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마케팅 회사 직원인 김모씨(31)는 지난 3월부터 퇴근 후 재테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직장 내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과도한 업무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김씨는 조기 은퇴를 목표로 투자 공부에 나섰다. 김씨는 "일을 해도 성취감이 없어 힘들다"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지겹고, 개인 사정 등으로 연차를 사용할 때마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스트레스"라고 털어놨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 직장을 벗어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재테크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조기 은퇴를 꿈꾸는 이른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어족은 30대 후반 혹은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공격적인 투자로 목돈을 만드는 등 경제적 독립을 하려는 이들을 지칭한다.
최근 신한은행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를 보면 파이어족의 비율은 20·30세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에서 '30·40세대에 은퇴하겠다'는 응답은 6.4%로 40대(1.4%)보다 6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30세대 파이어족이 생각하는 은퇴 예상 평균 연령은 41살이었다.
특히 파이어족을 원하는 이들은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보다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1.6배, 가상자산에 2배 더 많은 자산을 예치하고 있었다. 이는 빠른 은퇴를 위해 단기간에 자산을 불리고자 고위험, 고수익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파이어족 관련 게시물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파이어족이 되는 게 꿈이다. 지금은 한낱 월급쟁이에 불과하지만 지금 받는 연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 40대에 은퇴하는 게 목표"라며 "요즘은 주식이나 코인 등을 통해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벌지 않나. 열심히 일하고 월급만 꼬박꼬박 받는 저 자신이 바보 같다"고 했다.
다만 최근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이어족을 꿈꾸며 고위험 투자에 집중하다가 되레 빚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대출자 중 취약 차주 비중은 6.6%로, 다른 연령층 평균(5.8%)을 웃돌았다. 취약 차주는 3곳 이상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소득 하위 30% 이하 저소득층이나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차주를 뜻한다. 청년층의 채무 배경에는 부동산 투자와 주식, 가상자산 등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파이어족 열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파이어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다면 앞으로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비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현재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잠시 파이어족 열풍이 주춤할 수는 있다. 그러나 파이어족을 향한 젊은층의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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