수가 양육자의 존재는 어린이의 심신 발달에 중요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엄마가 아니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며 한 말이 있다. “어린이는 의외로 늠름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자란다.” 

신문 기사로 그 대목을 읽는데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 떠오르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더불어 아이들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개방적일뿐더러 스스로 존엄성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도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엄마, 아빠와 이혼한 거 맞아?" 
그날 아침 둘째가 눈물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이혼했어?”가 아니라 “이혼한 거 맞아?”라고 묻는 말에 바로 전날 추석에 제 사촌으로부터 무슨 소릴 들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올 것이 왔구나! 아빠가 사업차 부산에 장기 출장 가 있다는 내 하얀 거짓말이 5년 만에 들통 나는 순간이었다. ‘거짓말이 외삼촌보다 낫다’고 했던가. 이혼할 때 첫째는 중2라 그나마 이해를 구하기가 쉬웠지만, 겨우 6살밖에 안 된 둘째에겐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둘째가 먼저 울먹거려서일까. 언젠가 아이가 사실을 눈치채고 묻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에 그 상황을 가정하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대본 연습을 했는데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천장을 쳐다보며 몇 번 눈을 깜빡인 뒤, 그동안 엄마가 거짓말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했다. 

그러고는 네가 너무 어려서 충격을 받을까 봐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네가 좀 더 크고 오빠와 우리 셋 아빠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준 뒤 나중에 말하려 했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를 솔직히 들려주었다. 그러자 둘째가 저도 모르게 슬픔이 올라왔을 뿐이라는 듯 곧장 눈물을 훔치더니 대뜸 이렇게 묻는 게 아닌가. 

이혼 사실을 늦게 알게된 둘째가 제일 먼저 한 질문은 "아빠가 생활비 보내줘?" 였다. 11살짜리 아이가 가장 먼저 먹고사는 문제를 물어볼 줄이야. [연합뉴스]

“아빠가 생활비(양육비) 보내줘?” 
부모의 이혼 사실을 몇 년이나 뒤늦게 알아서 그렇다 하더라도, 11살짜리 아이가 가장 먼저 먹고사는 문제를 물어볼 줄이야. 그동안 내가 드라마를 보고 짜깁기한 대본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완전히 깨는 순간이었다. 아빠랑 왜 헤어졌어? 아빠랑 다시 합치면 안 돼? 등 아이는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 따위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럼, 아빠가 누군데!” 
나는 별걱정을 다한다는 듯 능청을 떨었다. 각본상 한 번도 연습한 적이 없는 데도 아이와 눈까지 맞추며. 무조건 내 딸을 안심시키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라는 판단에 ‘애드립’이 술술 나왔다. 솔직히 가슴 저 아래에서 쌓인 응어리가 꿈틀댔지만 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만 줄 수 있다면 그깟 억울함 따위 뭐 그리 대수겠는가. 혹시라도 둘째가 궁금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더 있을세라 내친김에 뭐든 다 물어보라고 했다. 

“엄마, 재혼할 거야?” 
그러자 둘째가 반짝 표정을 바꾸면서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았다. 경계심이라곤 ‘1’도 없는 그 말간 눈망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는 또 혼선이 빚어졌다. 그래서 슬쩍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일단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랬더니 둘째가 뜻밖에도 왜 자기를 신경 쓰느냐며 언제든지 재혼하라고 막 등을 떠미는 게 아닌가! 대신 조건을 달았는데 개를 키울 수 있게 큰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가진 ‘부자’ 남자와 결혼하란다. 평소 드라마에서 넓은 잔디밭이 있는 별장식 주택을 보면 우리도 저런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종알거리더니만. 

둘째는 왜 자기를 신경 쓰느냐며 언제든지 재혼하라고 등을 떠밀었다. 대신 개를 키울 수 있게 큰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을 가진 '부자'와 결혼하란다. [사진 pixabay]

차라리 엄마 보고 재혼하지 말라고 하세요, 속으로 중얼거리며 싱긋 웃었지만, 내 딸이 엄마의 재혼을 뜯어말리기는커녕 자신의 소원을 이룰 기회로 삼을 정도로 개방적이고 실리적일 줄이야. 

그런데 그날 둘째가 먹인 진짜 충격은 따로 있다. “이건 부탁인데 아빠, 오빠, 다른 친척들한테 지금처럼 내가 엄마와 아빠 이혼한 사실 모르는 거로 해줘.” 의아해서 그 이유를 조심스레 물었더니, 아이가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눈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위로받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듣는데 둘째가 금세 눈물을 닦은 뒤 애어른처럼 생활비부터 챙긴 이유를 번득 알 것 같았다. 둘째는 엄마와 아빠의 이혼 사실을 진작 눈치채고 혼자 씩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모른 척했는데, 사촌으로부터 그 사실을 전해 들은 이상 스스로 더 시치미를 뗄 수 없어서 내게 확인했을 뿐. 

내 딸이 자존심이 센 편이라는 걸 익히 알았지만, 엄마인 내게 자존감을 세울 줄이야! 그날 나는 존엄성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본능적으로 자기 존엄성을 지키려 애쓰는 어린 딸에게 신선한 충격을 넘어 동질감마저 느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33
  •   [사진 pakutaso] 기혼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이 부부 사이의 갈등을 풀 수 없으면 헤어지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이나 사별 후에 재혼해서 새 삶을 시작하는 데 대해서도 10명 중 6명꼴로 찬성했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
  • 2019-04-21
  • [오늘의 세상] 20대 아들과 50대 아버지… 요즘 이렇게나 다릅니다 요즘 20대 "셔터맨 어때서...남자만 돈 벌어야해"   한국 강원도 한 대학에 다니는 이모(23)씨는 사업하는 여성을 만나 '취가'하는 게 꿈이다. '취가'는 '취업 대신 장가간다'는 뜻의 신조어다. 이씨는 "여자들도 ...
  • 2019-04-19
  • 저는 이혼을 앞둔 엄마입니다. 결혼한 지 3년 되었고, 이제 돌이 지난 아이가 있습니다. 돌잔치를 할 때까지만 해도 저희 부부가 이혼을 고민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남편 모두 공부만 좋아하고 결혼 생각이 없다가 대학원에서 만나 연애하면서 이 사람이라면 같이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결혼했고...
  • 2019-04-18
  • "기존 가치규범·형식보다 주관적 선택·판단 더 강조 경향"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결혼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견해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미혼남녀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 2019-04-15
  • 서울대-카카오 '안녕지수'측정 월요일보다 더 심한 목요병 가장 행복한 도시 '세종특별자치시' 아픔 가장 많은 20·30대 [ 은정진 기자 ] 한국인들은 1주일 중 어느 요일에 가장 우울해할까. ‘월요병’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월요일의 행복도가 가장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 2019-04-09
  • [도쿄대 등 연구팀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  35~39세 무경험자, 1992년의 '2배' 급증  무직은 7.87배… "경제력 상관관계 있어"  "일본 성 산업, 실생활의 반작용" 분석도] /AFPBBNews=뉴스1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일본에서 40세미만 성인 4명 중 1명은 성 경험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 2019-04-09
  • [청년 미래탐험대 100] [12] 日서 본 고령화 한국의 해법 치매 가족 아픔 겪는 27세 박상현씨   일본 도쿄도 마치다시(市)에 사는 아키노 할아버지의 하루는 오전 11시에 시작된다. 마치다시 동쪽의 아담한 혼다 자동차 대리점에 가서 승용차에 앉은 먼지를 닦으며 하루를 연다. 지난달 29일 찾은 마치다시 혼다 대리...
  • 2019-04-09
  • 보사연 조사결과…전통적 부부 성 역할 고정관념 퇴색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배우자가 있는 기혼여성 10명 중 7명 이상은 '남편은 밖에서 돈을 벌고 아내는 집에서 가족을 돌본다'는 전통적인 부부 성 역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 2019-04-04
  • 미혼남녀 10명 중 5명 이상이 사랑의 유통기한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미혼남녀 407명(남 192명, 여 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미혼남녀 절반 이상(56.0%)이 사랑의...
  • 2019-04-03
  • 60대 “소득 3분의 1로 줄었는데 축의·부의 월 70만원까지 나가” 재취업 힘든데 부양의무 그대로 중산층 줄어들고 하층은 늘어 추락하는 중산층 택시기사 홍모씨가 지난달 15일 서울 도봉구 한 LPG충전소를 나서고 있다. 그는 7년 전 보험회사를 그만둔 뒤 월수입이 3분의 1로 줄었는데도 경조사비로...
  • 2019-04-03
  • 일본 ‘헤이세이’(平成·へいせい,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퇴위 기간 1989∼2019년 연호) 시대는 이름 만큼 평화로운 시기는 아니었다. 일본 내 일각에선 ‘목숨을 잃어버린 시대’라고 혹평할 만큼 끔찍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특히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한 후 10년간 이어진 경...
  • 2019-04-01
  • [더,오래] 장연진의 싱글맘 인생 레시피(16) 엔도 도시히코 교수는 양육자의 존재가 아이들에겐 중요하지만 엄마가 아니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며 "어린이는 의외로 늠름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자란다"고 말했다. [사진 pixabay] 부모와 자식 관계를 연구하는 엔도 도시히코 도쿄대학 교수가 양육자의 존재는 어...
  • 2019-03-30
  • [성폭행 피해자의 입은 누가 막았나? ①]  시간당 3.4건 발생하는 성폭행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 해바라기센터 "피해당하고도 죄책감 느끼는 피해자…2차피해 우려에 위축" 변호사 "강간죄&nb...
  • 2019-03-30
  • [토요판] 신지민의 찌질한 와인 ④ 와인 모임 만들기 “와인 같이 마실 사람이 필요해서 결혼해야 하나 싶어.” 언젠가 집에서 혼자 와인을 마시다가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혼자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기엔 부담이 됐고 남기기엔 맛이 변질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 혼자 한 병을 못 마시는데 둘...
  • 2019-03-29
  • ‘100세 시대’를 맞아 경로당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 보은군에는 ‘80세 이하 입장 불가’를 못 박은 특별한 경로당이 있다. 이름하여 ‘산수(傘壽) 어르신 쉼터 상수(上壽) 사랑방’, 80세를 뜻하는 산수와 100세를 의미하는 상수를 아우른 명칭이다. 초고령자 전용 ‘산수...
  • 2019-03-27
  •   [사진=픽사베이] /사진=fnDB 우리나라 미혼인구 비율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성 교제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고려할만한 20∼44세 미혼남녀 가운데 실제 이성 교제를 하는 사람은 10명 중 3∼4명에 불과하고, 이런 낮은 교제율도 30∼35세를 기점으로 뚝 떨어지는 것으로...
  • 2019-03-25
  • 주거비용 급증 탓…결혼과 출산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많은 청년세대 신혼부부가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많게는 억대의 빚까지 지는 등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등골이 휘고 있다. 주거비용이 청년세대의 근로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24일 한국...
  • 2019-03-24
  • 男 '금전적 부담'·女 '자유로움 잃기 싫어' 비중 상대적으로 높아 결혼 계획, 혼전 동거 (PG)[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이성 교제를 하지 않고 있는 미혼남녀는 왜 이성과의 만남을 하지 않는 걸까? 그 주된 이유를 두고 남녀 간에 미묘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23...
  • 2019-03-23
  • [사진=픽사베이] /사진=fnDB 한국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은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오랜 가치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혼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
  • 2019-03-21
  •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 회사 홈피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지난해 12월 1일 캐나다가 미국의 부탁으로 멍완저우(孟晚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을 때, 국내의 독자들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멍완저우가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이라는데 왜 성이 다르냐는 것이었다. 런정페이는 딸이 자...
  • 2019-03-21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