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소담 기자]
‘동주’ 박정민. 이만하면 진짜 뜰 때 됐다.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제작 루스이소니도스) 제작보고회가 지난 1월18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이준익 감독과 주연배우 강하늘 박정민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저예산 흑백영화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 그리고 타이틀롤을 맡은 강하늘에게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지만 그들 못잖게 빛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배우 박정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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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강하늘)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의 빛나던 청춘을 담은 작품. ‘왕의 남자’ ‘사도’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일제강점기 공갑내기 사촌지간 윤동주 송몽규 두 청춘의 이야기를 흑백영화로 담아냈다.
이준익 감독은 ‘사도’ 개봉 당시 뉴스엔과 인터뷰에서 강하늘이 주목받고 있지만 ‘동주’에선 박정민의 역할이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며 “‘동주’로 배우 박정민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동주’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 또한 윤동주 역 강하늘은 물론이고 송몽규 역을 맡은 박정민이 인생연기를 펼쳤다며 그의 활약을 강조했다.
강하늘 박정민의 ‘동주’ 캐스팅엔 소속사 샘컴퍼니 수장인 황정민의 추천도 있었지만 이준익 감독의 선택이기도 했다. 이준익 감독은 “박정민은 '신촌좀비만화'라는 옴니버스 영화에서 류승완 감독 단편에 출연했다.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하는 젊은 친구가 있는데 그땐 누군지 잘 몰랐다. 나중에 찾아보니 '전설의 주먹'에서 황정민 아역이었더라. 어떻게 같은 배우가 저렇게 다를까 싶어서 저 배우는 언젠가 내가 꼭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마음을 황정민이 읽었는지 딱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박정민에 대한 황정민의 애정은 각별하다. 영화 ‘파수꾼’을 본 황정민은 모두가 이제훈에 주목할 때 박정민에게 눈을 돌렸고 “이제훈도 서준영도 됐으니까 당장 백희(박정민) 데려와”라는 말로 박정민을 자신의 소속사에 영입했다. 자신의 영화 홍보 인터뷰에서도 황정민은 박정민을 두고 “정말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 그러면서 “정민이는 하늘이와는 다른 과다. 걘 나처럼 될 거다. 나중에 분명 인정받을 거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순 있다”고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황정민이었다.
그런 황정민의 속을 아는지 “소속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배우가 돼야 할 텐데”라며 배우로 성공하고 싶단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던 박정민. 그렇기에 이번 영화 ‘동주’는 박정민에게 더욱 소중해 보였다. 서른이 된 지금, 군필 배우에겐 서른은 분수령이나 마찬가지. 때문에 박정민은 ‘동주’를 위해 사비를 털어 북간도로 떠났다.
박정민은 “사실 내가 엄청난 애국자도 아니고, 머리로는 송몽규의 삶을 알겠지만 가슴으론 잘 모르겠더라.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도 일제의 침략에 대해선 알았지만 마음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 사정에선 조금 무리를 해서 1년 전 설날에 중국 북간도로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민은 “설날이라 조선족 분들이 중국으로 왔다 갔다 하니까 비행기 표가 없었다. 여행사를 찾아갔더니 비즈니스석이 하나 남았다고 하더라. 생애 처음으로 사비를 들여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윤동주, 송몽규 생가를 찾아갔다. 거기서 그 마음을 느껴보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지금 (사정이)굉장히 어렵다. 호텔도 방이 없어서 비즈니스 스위트룸에 묵었다”며 “호사를 누리고 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박정민이었다.
그러면서 박정민은 “개인적인 바람으론 내가 북간도 윤동주 송몽규 묘소를 다녀왔는데 두 사람이 바로 옆에 위치해 했다. 공동묘지를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두 사람의 묘가 있는데, 윤동주 시인의 묘는 화려하다. 비석도 많고 꽃다발도 많고 사탕 같은 것도 누가 놓고 갔더라. 바로 옆에 송몽규 선생님의 묘가 있는데 비석 하나에 벌초도 돼있지 않더라. 그 앞에서 굉장히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민은 “도움을 받고자 이 곳에 왔는데 내가 무슨 도움을 받고자 여기에 찾아온 걸까 싶었다. 너무 무리했다 싶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송몽규 선생님뿐 아니라 결과물은 없지만 과정이 아름다웠던 그들에 대해 현대인들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함께 연기한 강하늘도 친한 형이자 동료인 박정민의 연기열정에 감탄해 마지않았다. 강하늘은 “박정민과 원래 친했지만 작업을 함께 한 건 처음이다. 박정민이 얼마나 치열하게 연기하는지 깨달았다. 연기를 하다가 몰입해서 눈에 안압이 올라서 핏줄이 터질 때도 있었고, 북간도 윤동주 생가도 직접 다녀온 열정도 그렇고 많이 배웠다. 진심으로 몰입하고 해내는 박정민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고 연신 칭찬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정민은 ‘동주’ 송몽규 역을 위해 북간도 사투리에 일본어 대사까지 소화해야만 했다. 이에 박정민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조선족들이 만담하는 영상을 계속 보고 연구했다. 뉘앙스를 알아야만 애드리브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며 “일본어는 많지는 않았지만 한 신에 나오는 단어들이 정말 어려웠다. 한국말로도 써보지 않은 어려운 단어들이 계속 나왔다. 여기에 북간도 사투리를 했다가 감정연기를 했다가 하는데 그 신을 마지막에 찍었다. 그 장면 때문에 한달을 긴장 속에서 살았다”고 전했다.
그런 박정민을 성장케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11번째 영화로 ‘동주’를 택한 이준익 감독의 조언이었다. 박정민은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서 나도 긴장이 싹 풀리더라. 촬영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촬영 도중 이준익 감독님이 숙소에서 영화라는 것과 찍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던 때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민은 “영화라는 하나가 있으면 감독이나 제작자 주연배우가 '이건 내 영화야'라고 정신없이 찍다보면 어느 순간 영화가 없다고 하더라. 영화는 서로가 아껴주고 함께 같은 곳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말씀해줬다. '동주' 현장이 딱 그랬다.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 심지어 분장팀 막내까지도 '동주'를 위해서 모든 걸 쏟아내며 쭉 갔던 그 한 달이 내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끝으로 “돌이켜봤을 때 부끄러운 말이긴 하지만 가장 열심히 했던 그런 작품이 바로 '동주'다. 그래서 남다른 애정이 간다. 송몽규 선생님처럼 그 과정이 아름다웠던 영화다”라고 말한 박정민. 연기에 대한 열정과 그가 가진 연기력만큼은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박정민의 서른살이 ‘동주’로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를 수 있길 기대해본다.
한편 이준익 감독과 강하늘 박정민이 뭉친 영화 ‘동주’는 오는 2월18일 개봉한다.(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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