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보면 더 재밌다 | <경주> ①달콤해진 장률 감독 "아름다움 뒤엔 항상 다른 것이 있다"
<망종>(2005), <경계>(2007), <두만강>(2011> 등 전작에서 조선족, 탈북자 같은 동아시아 경계인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냈던 장률 감독이 달라졌다. 7년 전에 본 춘화를 찾기 위해 경주에 온 남자 최현(박해일)과 찻집 주인 윤희(신민아)의 수상한 1박 2일을 그린 <경주>가 6월 12일(목) 개봉한다. 장률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접한 관객이라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경주>는 평소 장률 감독의 모습에 더 가까운 영화이다. 영화 밖에서 장률 감독의 달변을 접해 적이 있다면 이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 하필 '경주' 였을까?
장률 감독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간결한 제목이다. 보통은 두 글자, 많아야 세 글자의 단어다. 이번 영화의 제목도 <경주>. 영화가 '경주'를 배경으로 전개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알려준다. 장률 감독은 예전에도 '이리 역 폭발 사고'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 받는 남매의 비극 <이리>(2008)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리 역 폭발 사고라는 비극적인 모티프가 <이리>라는 단순한 제목에 묵직한 의미를 부여했다면, 장률 감독은 두 남녀의 특별한 로맨스가 이뤄지는 장소로 왜 <경주>를 택한 것일까? 지난 5월 21일(수),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경주> 제작보고회에서 주연배우 박해일, 신민아와 자리를 함께 한 장률 감독은 이 의문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1995년도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대구의 아는 분 집에 머물면서 경주로 관광을 갔다가 찻집 '아리솔'에 갔다. 그 공간이 참 미묘했다. 어느 나라에나 왕릉이 있는 곳은 많지만 경주처럼 보통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 왕릉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죽음과 삶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연계되는 느낌이 있었다. 신민아 씨처럼 여신 같은 사람은 못 봤지만(웃음) 그 찻집에서 춘화를 봤는데, 그게 참 인상 깊었다. 7년 뒤에 지인의 장례식을 갔다가 그 찻집을 다시 찾았다. 그 공간을 잊을 수 없어 이번에 경주에 가서 촬영을 했다." 장률 감독
촬영 전, 경주에서 전통 찻집 '아리솔'을 운영하는 윤희 역을 연기하기 앞서 걱정이 많았던 신민아도 경주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와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경주라는 도시 자체가 묘한 도시였다. 능도 많고, 관광객도 많고. 경주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윤희의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리솔'도 경주와 비슷한 느낌으로 조금 묘했다. 기존에 보여 드린 이미지가 밝고 건강한 이미지였기 때문에 영화에서 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감독님과 나눈 대화나 그 도시에 머무르는 자체만으로도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걱정한 만큼 튀지 않아서 안심되는 면도 있었고(웃음) '경주'라는 도시와 감독님 그리고 배우들의 궁합이 묘하게 맞지 않았나 싶다." 배우 신민아
<경주>는 '아리솔' 뿐 아니라, 경주 시내의 매력적인 장소들을 조명한다. 그 중 옛 애인 여정(윤진서)과 재회한 기쁨도 잠시, 금새 그녀가 서울로 돌아가버리자 최현은 보문호수를 산책하며 생각에 잠긴다. '아리솔'이 장률 감독의 특별한 기억이 남아있는 공간이라면 최현이 산책한 보문호수 역시 장률 감독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장소였을까?
"사실, 경주에서 물을 별로 못 봤다. 그런데 보문호수에 가니까 한눈에 물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보문호수를 선택했다. 또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영화에서 아름다운 보문호수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름다움 뒤에는 항상 다른 것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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