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케이블TV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이지안(21·아이유)은 청각 장애인 할머니를 모시고 단둘이 산다. 극 중 대기업 파견직으로 일하는 지안이 받는 월급은 110만원. 이 돈마저 사채를 갚는 데 대부분 쓰인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셨지만 밀린 비용(자기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야밤에 할머니를 요양원에서 몰래 탈출시키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지안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
◇"손자녀는 부양의무자 아냐"
일반적으로 요양원 입소자는 전체 비용의 20%인 자기부담금과 비급여인 식비 등을 포함해 월평균 65만원 정도를 부담한다. 다만 '의료급여' 수급자(중위소득의 40% 이하)는 자기부담금이 10%이고, '생계급여' 수급자(중위소득의 30% 이하)는 식비를 포함한 전액을 면제받는다. 요양원 비용을 체납했다는 점에서 지안은 적어도 생계급여 수급자는 아닌 셈이다.
극 중 지안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박동훈(이선균) 부장은 지안에게 "손녀는 부양의무자가 아니다. 할머니와 주소지를 분리하라"고 조언하며 "주변에 이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냐"고 말한다. 실제로 부양의무자는 1촌 이내 혈족만 해당하기 때문에 손자녀는 부양의무가 없다. 다만 한집에 거주하면 손자녀도 부양 의무를 진다. 따라서 주소지를 분리하게 되면 할머니에 대한 부양의무가 사라지고, 사실상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할머니는 생계급여 수급자가 돼 요양원 비용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동훈의 조언을 따른 지안은 할머니를 다시 요양원에 모실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 김희선 기초생활보장과 사무관은 "(단박에) 이 정도 조언을 해줄 수 있으려면 지자체 베테랑 복지 공무원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자립지원 별도가구 특례'를 이용하면 주소지를 분리하지 않고도 부양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는 기초생활 보장 가구의 자녀가 취업해 일정 소득이 생기더라도 당분간(만 35세 이하까지 최장 7년)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생계급여, 24세 이하엔 특별공제
극 중 지안의 월 소득 110만원은 얼핏 보면 1인 가구 기준(50만1632원)은 물론, 2인 가구 기준(85만4129원)으로도 생계급여 수급 기준을 초과한다. 하지만 현행법은 대학생이나 만 24세 이하 성인에 대해선 기초생활 수급자를 판단할 때 기준을 완화해주고 있다. 먼저 소득에서 40만원을 일괄 공제하고, 여기서 남는 금액의 70%만 소득인정액으로 본다. 이에 따른 지안의 소득인정액은 49만원이다. 할머니를 모시고 살 때는 물론, 주소지를 분리해 1인 가구가 되더라도 생계급여 수급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소득 계층의 사회 초년생들이 차상위 계층으로 갈 수 있도록 일종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르바이트 등 다른 추가 소득이 있다면 이를 소득에 합산해야 하고, 소득인정액도 더 높아진다.
드라마에서 고립무원의 지안을 도와주는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동훈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복지 전문가들은 비슷한 환경에 놓인 현실 속 또 다른 지안이가 "가까운 동사무소를 방문해 제대로 상담만 받아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갖춰놓은 다양한 복지 혜택의 온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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