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기능을 뛰어넘는다. 때와 장소에 맞춰 입는다는 원칙도 낡았다. 수영복과 외출복의 경계마저 무너지고 있다. 니트 조직으로 된 옷이나 얇은 면 티셔츠 같은 수영복까지 등장했다. 이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다. 수영복인지 일상복인지 속옷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스타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디슈트(bodysuit) 스타일의 원피스 수영복. 1980~1990년대 인기를 끌던 스타일로, 복고 트렌드를 타고 수영장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보디슈트는 당시 인기 미국 드라마 '베벌리힐스 90210'의 주인공 섀넌 도허티 등 청춘 스타들이 밑위 길이가 긴 청바지 안에 입고 등장해 유행시켰던 스타일. 바지 밑부분에 똑딱이 단추 등이 달려있어 입고 벗기에 편하다. 원래는 속옷의 한 종류로 분류됐지만 1986년 디자이너 도나 카란이 패션쇼 무대에 대거 선보이면서 치마나 바지 안에 입는 외출복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도 이효리, 김혜수 등이 화보를 통해 자주 시도했다. 탄탄하게 허리를 잡아주고 몸매를 유연하게 드러내는 장점이 있다. 최근 들어 화사나 청하 같은 몇몇 걸 그룹 멤버가 보디슈트와 비슷한 원피스 수영복을 청바지 안에 입고 등장하거나 긴 카디건인 로브(robe)를 평상시에 입으면서 일상을 해변처럼 바꿔놓고 있다.
수영복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여름 한철에 국한되지 않는다. 겨울철에 더운 나라에 가서 찍은 수영복 사진이나 수영복과 비슷한 트레이닝복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 사시사철 올라온다. 디자인 역시 1년 내내 입을 수 있는 것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디자이너 토리 버치가 이번 시즌 선보인 아이리스 원피스 수영복은 흰색 바탕에 커다란 수선화를 그려 자칫 속옷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SPF50의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보디슈트와의 차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손뜨개 형식인 크로셰 니트 소재의 모노키니 수영복과 바지 안에 입는 보디슈트형 수영복을 2018 봄여름 패션쇼에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모노키니는 원피스처럼 상하의 일체형이지만 등이나 허리 부분을 깊게 판 디자인이다.
1990년대 유행했던 러플(물결 주름), 땡땡이, 체크 패턴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배우 손예진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러플 장식이 들어간 체크 패턴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등장하면서 비슷한 스타일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국내 브랜드 지컷의 원피스 수영복은 기본형 스타일에 어깨 끈 부분에 러플 장식을 달아 귀여움을 강조했고, 비이커는 수영복 전문 브랜드 오프닝(5Pening)과의 협업으로 편안한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듯한 복고풍 체크 패턴 스타일을 선보였다.
코오롱FnC 헤드는 국내 브랜드 키리시와 손잡고 체리 무늬를 더해 수영장뿐만 아니라 운동할 때도 입을 수 있는 반바지 스타일 수영복으로 실용성을 강조했다. 기보라 지컷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실용성을 중시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선호하면서 수영복도 일상복과 곁들여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인기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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