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김수지·김혜원기자] "Here I stand for you"
하늘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새벽부터 촉촉히 내리던 비는 영결식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들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믿기지 않는, 아니 믿을 수 없는 그의 죽음에 그 누구도 고인을 쉽게 보내지 못했다.
故 신해철이 세상과 작별했다. 31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미사와 영결식이 진행됐다. 가족과 친지는 물론 생전 고인과 가깝게 지낸 넥스트, 서태지·이은성 부부, 싸이, 윤도현 등이 함께했다. 그의 마지막은 외롭지 않았다.
◆ 서태지 추도사…"아름다운 음악, 기억해주길"
미사는 눈물바다였다. 유족과 지인들은 통곡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고인은 일반 가수와 달리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아는 가수였다. 그의 노래 중 '슬픈 표정 하지말아요'라는 노래가 있다. 슬픈 표정 짓지말자. 언제간 만날 것이다"며 회상했다.
추도사는 고인의 가족(6촌)이자 절친한 동료인 서태지가 맡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유족과 지인들 앞에 섰다. 이후 마이크 없이, 진심을 다해 추도문을 읽어 내려갔다. 담담한, 하지만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또 다시 유족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서태지는 "생전 그에게 너무 고마운 점이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주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그의 아름다운 음악을 계속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낭독했다.
◆ 눈물의 영결식…"오열, 통곡, 비통"
20분간 진행된 발인식이 끝나고, 고인이 잠들어 있는 관이 운구됐다. 유족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신해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자리에 주저 앉아 구슬프게 오열하기도 했다.
동료들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운구를 맡은 '넥스트' 멤버들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세황, 지현수 등은 눈시울을 붉힌 채 고인을 뒤따랐다. 위패를 든 윤도현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낮은 울음속리가 허공을 멤돌았다.
서태지 역시 이날만큼은 슬픔을 억누르지 않았다. 부인 이은성과 함께 나란히 서서 형의 마지막 을 배웅했다. 고인의 영정 사진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운구차가 이동하자 차마 더 지켜볼 수 없다는 듯 자리를 피했다.
생전 고인과 함께 음악을 했던 아티스트들도 망연자실했다. 싸이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윤종신, 타블로, 리아 등의 얼굴에선 침통함이 느껴졌다. 고인이 떠나기 직전까지 시선을 떨군 채, 허망한 표종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팬들도 함께…"Here I stand for you"
장례식장은 고인이 떠나기 직전까지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이 자리엔 고인의 팬들도 함께해다. 팬들은 추모의 뜻으로 보라색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형님 하늘에서는 편히 쉬세요", "히어 아이 스텐드 포유"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일산에서 온 이혜진(29, 가명) 씨는 "마왕을 추모하기 위해 보라색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며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다. 마왕을 위해 넥스트의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라는 곡을 가슴 속으로 불러드렸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떠난 고인의 시신은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에서 화장된다. 화장을 마친 후인 오후 2시 쯤에는 고인의 집과 작업실에 잠시 머무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유해는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될 예정이다.
한편 신해철은 진정한 음악인이었다. 26년동안 청춘, 사랑, 인생, 삶, 죽음 등 인간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 결과 '민물장어의 꿈', '그대에게', '안녕',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등의 주옥같은 명작들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지난 27일 오후 8시 19분경. 고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그는 지난 22일 갑작스런 심정지로 수술을 받았다. 이후 6일간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아내 및 아들, 딸, 측근들이 고인의 임종을 지켰다.
현재 유족들은 고인 사망과 관련해 의료사고를 의심하고 있다. 'KCA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고인의 장협착 수술을 진행한 스카이병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해당 병원에서 고인의 진료 기록부를 확보했다. 책임을 묻기에 충분한 자료가 있다"고 전했다.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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