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던 후라이드 치킨이 한국 드라마 덕분에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여배우와 외계에서 온 남친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천송이(전지현)는 치맥(치킨과 맥주)을 사랑한다. 특히 첫눈이 오는 날엔 치맥을 먹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천송이의 이 대사 한마디에 중국 대륙에서는 치맥 바람이 일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부동산회사 직원 아다헤는 “요즘 친구들과 만날 때면 치맥을 시킨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칭 한국 드라마 애호가다.
한국 SBS가 방송하고 있는 ‘별그대’는 중국 현지 온라인 동영상사이트 아이치이닷컴과 르티비닷컴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TV 드라마 중 하나로 기록됐다. 지난 12월 처음 공개된 후 아이치이에서만 145억 회 시청됐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지는 오래됐으며, ‘별그대’는 시나 웨이보 상에서 최고의 인기 토픽 중 하나다. 지난 몇 주 사이 올라온 치맥 관련 포스트는 370만개가 넘었다. 텐센트의 메신저서비스 위챗은 이용자가 치맥을 뜻하는 중국어를 포함한 메시지를 보낼 경우 눈송이나 눈사람이 화면에 뜨도록 해 치맥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중국 연예인들도 ‘별그대’ 팬을 자청하며 치맥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명 여배우 가오위안위안은 이달 초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첫눈은 왔는데 치맥은 어디에?”라는 글을 게재했다. 심지어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까지 웨이보 계정을 통해 “첫눈 온 날 치맥 드셨나요?”라고 물었다.
베이징 왕징에서 ‘바삭치킨앤비어’를 운영하는 심준보씨는 ‘별그대’ 방영 이후 중국인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치킨집을 8년이나 해왔지만 이렇게 많은 중국인 손님이 후라이드 치킨에 맥주를 주문하는 건 처음 봤다.”
심씨는 “과거엔 후라이드 치킨을 시키는 손님의 40%가 중국인, 60%가 한국인이었는데 이젠 80%가 중국인”이라며 지난주 어느 날엔 후라이드 치킨을 사가려고 100명이나 줄을 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왕징에 있는 또다른 테이크아웃 치킨집 역시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직원은 “원래 하루 매출이 몇 백 위안 정도였는데 지난달부터 급속히 증가해 이젠 최대 3,000위안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별그대’ 팬이 아닌 사람들까지 치맥 열풍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베이징 소재 미디어회사에서 일하는 리제는 “‘별그대’나 한국 드라마 팬은 아니지만 후라이드 치킨은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한국 치맥 가게를 찾았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2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가게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 후 친구들에게서 그곳이 어딘지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는 전화가 쇄도했다.”
물론 치맥 열풍이 조류독감 사태로 곤두박질친 닭고기 매출 문제를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일시적인 추세인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할 것이다.
헤는 “후라이드 치킨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맥주도 건강에 해로워서 잘 안 마시지만 요즘엔 워낙 유행”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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