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보면 더 재밌다 | <경주> ②노래하는 신민아, 춤추는 박해일
<망종>(2005), <경계>(2007), <두만강>(2011> 등 전작에서 조선족, 탈북자 같은 동아시아 경계인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냈던 장률 감독이 달라졌다. 7년 전에 본 춘화를 찾기 위해 경주에 온 남자 최현(박해일)과 찻집 주인 윤희(신민아)의 수상한 1박 2일을 그린 <경주>가 6월 12일(목) 개봉한다. 장률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접한 관객이라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경주>는 평소 장률 감독의 모습에 더 가까운 영화이다. 영화 밖에서 장률 감독의 달변을 접해 적이 있다면 이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듣고 보면 더 재밌다 | <경주> ①달콤해진 장률 감독 "아름다움 뒤엔 항상 다른 것이 있다" 에서 이어집니다 ▶ 기사 보러가기
예상치 못한 카메오의 조합
차분하게 전개되던 <경주>의 분위기가 바뀌는 분기점 같은 장면이 있다. 바로 '계모임' 장면이다. 다시 '아리솔'을 찾은 최현을 지켜보던 윤희는 그를 자신의 계모임에 데리고 간다. 그런데 계모임에서 윤희의 절친한 친구들을 연기하는 배우의 구성이 심상치 않다. <베를린>(2013)의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남쪽으로 튀어>(2013)의 김태훈, <나의 PS 파트너>(2012)의 신소율 그리고 '어어부 프로젝트'의 뮤지션 백현진이 등장하는 이 종잡을 수 없는 계모임 신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계모임 신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류승완 감독은 좋은 감독일 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다. 영화가 처음엔 잔잔하게 진행된다. 거의 찻집에서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많은데, 밤이 되면 좀 더 재미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한국에 와서 보니까 흥을 돋우려면 노래방에 가더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노래방에 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신민아 씨 노래하고, 김태훈 씨 노래하고, 신소율 씨 노래하고… 백현진 씨는 노래를 너무 잘해서 시키지 않았다. (웃음)" 장률 감독
"술을 마시고 극 중에서 노래방을 가는데, 촬영 당시 노래방 분위기도 생각보다 차분했다. 감독님께서 약간의 춤? 노래에 맞는 몸의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차분하게 진행됐다. 굉장히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하고, 감독님께서 직접 시연도 해주시고, 이걸 현장을 촬영한 메이킹 필름으로 직접 보셔야 하는데 아쉽다." 배우 박해일
"노래를 해야 해서 노래에 집중했다. 처음엔 약간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들인데, 모든 캐릭터들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노래방 신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노래를 마치고 내가 들어갈 때, 백현진씨가 애드리브로로 주사 부리는 장면에서 많이 웃었다. 류승완 감독님이 여성스럽게 행동하는 부분도 매우 재미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이 노래방 신이다." 배우 신민아
계모임이 끝나고, 경주 시내의 아름다운 밤 풍경을 구경하며 걷던 최현과 윤희가 이르게 되는 마지막 장소는 '윤희의 집'이다. 1박 2일의 여행에서 상황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신민아를 내내 '여신'이라고 표현한 장률 감독은 최현이 여신에게 홀렸기에 이런 급진전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혹시 여성에게 집에 가자고 초대받은 적이 있는가? 영화는 가능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희의 집' 장면은 촬영이 끝날 무렵에 찍었는데, 같이 있다 보니 박해일 씨는 겸손하고 진지한 배우인 것 같았다. 그런데 경주에서 여신이 부르면 갈 것 같았다." 장률 감독
"그 전에 술자리도 있었고, 1박 2일 동안 거처가 없는 행랑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잠자리는 찾아야 하고, 신민아 씨가 연기한 윤희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신이시다 보니 홀려서 간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박해일
<경주>는 장률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낯선 성격의 영화다. 그가 본격적인 상업영화 제작에 뛰어든 것은 아닌가?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장률 감독이 차기작에서 다시 예전 스타일로 돌아갈 건지 아니면 이번처럼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갈 것인지를 물었다. 장률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 신민아에게도 새로운 변화다. 두 영화인에게 '새로운 선택'으로서 <경주>의 의미를 물었다.
"앞서 만든 영화들과 <경주>를 다르게 보지 않는다. 전에 만든 영화들도 상업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상업영화를 만들기엔 아직 이쪽 영화시장을 잘 모른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모든 사람은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 예전 영화들에선 나의 진지한 면을 좀 더 많이 보여줬고, 이번 영화에선 나의 엉뚱한 면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실제로 나를 아는 사람들은 진지한 면보다는 엉뚱한 면이 더 많다고 한다. <경주> 안에는 앞서 만든 영화들보다 사랑의 미묘한 감정이 있다. 그래서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률 감독
"4~5년만에 돌아오는 영화이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 기존에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장률 감독님의 <두만강>을 보고 궁금한 부분도 많았다. 음악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비 전문 배우들과 감독님과 소통이 궁금했다. 사실, 시나리오가 모호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어 알고 싶기도 했다. 감독님에 대한 호기심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다른 방식으로 일해보고 싶은 생각 때문에 <경주>를 선택했다." 배우 신민아
중국의 변방, 몽골의 초원, 두만강을 거쳐 천 년의 역사가 깃든 도시에 도착한 장률 감독. 그가 들려주는 사랑의 환상과 낭만을 오는 6월 12일(목) <경주>에서 만날 수 있다.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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