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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포스터, 사진제공|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편파적인 한줄평 : 이럴 줄 알았으면 꽃다발만 보낼 걸.
두 눈을 의심했다. 정녕 극장에서 티켓값을 치르고 보는 영화가 맞나. 혹은 ‘연기꾸러기’들의 학예회에 잘못 초대된 건 아닐까.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이 상업콘텐츠라 하기엔 99% 부족한 매무새로 관객맞이를 마쳤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개최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조선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엄복동’(비)과 애국단의 얘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러나 짧은 줄거리가 주는 감동마저도 챙기지 못한 채 ‘삼류 영화’의 정답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어버렸다.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항일정신에 대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지금 우리가 밟은 이 땅이 존재하는 이유를 상기하고,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은 선열들을 재조명하는 뜻깊은 시기다.
이런 의미 있는 시간엔 잠시라도 편승하려는 부류가 생기길 마련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처럼 말이다. 만듦새나 배우들의 연기 모두 엉망이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큰 문제는 제로에 가까운 영화의 ‘진정성’때문이다. 117분 필름을 가만히 따라가노라면 민족의 뼈아픈 역사와 숭고한 애국심을 제멋대로 편집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자막에서 마치 자전차 경주 사건이 3.1운동의 근원인 것처럼 포장한 건 과오의 절정을 범한다. 역사에 대한 예의마저 느껴지질 않는다.
콘텐츠만으로 대해 봐도, 미덕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가수에서 배우로 잘 안착한 줄 알았던 비는 맥락 없는 감정 변화로 중심이 흔들리고, 이범수, 강소라, 민효린 등은 그 내공을 의심케하는 연기력으로 관객에게 민망함을 안긴다. 이쯤 되니 오히려 제 몫을 한 김희원, 고창석 등이 튈 지경이다. 이들의 앙상블을 지휘하지 못한 감독의 책임인지, 캐릭터 해석을 못한 배우의 탓인지 알 수는 없다.
감각 없는 편집과 색감 조절, 선곡, CG 효과 하나까지도 빼놓을 수 없는 ‘학예회 군단’이다. 게다가 흐름에 방해되는 장면 하나가 잘못 삽입돼 헛웃음마저 유발한다. 피가 흥건한 다리가 1초도 안돼 갑자기 말끔해졌다가, 다시 피로 범벅되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언론시사회 이후 수정되겠지만, 아마추어도 범하지 않을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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