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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도 진화한다. 복수·불륜·출생의 비밀 등은 이제 너무 뻔하고 흔한 소재다. 최근 드라마엔 빙의·페이스오프·유체이탈 등 상상을 초월하는 소재와 설정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을 의심하게 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상파 드라마의 막장 논란은 식을 줄 몰랐다. '백년의 유산' '오로라 공주' '루비반지' '왕가네 식구들'까지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욕드(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지만 개연성 없는 이야기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역대 방송한 지상파 드라마 중 최악의 막장 드라마는 무엇일까. 리서치 전문 사이트 소비자 리서치패널 틸리언(www.tillionpanel.com)을 통해 총 1만 25명의 네티즌이 설문에 참여했다. 본문에는 7위까지만 소개한다. 8위는 SBS '조강지처클럽' (이하 투표율 2.6%), 9위는 MBC '밥줘' (1.5%), 10위는 MBC '있을 때 잘해' (0.8%)가 차지했다.
▶1위 MBC '오로라 공주'(13)
투표율: 5107명 (50.9%)
작가: 임성한
평균시청률: 15% (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명불허전 임성한'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주인공 전소민(오로라)을 둘러싼 주요 등장인물 12명이 돌연사·이민·교통사고·유체이탈 등 갖가지 이유로 하차해 '임성한의 데쓰노트'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애완견 떡대까지 임성한의 데쓰노트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오창석(황마마)은 전소민과 이별한 후 대뜸 '스님이 되겠다'며 출가를 선언하고 동성애자인 송원근(나타샤)은 108배를 하고 이성애자로 바뀌는 등 어이없는 설정들이 이어졌다. 게다가 혈액암 4기에 걸린 서하준(설설희)이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황당무계한 대사를 남겨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어이없는 말풍선 자막까지 등장했다. 이모티콘과 채팅용어로 이루어진 자막이 떡 하니 등장하는가하면 애완견 떡대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말풍선까지 붙었다. 'ㅈㄹ풍년이에요'라는 욕설 자막 논란까지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 종합세트'였다.
▶2위 SBS '아내의 유혹'(09)
투표율: 1331명 (13.3%)
작가: 김순옥
평균시청률: 26.9%
막장계의 전설로 남을 드라마다. 죽은 줄만 알았던 조강지처 장서희(구은재)가 살아돌아와 자신을 버린 남편 정교빈(변우민)과 친구 김서형(신애리)에게 복수한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변우민은 결혼까지 했던 장서희가 눈 밑에 점 하나를 찍었다는 이유로 알아보지 못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성형수술 하나 없이 이뤄낸 쾌거(?)다. 등장인물들의 급작스런 심경변화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서형은 온갖 악행을 일삼다 위암으로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고 180도 다른 사람이 됐다. 그간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택하고 이를 말리던 변우민도 함께 물에 빠져 죽었다. 불륜과 복수로 시작해 출생의 비밀, 불치병 등 '막장' 소재의 정석을 밟아가며 마침표를 찍었다. 방송 당시 시청자들로부터 배우들의 호연이 아깝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청률은 줄곧 고공행진이었다.
▶3위 KBS '왕가네 식구들'(14)
투표율: 886명 (8.6%)
작가: 문영남
평균시청률: 36%
'막장 작가계' 맏언니 문영남 작가의 작품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어처구니 없는 캐릭터와 황당한 설정으로 시청률 40%대를 찍었다. 오디션을 통해 며느리를 구하는 '막장 시아버지(이병준)'부터 사위를 능력에 따라 차별하는 '밉상 장모(김해숙)'까지 보기만 해도 혈압이 치솟는 캐릭터가 수두룩하다. 억지 설정과 이혼·불륜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 대해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 만취해 잠든 아내(이태란)와 성관계를 맺어 임신을 하게 하는 남편(오만석)은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할머니(나문희)와 어머니(이앙금)의 싸움을 말리다가 유산하는 딸(이태란)의 모습 등 상식 선에서 이해 되지 않는 설정이 전체 전개의 반 이상을 차지해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다. 이 뿐만 아니라 40회 이상 '답 없는 막장 캐릭터'로 불리던 인물 3명을 한 회에 모두 개과천선 시키는 설득력 떨어지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4위 KBS '루비반지'(14)
투표율: 827명 (8.2%)
작가: 황순영
평균시청률: 13.8%
황순영 작가는 '루비반지'를 통해 막장 작가계의 F4(임성한·문영남·김순옥·서영명)의 명성에 도전하며 막장계의 '샛별'로 거듭났다. 같은 시기 방영했던 '오로라 공주'와 막장 대결을 펼치는 듯 한 모양새였다. 성격과 외모가 전혀 다른 자매 이소연·임정은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과 운명이 바뀐다는 황당한 설정이 시청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평소 언니 이소연(정루비)을 질투했던 임정은(정루나)은 언니의 외모뿐 아니라 언니의 약혼자까지 빼앗고, 들키지 않기 위해 온갖 악행을 일삼아 막장 드라마의 정석 코스를 그대로 밟아 가는 듯 보였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눈물을 보이던 이소연은 모습은 여느 막장 드라마와 같이 '개과천선 엔딩'을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임정은과 포옹하는 이소연의 손가락에는 언니에게 빼앗았던 루비반지가 버젓이 끼워져 있어 결국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하는 악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5위 SBS '신기생뎐'(11)
투표율: 583명 (5.8%)
작가: 임성한
평균시청률: 18%
소재부터 '막장'이다. VIP만을 위한 최고급 기생집이 주요 배경이라는 설정자체부터 실소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기생집을 둘러싼 인물들의 사랑과 애환, 아픔을 둘러보며 사라져버린 문화적 자존심인 기생 역할을 다시금 재조명해보고자 한다'는 거창한 기획의도와는 한참 거리가 먼 '막장 전개'가 펼쳐졌다. 규율을 어기고 손님과 몰래 연애를 한 기생이 ‘멍석말이’를 당하는가 하면 전지후(손자)의 '빨래판 복근'에 실제 빨래를 하는 황당무계한 장면이 전파를 탔다. 기생에 이어 귀신까지 등장했다. 귀신의 종류도 아기동자 귀신·할머니 귀신·임경업 장군 귀신 등 다양해 시청자들로부터 '해도해도 너무하는거 아니냐'는 원성을 샀다. 신인 연기자들의 '발연기'까지 더해져 차마 눈뜨고 볼수 없을 막장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의 끊임없는 비난에도 20%를 육박하는 평균시청률을 기록했다.
▶6위 MBC '백년의 유산'(13)
투표율: 413명 (4.1%)
작가: 구현숙
평균시청률: 22.2%
상상을 초월하는 '막장 시월드'를 보여줬다. 역대 드라마에 나왔던 못된 시어머니들은 박원숙(방영자)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박원숙은 성에 차지 않는 며느리 유진(민채원)을 정신병원에 가두는가 하면 이정진(세윤)과 불륜으로 몰아가는 등 몰상식한 시어머니의 끝을 보여줬다. 유진의 새 엄마 전인화(춘희)가 유진이 사랑하는 이정진(세윤)의 친엄마라는 뻔한 출생의 비밀도 막장 논란에 힘을 보탰다. 결말 또한 어이없었다. 교통사고 후 식물인간 선고를 받았다가 극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이정진은 결혼식날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섰다. "서프라이징 하려고 엄청나게 재활훈련 했어요. 다 채원씨 덕분이에요"라는 대사에 웃음이 빵 터졌다. 방영 내내 숱한 막장 논란을 몰고 다녔지만 22.2% 높은 평균시청률 유지했다. MBC 연기대상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받자 '작품이 아닌 오직 시청률로만 드라마를 평가한다'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7위 SBS '천사의 유혹'(09)
투표율: 337명 (3.4%)
작가: 김순옥
평균시청률: 17.9%
'아내의 유혹'의 남자 버전이다. 한상진(신현우)은 전신성형을 통해 배수빈(안재성)으로 다시 태어나 자신을 배신한 아내 이소연(주아라)에게 복수를 감행했다.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가 얼굴에 점을 찍고 화장, 패션만 달리해 다른 사람을 연기한 것에 엄청난 비난을 받자 '천사의 유혹'에서는 전신성형 통해 새 사람이 된 설정을 추가한 듯 보였다. 하지만 전신성형이라는 무리한 설정 자체가 너무 웃겼다. 이뿐 만이 아니었다. 유흥업소 출신의 악녀 이소연이 신혼여행지에 자신의 정부를 데려와 밀회를 즐기고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온갖 자극적인 장면이 전파를 탔다. 매회 방송이 나간 후에는 시청자 게시판에 '9시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가 맞냐' '아이들이 볼까 걱정된다' 는 등의 시청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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