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 “로큰롤의 그루브는 더 이상 나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10년 만에 앨범 ‘얼어버린 빛’ 발간한 중국 록의 대부 최건
최건은 ‘얼어버린 빛’에 대해 “빛이 감옥이고 어둠이 자유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베이징동서음악제작유한공사 제공
《 중국에서 록 음악이 태동한 지 올해로 30년 됐다. 그 중심에는 중국 록의 대부인 조선족
최건(崔健·중국명 추이젠·55)이 있다. 그가 1986년 발표한 ‘일무소유(一無所有)’는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그로 인해 한동안 이런저런 활동을 제약받았던 그가 10년 만에 신작을 내고 TV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최건과 인연이 있는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국제문화연구학과 HK교수를 통해 베이징 현지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신 교수는 “그의 유창한 영어와 직선적 화법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최건의 한국 신문 매체 인터뷰는 20년 만이다. 》
―올해가 데뷔 30주년이다. 어떤 계획이 있나.
“기념식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향후 10년간 뭘 할 것인가가 더 문제다. 외국에서의 순회공연도 희망한다. 물론 한국을 포함해서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상하이 드래건TV 음악 프로 ‘중국의 스타(中國之星)’에 멘토로 출연해 놀랐다.
“사실 나도 놀랐다. 그 프로그램의 프로듀서가 TV에 록 음악을 방영하는 문제를 여러 번 이야기했다. 8개 록 밴드의 30개 창작곡을 소개하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였다. 사실 나는 멘토라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TV 프로그램이란 어디서나 ‘가짜’라는 것이다. 참가 팀 중 두 밴드의 무대는 TV로는 방영되지 못하고 인터넷에만 공개됐다.”
―그 프로에서 당신도 몇 번 무대에 올랐다. 특히 대만의 치친(齊秦), 홍콩의 샌디 람(林憶蓮)과 함께 연주한 노래가 큰 화제가 됐다.
“연예계에 만연한 우울증에 대한 노래다. 치친의 원곡에 즉흥 랩으로 가사를 추가했다. 홍콩 대만 중국 한국에서 자살한 가수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려고 했지만, 방송이라서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다. 이건 아시아 연예계의 전반적 문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당신의 음악 동료 양러(楊樂)의 무대도 화제가 됐다.
“그의 노래가 문화혁명기 가족이 겪은 슬픈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라서 파장이 컸다. 내가 감독을 맡은 영화 ‘푸른 뼈’도 그런 기억에 대한 것이다. 나에게 슬픈 가족사는 없지만 내 주변에 그런 일이 많다.”
―신작 앨범은 전작들에 비해 ‘노래’가 강조된 느낌이다. 뿌리로 돌아간 것인가. 여전히 리듬은 복잡하고 그루브(리듬)가 강하다.
“그렇다. 이전 앨범에서는 일렉트로니카나 힙합을 실험했는데 이번에는 멜로디와 보컬이 중심이다. 앨범 작업에만 10년이 걸린 것은 아니다. 그동안 영화 세 편을 만들었다. 아프로비트(아프리카 전통음악에 재즈, 펑크를 섞은 장르)나 삼바는 내가 사랑하는 음악이다. 몇몇 곡에선 느린 레게에 한국 전통 리듬을 섞었다. 어려서부터 동네잔치에서 한국 전통 춤이나 음악을 접했다. 흥겹지만 뭔가 슬퍼 레게와 비슷하다. 로큰롤의 그루브는 이제 더 이상 나를 만족시키지 않는다.”
―앨범에 이전과 다른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앨범은 헤비하고, 빠르지 않고, 꽤 슬프다. 빛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빛이 밝다는 것이 곧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얼어버린 빛’이다. 빛이 감옥이고 되레 어둠이 자유일 수 있다는 뜻이다.”
:: 대표곡 ‘일무소유’ 톈안먼 사태때 혁명가로 불려 ::
○ 로커 최건은… 1961년 베이징의 조선족 부모 아래서 태어난 최건은 1981년 베이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트럼펫 연주자로 입단했다. 금지된 서구 록 음악을 접한 뒤 기타 들고 작곡을 시작했다. 1986년 베이징 콘서트에서 ‘일무소유’를 불렀다. 중국 최초의 록 음악이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젊은이들은 정부의 탱크에 맞서 ‘일무소유’를 부르며 저항했다. 최건도 톈안먼 광장에서 노래했다. 정부는 베이징의 주요 공연장에서 그의 공연을 금지 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차차 자유를 찾았다. 딥 퍼플, 롤링스톤스와 함께 공연하고 미국도 방문했다. ‘일무소유’는 베이징대가 출판한 ‘백년중국문학경전’에 실렸다. 그는 KBS ‘빅쇼’ 출연, 부산국제영화제 출품 때문에 몇 차례 내한한 적이 있다.
인터뷰=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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