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눈 감고 귀 막고 싶을 만큼 냉정한 카메라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18일 09시23분    조회:138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영화 리뷰] 박화영
 
탁월하진 않지만 좀처럼 잊기 힘들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은 암전 속 스크린을 보며 탁한 현실을 두 시간쯤 잊고 싶은 이에겐 권하기 어려운 영화다. 날 것의 욕설이 넘쳐나는 데다 깨진 발톱이 쓸리듯 괴롭고 불편한 장면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장면 앞에선 눈을 감고 싶고 어떤 대사 앞에선 귀를 막고 싶다.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되는 건 영화가 지금 우리를 겨냥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여덟 살 여고생 박화영(김가희)은 엄마에게 버림받고 혼자 산다. 그는 자신의 빈집을 가출한 또래 친구들에게 열어놓는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라면 먹으며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화영은 그 가운데 연예인 지망생 미정(강민아)을 아끼지만, 미정의 남자 친구 영재(이재균)는 화영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어느 날 화영은 또 다른 가출 소녀 세진(이유미)과 영재가 심상치 않은 사이임을 알게 된다.

가출 여고생 박화영(가운데)은 돈이 떨어지면 친엄마를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모두가 그에게 손가락질하지만 극한에 몰린 인간은 뻔뻔해질 수밖에 없다. /명필름랩
 
여러모로 넘치는 영화다. 컷과 컷의 연결은 매끄럽지 않고 화면은 조악하다. 배우들은 들숨과 날숨을 쉴 때마다 육두문자를 내뱉는다. 흡연과 음주, 폭력과 유사 성매매 현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때론 지나치다 싶지만 어느 순간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이 극단적인 얘기는 극도로 냉정한 리얼리즘 아래 짜였다. 불편하고 괴롭고 도망치고 싶은 것도 모두 진짜 현실의 이야기다.
 
영화는 가출 청소년 얘기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박화영은 을(乙)의 삶을 대변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대신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던 이 소녀는 아이들 사이에서 빨래하고 라면 끓여주면서 "니들은 나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고 낄낄댄다. 화영이 그렇게 할수록 현실은 그를 비웃는다. 힘센 아이가 화영을 꿇어앉히고 권력 쥔 아이가 짓밟는다. 억울하고 싫어도 때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인간과 인간이 부딪치는 현장이란 이토록 사회적이면서도 반사회적이다. 이런 화영이 정작 친엄마에게 악다구니 쓰는 장면은 위악적이지만 그래서 설득력 있다. 극한에 내몰린 인간은 무슨 짓도 할 수 있다. 화영이 그렇게 몸부림쳐도 세상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보여주지 않는다.
 
박화영을 연기한 김가희는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20㎏ 가까이 살을 찌워가며 영화 속 주인공으로 거듭난 이 배우는 역설을 몸으로 그릴 줄 안다. 그가 웃을 땐 화가 나고 그가 돌아설 땐 울고 싶다. 명필름랩(명필름 영화학교)이 내놓은 세 번째 작품. 청소년 관람 불가.

조선일보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
  • 개봉 10여일만에 역대 2위 기염, '대국주의 자극' 해석 관영 언론 연일 '절찬평'게재, 인터넷선 '비과학적 설정'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의 첫 본격 국산 공상과학(SF) 영화인 '유랑지구'(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의 흥행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명절...
  • 2019-02-18
  • 나다프 라피드 감독이 16일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연출작 ‘시너님스’로 황금곰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의 나다프 라피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너님스(Synonyms)’가 16일(현지시간) 폐막한 제69회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
  • 2019-02-18
  • 중국 문화대혁명을 소재로한 장예모 감독의 영화 ‘원 세컨드’가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철회됐다.  14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DW)는 베를린 영화제 기간에 예정된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원 세컨드’ 시사회와 출품이 돌연 취소됐다고 보도했...
  • 2019-02-15
  • 영화 ‘겨울왕국2’.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속편이 12월 개봉한다. 14일 수입배급사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아렌델 왕국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나선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의 모험...
  • 2019-02-15
  • 이동욱이 처음으로 유인나를 칭찬했다. 13일 밤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연출 박준화/극본 이명숙 최보림)에서는 오진심(유인나 분)을 칭찬하는 권정록(이동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권정록에 비서로 제대로 일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오진심은 기뻤지만, 로펌 비서의 업무량에 혀를 내둘렀다. 권정...
  • 2019-02-14
  •   류승룡은 등산보다 평탄한 길을 찬찬히 걷는 올레길을 선호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도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그의 연기와 겹치는 대목이다. 짐짓 심각한 척하지만 장난기가 비치는 저 웃음처럼. /이태경 기자 알맞은 두께의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배우 류승룡(49)은 선(線)을 지키면서 리듬을 탈 줄 안다. 최근 관...
  • 2019-02-13
  • '극한직업' 출연진이 무대인사 중 폭풍 눈물을 쏟았다. "이 사랑이 과분하다"는 이유다. 2월 1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무대인사에는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과 이병헌 감독이 참석했다. 드라마 촬영 스케줄로 인해 참석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던 이하...
  • 2019-02-12
  • 배우 정우성이 힘을 뺀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영화 '증인'(감독 이한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미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고 나온 ...
  • 2019-02-12
  • '동주'가 특별 상영회를 갖는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 제25회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제37회 청룡영화상 각본상, 신인남우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가 윤동주 시인 서거 74주기를 기념해 15일 오후 7시 30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동주'...
  • 2019-02-11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