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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리고, 만지고, 벗고, 기고…'19금 코드' 걸그룹 너무 나가네!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2월1일 10시20분    조회:1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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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콘셉트 댄스와 뮤직비디오로 인지도 높이기 올인
한 해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그룹의 생존 고육책?

걸그룹 걸스데이는 ‘섹시 콘셉트’를 내세워 데뷔 5년 만에 정상에까지 올랐다. 이들은 데뷔 초만 해도 별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노출 마케팅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2011년 2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강남역 뽀뽀녀’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떴다. 두 명의 여성이 강남역 주변 길거리에서 상인이나 행인들의 볼과 손등에 뽀뽀를 해주겠다고 나서는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신분이 밝혀졌다. 데뷔를 앞둔 신인 여성 듀오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은 더욱 뜨거워졌다. “일종의 프리허그인 줄 알았는데 속았다”, “마케팅 방식이 잘못됐다”는 부정적인 의견부터 “홍보를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동정 의견까지 다양했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강남역 뽀뽀녀’는 세인의 관심을 끌었지만 주인공인 듀오 가수는 데뷔 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지난 1월 11일, 서울 신천역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그 동영상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고영은(가명·26) 씨를 만났다. 깡마른 체구에다 뚜렷한 이목구비의 고씨는 멀리서 보기에도 눈에 띄는 외모를 가졌다.

비난보다 더 무서운 건 무관심?

고씨는 데뷔 전까지 연습생 생활을 5년 동안 거쳤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수를 꿈꾸었다. 노래 부르고, 춤추는 일이 그에겐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 평생 이 일을 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돈도 벌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마침내 연습생 2년차 때 앨범을 내면서 정식 데뷔했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당시 프리허그가 굉장히 이슈가 될 때였죠. 그래서 기획사에서 우리를 띄우기 위해 강남역에서 시민들에게 포옹과 뽀뽀를 하는 콘셉트를 잡은 거예요. 솔직히 저는 그걸 하기가 너무 싫었죠. 홍보도 좋지만 처음 보는 분들에게 신체적 접촉을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내몰리듯 하긴 했는데 인터넷 게시판에 악플이 어찌나 많이 달리던지 그때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그 때문인지 오히려 앨범도 잘 안되고, 결국 소속사를 나오게 됐죠.”

최근 고씨는 한 음반 제작자와 손잡고 새로운 앨범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걸그룹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트로트 가수로 방향을 틀었다. 요즘처럼 수많은 걸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별다른 희망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씨는 “수명이 짧은 걸그룹을 하기에 나이가 너무 찼고, 경쟁이 너무 치열해 불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데뷔한 아이돌그룹은 ‘레이디스코드’, ‘베스티’ ‘소년공화국’ 등 모두 20개 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들 중 활동이 두드러지는 그룹을 찾기는 어렵다. 2년 전인 2012년에는 더 많은 50여 팀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 중 살아남은 그룹은 현재 5팀가량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작자들은 아이돌그룹이 데뷔해 이름을 알리고, 인기를 끌게 될 확률이 벤처기업으로 성공하기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한다. 한 기획사 대표는 “복불복에 가깝다”고 말했다. 보컬, 댄스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는 더블제이 컴퍼니의 이정희 대표는 “긴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해도 이름을 알리는 그룹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요새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걸스데이’도 5년 동안 꾸준히 활동한 끝에 요즘에서야 전성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일부 걸그룹은 생존을 위해 과다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섹시 모드’의 범람이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4인조 걸그룹 ‘걸스데이’가 대표적이다. 걸스데이는 올 1월, 데뷔 5년 차에 접어드는 중견 아이돌로 처음으로 음악방송에서 1위에 오르는 감동을 맛보았다. 2010년 데뷔한 이들을 데뷔 초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여자 대통령’으로 주목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물오른 몸매를 맘껏 과시하며 각 방송사의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1 아이돌 그룹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걸그룹은 지나친 ‘노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1월 3일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가 강남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컴백 쇼케이스에서 공연하고 있다. 2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3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열린 걸그룹 타히티의 공연 무대. 3 걸그룹 애프터스쿨은 폴댄스를 선보이며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판박이 ‘섹시 코드’ 범람

‘레인보우 블랙’은 한 발 더 나아가 멤버들의 세미 누드를 공개하기도 한다. 걸그룹의 섹시코드는 무대 위의 공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몇몇 걸그룹은 무대 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가슴과 다리 등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댄스가 부쩍 늘어났다. 짧은 핫팬츠를 입은 채 다리를 과도하게 벌리는 소위 ‘쩍벌춤’이나 성행위 자세를 연상케 하는 몸짓은 댄스 콘셉트에서 양념처럼 등장한다.



 
지난해 10월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혼성 듀오 ‘트러블메이커’.
혼성 듀오 ‘트러블메이커(현아, 장현승)’도 지난해 10월 ‘내일은 없어’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뮤직비디오는 현아의 란제리룩, 장현승과의 베드신·키스신 등을 선보이며 ‘19금’ 판정을 받았다.

아이돌들의 노출 수위가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이혁준 대중문화평론가는 “노출이 자신의 콘셉트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지만 똑같은 콘셉트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엔 걸그룹뿐 아니라 모든 아이돌이 노출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노출 위주의 티저영상을 내보내고, 이후에 검색어에 오르내리다가 음원차트에서까지 1위를 하게 되는게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성공공식’이거든요. 많은 가수가 이 공식을 따르다 보니깐 가요계의 다양성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죠.”

 
2011년 방송된<슈퍼스타K3>에 지원한 인파. 아이돌 그룹들은 데뷔 전 연예인 지망생일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연습생 거쳐 데뷔할 확률은 0.1%

업계에서는 걸그룹의 경우 ‘노출 전략’이 대중의 시선을 끄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걸그룹들이 야한 안무를 선보이면 처음에는 일단 비난이 쏟아지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검색 순위가 높아지는 등 이슈를 끌게 된다”며 “연예인들에게 제일 무서운 건 비난보다는 ‘무관심’이기 때문에 기획사로서는 ‘노출 마케팅’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혁준 대중문화평론가는 기획사들이 의무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노출만큼 쉽고, 빠른 방식이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결국 가수가 ‘롱런’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노출을 했다고 성공을 하는 건 아니에요. 일부 아이돌 그룹의 노출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저질스럽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대중들도 함께 받는다고 생각해요. 결국 문화와 가요의 주인은 대중이거든요. 대중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의 노출을 했다가 망한 그룹이 여러 팀 있어요. 과도한 ‘벗기 경쟁’보다는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콘셉트를 고민해야 오래갑니다.”

아이돌 그룹들의 치열한 경쟁은 TV 브라운관 안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데뷔 전 기획사 연습생 시절부터 ‘그들 만의 리그’가 펼쳐진다. 지난해 1월 중순 국회인권포럼이 주최한 ‘연예인 지망생 인권실태 및 보호방안’에 대한 세미나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예기획사는 1천 곳, 연예인 지망생은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2년 7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청소년 10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망하는 직업인에서 연예인(14.8%)이 교사(15.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근 한류열풍과 함께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연예인 지망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씨처럼 ‘불안한 미래’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연습생들도 점점 늘어난다. 연예인 지망생은 좁은 의미로서는 기획사 연습생을 뜻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연기학원, 댄스학원 등 아카데미 수강생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이다.


위약금 때문에 발 묶이기도

특히 가수 지망생들 사이에서 ‘기획사 연습생’은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다. 가수들은 춤, 노래 등 배워야 할 것이 많으며 그룹 활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거쳐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연기 전문 기획사들은 연습생들보다는 광고모델 등을 경험한 이들 중에 자질이 보이는 이들을 골라 키워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고은(가명·19) 양은 댄스학원에서 6개월 동안 연습을 하다 지난해 가을부터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다.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 그룹 포미닛, 비스트 등이 소속된 대형 기획사다. 그는 1주일에 5일을 연습실로 출근을 해 노래·연기·외국어 등 다양한 수업을 받는다.

윤양은 생각보다 빨리 연습생이 돼서 기뻤다고 말한다. 학원에서 2~3년 넘게 연습해도 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친구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윤양을 부러움의 눈으로 쳐다보는 이유다. 하지만 윤양은 요즘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기획사에 들어갔다 해도 언제 데뷔할지 알 수가 없다. “연습생 생활을 3~4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데뷔하지 못한 언니들을 여러 명 봤다”며 “큰 기획사에 들어왔다고 해서 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획사 연습생을 거쳐 데뷔까지 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소규모 연예기획사를 운영 중인 김진우(가명·40) 씨는 “연습생 10명이 있다고 하면 그중에 2~3명 정도만 데뷔하며 그중에서도 1명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며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덕민 변호사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연예인 지망생 인권실태 및 보호방안’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연예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2012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은 50여 팀으로 한 팀 멤버를 평균 5명이라고 할 때 인원 수는 250여 명에 불과합니다. 여기다 신인 연기자, 솔로 가수를 포함해도 연예인 지망생으로 추정되는 100만 명 중 0.1%에도 못 미치는 확률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연습생이 방치된다.

이정희 더블제이 컴퍼니 대표는 “데뷔는 하지도 못하고 기획사에 소속된 채 수년 째 연습만 하고 있는 친구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획사마다 연습생 생활을 하는 애들이 넘쳐나요. 사실상 썩고 있는 셈이죠. 물론 오랜 기간을 거쳐 데뷔한 2AM의 조권 같은 친구도 있죠. 8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죠.”

현재 보컬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조재원(가명·30) 씨는 한 소규모 기획사에서 2년가량 연습생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조 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는 게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는 연습생 관리를 잘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있었던 곳은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시켜주지 않았어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견디기엔 눈치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데뷔를 하지 못하면 일단 무시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거든요. 그걸 견디기가 힘들어 결국 연습생 생활을 그만뒀어요. 오히려 가수의 길을 가기보다 트레이너로 일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해졌어요.”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들 중에는 진로를 바꾸려 해도 위약금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부 기획사는 회사를 떠나려는 연습생들에게 위약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연습생 정지은(가명·17) 양은 최근 1억5천만 원의 위약금을 물고 결국 소속사를 나왔다. 그는 3년 동안 이 회사에서 연습생으로 있다가 지난해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팀이 뜨지 않자 정양은 눈밖에 났다.

소속사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트레이닝을 해주고 정양을 그대로 방치하다시피 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을 수가 없었다. 미래가 막막해진 정양은 결국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회사에서는 기획사를 나가려면 지금까지 그에게 들어간 트레이닝 비용, 식비 등 2억 원의 위약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결국 정양의 아버지가 소속사랑 협의를 통해 1억5천만 원을 내기로 하고 결별했다.

정양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이정희 대표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연습생들은 위약금을 물고 나오기가 불가능한 일”이며 “나이를 먹은 연습생은 회사를 나와도 막상 할 게 없기 때문에 연습생 신분으로 허송세월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습생들 중에는 수년간 연습만 하다가 데뷔도 하지 못하고, 꿈을 접는 경우도 많다. 박선주(22·가명) 씨가 그런 경우다. 박씨는 6개월 전부터 인천의 한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그도 대형 기획사에서 5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7시간 동안 춤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는 보컬트레이닝 수업을 받고 싶었지만 노래 실력보다는 춤, 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소속사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오직 가수 데뷔라는 목표를 갖고 5년간의 힘겨운 연습생 생활을 이겨냈지만 지난해 데뷔를 코앞에 놔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자신들을 뽑은 임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데뷔를 3개월 앞두고 팀이 깨진 것이다. 임원진이 교체되면서 그는 한순간에 회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나왔다. 그는 그 일로 충격을 받아 아예 가수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종합예술학교 SAC타워에서 열린 ‘JYP 연습생 공채 10기 오디션’에서 연습생 후보자들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연습생들

박씨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정희 대표는 “사실 박씨처럼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다가 그만둔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연습생들 중에서 그래도 실력이 있는 친구들은 댄스·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도 찾기가 힘든 게 냉정한 현실이죠. ‘대형 기획사 연습생 출신’이라는 닉네임 정도를 가져야 트레이닝 분야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경우 식당 서빙과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죠. 학창시절 내내 춤과 노래에만 매달렸는데 그 친구들이 알바 외에 다른 직업을 갖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아이돌그룹으로 데뷔를 꿈꾸는 고영은 씨가 트로트 장르를 진로를 바꾼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고씨는 “어렸을 때부터 이거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길을 가고 싶어도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부모님께서도 이제 그만하고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세요. 언제까지 엄마·아빠가 뒷바라지만 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세요. 시집갈 돈이라도 벌어서 시집을 가라는 말씀도 하시고요. 그런데 막상 취직준비를 한다고 하면 막막해요. 하도 답답해서 쇼호스트 학원도 다녀보고 했어요. 그런데 제 나이 또래 호스트는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연예인을 준비하다가 잘 안되면 다른 걸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제 나이도 많은데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싶어요.”

고씨의 꿈은 가수로 활동하며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수입이 생기면 어머니에게 스카프도 선물하고, 화장품도 사드리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또한 고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그러나 비싸서 한 번도 사드리지 못한 소곱창을 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또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하기에도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가수이기 때문에 포기하기엔 어렵다”며 “이제는 적은 나이도 아니니 꼭 성공을 해서 부모님에게 힘이 돼드리는 게 인생 목표인데 솔직히 잘될지 안될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중앙일보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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