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SKY캐슬’이 화려한 성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급 비주얼에도 어느 드라마보다 공감지수가 높은건 리얼리티 넘치는 인물 묘사 덕이다. 이영미 평론가는 “절대악·절대선을 배제하고 모두 다 이유있는 복합적·입체적 캐릭터 창조에 성공한 점이 보통의 드라마와 다른 미덕”이라고 평가했다. 완성도 높은 플롯을 위해 치밀하게 짜여진 조연들의 캐릭터 열전이 주인공 예서네 가족의 드라마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스타 캐스팅 없이도 아줌마·아저씨·아역 배우들이 맹활약하며 뻔하지 않은 캐릭터를 실감나게 구현한 공도 컸다.
전형적인 ‘캔디와 일라이자’ 구도로 볼 수 있는 혜나(김보라)와 예서(김혜윤)의 관계부터 클리셰를 벗어났다. 영악한 신데렐라 혜나는 ‘발암 캐릭터’로 욕을 먹은 반면 제멋대로이긴 해도 순수하고 솔직한 예서는 오히려 사랑받았다. 우주(찬희)네 가족도 일견 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한 ‘절대선’으로 보이지만, 되려 문제 한복판으로 말려들면서 사건을 확장시켜갈 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리얼리티를 더한다.
차교수(김병철·사진)도 정교하게 설정된 캐릭터다. ‘세탁소 집 아들’이라는 출신 콤플렉스를 품고 자신이 올라온 피라미드 조형물을 우상 숭배하는 ‘자수성가형 독재자’다. 쌍둥이 아들을 스터디룸에 가둬놓고 경쟁심을 자극하는 시대착오적 동기유발 공식에 집착하지만, 가족들이 끈질기게 일으키는 작은 혁명에 도전받는다. “아빤 식구들이 드글대는 방안에서도 전교 1등을 밥먹듯 했어. 니들은 이런 좋은 환경에서 뭐가 문제야?”라는 낡은 훈계가 시효가 지났음을 보여주는 의미다.
수한이(이유진)네 가족은 일견 유머 코드 전담팀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완급조절용으로 소모되는 병풍 캐릭터를 넘어선다. 맹목적인 사교육 광풍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는 등 나름 중요한 역할로 공감을 얻고 있다. “피라미드는 꼭대기가 아니라 (미라가 있는) 중간이 최고”라는 명언도 ‘60점짜리 아들’ 수한의 입에서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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