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던 가수 송대관 씨(69)에게 담당 부서의 수사팀장이 수사 진행 상황을 유출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감찰에 나선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피의자에게 담당 경찰이 수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
송 씨와 부인 이모 씨(62)는 캐나다 교포 A 씨(54·여) 등 2명에게 충남 보령시 남포면 땅 일부를 ‘대규모 개발 예정지’로 속인 뒤 토지 분양금 명목으로 5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4월 피소돼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12월 31일 송 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용산경찰서 소속으로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경제1팀장인 A 경감은 경찰서에 소환된 송 씨를 조사실에서 일대일로 만나 “지금 일부 분양 대금이 투자신탁이 아닌 다른 계좌로 입금된 것까지 드러났다. 계좌 추적까지 됐다”고 전하며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는 것. A 경감이 송 씨에게 수사 진행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전달한 정황에 대해 근거 자료가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경찰서는 해당 사항에 대해 “자체적으로 감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A 경감은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담당조사관이 휴가 중이었던 날에도 그의 허락 없이 서랍을 열어 검찰 지휘서 및 피해자 진술서 등을 복사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경찰 관계자는 “A 경감이 부하 직원에게 담당 조사관의 서랍을 열도록 지시한 뒤 직접 서류를 꺼내 복사하고 다시 원본을 서랍에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사관이 휴가 가기 전날 검사한테 지휘서가 내려온 게 있었다. 그것과 피해자 관련 진술 서류를 복사해간 것 같다. 촌각을 다투는 사안도 아니고 담당 조사관이 하루 쉬는 것인데 허락을 받지 않고 가져가 이상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송 씨의 부인 이 씨가 용산경찰서로 갑자기 찾아와 ‘수사 이따위로 할 거냐’고 욕하고 소리 지른 적이 있는데, 수사 진행 상황을 몰랐다면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부서 B 경위는 송 씨 측에 수사 시간을 지연하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송 씨 측에 전화로 “이런 경우에는 서울청(서울지방경찰청)에 진정을 넣으면 된다. 시간을 끌려면 여기저기에 진정을 넣어라”라고 이야기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 경감은 본보 기자에게 “내가 뭐가 아쉬워서 수사 진행 상황을 유출하느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수사 기록을 복사해 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가면 알려줄 것을 왜 복사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B 경위도 “전혀 그 사람들(송 씨 측)을 모른다. 고소된 사항도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동아일보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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