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눈 감고 귀 막고 싶을 만큼 냉정한 카메라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18일 09시23분    조회:144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영화 리뷰] 박화영
 
탁월하진 않지만 좀처럼 잊기 힘들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은 암전 속 스크린을 보며 탁한 현실을 두 시간쯤 잊고 싶은 이에겐 권하기 어려운 영화다. 날 것의 욕설이 넘쳐나는 데다 깨진 발톱이 쓸리듯 괴롭고 불편한 장면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장면 앞에선 눈을 감고 싶고 어떤 대사 앞에선 귀를 막고 싶다.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되는 건 영화가 지금 우리를 겨냥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여덟 살 여고생 박화영(김가희)은 엄마에게 버림받고 혼자 산다. 그는 자신의 빈집을 가출한 또래 친구들에게 열어놓는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라면 먹으며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화영은 그 가운데 연예인 지망생 미정(강민아)을 아끼지만, 미정의 남자 친구 영재(이재균)는 화영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어느 날 화영은 또 다른 가출 소녀 세진(이유미)과 영재가 심상치 않은 사이임을 알게 된다.

가출 여고생 박화영(가운데)은 돈이 떨어지면 친엄마를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모두가 그에게 손가락질하지만 극한에 몰린 인간은 뻔뻔해질 수밖에 없다. /명필름랩
 
여러모로 넘치는 영화다. 컷과 컷의 연결은 매끄럽지 않고 화면은 조악하다. 배우들은 들숨과 날숨을 쉴 때마다 육두문자를 내뱉는다. 흡연과 음주, 폭력과 유사 성매매 현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때론 지나치다 싶지만 어느 순간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이 극단적인 얘기는 극도로 냉정한 리얼리즘 아래 짜였다. 불편하고 괴롭고 도망치고 싶은 것도 모두 진짜 현실의 이야기다.
 
영화는 가출 청소년 얘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박화영은 을(乙)의 삶을 대변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대신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던 이 소녀는 아이들 사이에서 빨래하고 라면 끓여주면서 "니들은 나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고 낄낄댄다. 화영이 그렇게 할수록 현실은 그를 비웃는다. 힘센 아이가 화영을 꿇어앉히고 권력 쥔 아이가 짓밟는다. 억울하고 싫어도 때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인간과 인간이 부딪치는 현장이란 이토록 사회적이면서도 반사회적이다. 이런 화영이 정작 친엄마에게 악다구니 쓰는 장면은 위악적이지만 그래서 설득력 있다. 극한에 내몰린 인간은 무슨 짓도 할 수 있다. 화영이 그렇게 몸부림쳐도 세상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박화영을 연기한 김가희는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20㎏ 가까이 살을 찌워가며 영화 속 주인공으로 거듭난 이 배우는 역설을 몸으로 그릴 줄 안다. 그가 웃을 땐 화가 나고 그가 돌아설 땐 울고 싶다. 명필름랩(명필름 영화학교)이 내놓은 세 번째 작품. 청소년 관람 불가.

조선일보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
  • 모든 사람 안에는 작은 우주가 있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벌새’는 중학교 2학년 ‘은희’(박지후)가 품은 작은 우주에 대한 이야기다. 몸무게가 30g에 불과한 작은 몸으로 1초에 90번의 날갯짓을 하는 벌새는 남자 친구와 가족들, 친구들과의 관계를 고민하며 사랑받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은희의...
  • 2019-08-20
  • 호텔 델루나'에 배우 이지은과 가수 아이유가 동시에 출격했다. 18일 방송된 tvN '호텔 델루나' 12회 엔딩에서는 장만월(이지은)과 구찬성(여진구)의 애틋한 키스와 포옹 장면이 펼쳐졌다. 이와 함께 아이유의 목소리가 귀를 채우며 두려움을 깨닫게 된 만월의 감정선을 끌어올렸다. 맑으면서도 힘있는 특유의...
  • 2019-08-19
  • 조선 팔도를 다니던 광대패 5인방은 조선 최고 권력자 한명회(손현주 분)로부터 세조(박희순)에 관한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는다.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극심한 피부병을 앓았고, 과거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백성의 신망을 얻지 못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에 광대들은 기발한 방법을 동...
  • 2019-08-19
  • 독립군 영화 '봉오동 전투' 복절 특수로 예매율 역주행   광복절을 앞두고 1920년 독립군의 승리를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가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며 뒤늦게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지난 7일 개봉 첫날 예매율 1위에 올랐으나, 이후 경쟁작 '엑시트...
  • 2019-08-15
  •     (흑룡강신문=하얼빈) 장이머우(张艺谋) 감독의 관념극장쇼(Concept theater show) ‘대화·우언(对话·寓言)2047’ 시즌 3이 9월 13-15일 국가대극장에 등장하게 된다. 시즌 3은 무대를 통해 과학기술과 사람의 대화를 전개하고 이를 기초로 환경보호 주제를 삽입할 예정이다.   소개에...
  • 2019-08-14
  • 개봉식에서 박준희 감독 박준희 감독의 극장체인(院线) 아동영화 《아모의 약속(阿毛的诺言)》 개봉식이 8월 6일 오후 절강성 녕파시에서 있었다. 배우 주호동과 꼬마배우 등이 개봉식에 참석했다. 《아모의 약속》은 제1회 중국 아동영화 시나리오 경연에서 1등상을 받은 작품으로서 국가1급 감독 박준희가 씨나리오를 쓰...
  • 2019-08-12
  • '엑시트'가 개봉 11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8월 11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10일 영화 '엑시트'가 59만7,362명을 동원하며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525만1,894명이다. 이로써 '엑시트'는 개봉 3일째 100만, 개봉 4일째 200만, 개봉 6일째 300만, 개봉 8일째 400만에 이어 개...
  • 2019-08-12
  • 올여름 가장 무서운 공포 스릴러 영화 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공포감을 선사할 배우 성동일의 변신이 화제다. 성동일은 필모그래피 사상 첫 공포 영화에 도전해, 전에 없던 변신을 선보인다. (제공/배급: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제작: (주)다나크리에이티브 | 감독: 김홍선)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의심...
  • 2019-08-06
  • 서로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그 정적이 이어진다. 혼을 쏙 빼놓는 속도감 있는 편집이 대세가 된 요즘, 예능에서 벌어지는 이 느린 ‘침묵’이 낯설 수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눈으로 하는 이 대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5일 오후 9시 20분 첫 방영되는 채널A ‘아이콘택트’는 정적이지만, ...
  • 2019-08-05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