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 '형제의 강'이 1996년 작품인데, 내가 도회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미스 캐스팅이란 소리가 나왔어요. 나한테는 연기의 폭을 넓힌 작품입니다. 어머니상을 구축한 작품이고요. 작품도 좋았고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1999년 '파도'는 멜로가 있는 엄마의 이야기라 재미있었고요."
"요즘 '황진이'의 윤선주 작가가 일주일에 한 번씩 병문안을 와서 날 즐겁게 해주고 가요. 윤 작가랑 이야기하면서 이번에 '황진이'를 다시 봤는데 주옥같은 대사와 예쁜 그림, 뛰어난 연출 솜씨가 새록새록 생각났어요. 그 당시에는 못 보고 넘어갔던 게 다 보이더라고요. 처음 대본 받았을 때 내가 이걸 어찌해낼까, 어찌 제대로 해낼까 무서워했던 기억이 나요. 10년 전 작품인데도 지금도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보여주고 싶을 만큼 빼어난 작품입니다. 지금 봐도 하나도 안 이상하고 자랑스러운 작품이에요."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황진이'에서 김영애는 임백무 역을 연기했다. 천출이지만 조선 최고의 춤꾼이라 불리는, 송도관아의 행수기녀다. 황진이를 키워내는 엄하고 독한 스승이자, 춤에 대한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인물이다.
"임백무를 연기할 때 진짜 너무 무서웠어요. 제대로 연기를 못해낼까 봐. 난 항상 작가들이 힘들게 쓴 대본을 제대로 연기로 표현해내지 못할 때 미안하고 송구해요. 배우는 이미 한번 만들어진 것에 옷을 입히는 역할이에요. 그런데 작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배우들은 겸손해야 합니다. 운 좋게 좋은 배역 만나서 명예를 얻는 거잖아요. 배우가 그리 잘났나? 아니에요. 좋은 배우, 좋은 역할은 모두가 같이 만드는 거에요. 그러니 늘 겸손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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