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의 첫 본격 국산 공상과학(SF) 영화인 '유랑지구'(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의 흥행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 영화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관제 언론이 연일 절찬하는 영화평을 실으면서 흥행몰이가 계속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역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제가 둔화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주를 무대로 중국이 지구를 구한다는 영화 줄거리가 중국인의 '대국 의식'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 굴기'로 한껏 기세가 오른 가운데 미국이 주도해온 SF 영화분야에서도 미국과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달 5일 개봉한 '유랑지구'의 흥행 수입은 17일 37억 위안(약 6천146억 원)을 돌파, 개봉 10여일만에 역대 흥행기록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인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 동포를 구출하는 내용의 애국적인 내용으로 흥행기록 역대 1위를 기록한 '잔랑2(戦狼)2'의 56억 위안(약 9천303억 원)에 육박하는 기세라고 아사히(朝日), 요미우리(讀賣) 등 일본 언론이 18일 전했다.
이 영화는 태양의 소멸에 직면한 인류가 지구째 태양계에서 탈출하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자 중국인 우주비행사가 지상부대 동료들과 힘을 합해 지구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세계인의 협력을 받으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줄거리다.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劉慈欣)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첫 SF 대작으로 대담한 상상력과 중국 다운 스토리 전개로 세계에 독특한 시각을 제시했다"고 격찬했다. 3D 작품으로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제작비 약 5천만 달러(약 562억 원)이 투입됐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박력있는 영상이 "헐리우드와 맞먹는다"(신화사 통신)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중국 국내 기업이 참여해 제작했다.
인밀일보 등은 민간이 만든 영화지만 "미국이 만든 '스타 워스'나 '에일리언' 등과는 다른 세계관을 그렸다"며 "앞으로 중국의 가치관을 표현한 작품이 다수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싣는 등 관제 미디어가 연일 격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인터넷에는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설정이 많다"는 등 비판적인 글로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영화평론가는 "중국인이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이 관중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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