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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나이틀리]
캐리비안의 해적·오만과 편견 등 스크린서 강인한 여성을 대변
"센 척 안 해요. 난 그냥 타고났으니까."
지난달 말 개봉한 '콜레트'(감독 워시 웨스트모어랜드)는 배우 키라 나이틀리(34)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영화다. 남편 이름으로 대신 소설을 써주면서 살았으나 훗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여성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1873~1954년)의 실화를 담은 작품. 나이틀리는 이 영화에서 순진한 프랑스 시골 처녀였으나 점차 다부지고 자의식 강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콜레트를 연기한다.
코르셋을 입고 드레스를 걸쳤던 콜레트는 삶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코르셋을 벗고 바지도 입는다. 콜레트는 나이틀리의 실제 모습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배우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지나치게 말랐다" "턱이 각졌다" "스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나이틀리는 그의 신체조건과 영국식 악센트를 무기 삼아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슈팅 라이크 베컴' '러브 액츄얼리'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니나' '비긴 어게인' '콜레트'까지. 어느덧 나이틀리는 코르셋이 필요 없는 여성, 남성에게 아부하지 않는 여성을 스크린에서 대변하는 배우가 됐다.
강인한 여성의 초상
나이틀리는 열네 살이던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아미달라 여왕으로 출연했다. 이전 시리즈에서 아미달라 여왕으로 나왔던 내털리 포트먼과 닮았다는 이유로 캐스팅됐다. 초창기엔 '내털리 포트먼 닮은꼴'로 주목받았지만, 점차 나이틀리는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낸다. 2002년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그는 남자 친구와의 로맨스보다 소녀들과의 의리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줄리스를 연기했다. 짧은 머리를 치켜올리고 축구공을 몰며 내달리는 소녀 나이틀리는 빼어나게 강렬했다. 이후 '캐리비안의 해적' '킹 아더'를 거치며 몸싸움 잘하고 활 잘 쏘는 여전사 이미지를 심었고, 스무 살엔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 '오만과 편견'에 출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어톤먼트' '안나 카레니나' '비긴 어게인'을 거치며 그는 다시 성장한다. 코르셋을 입는 시대극에 자주 출연했지만, 그는 여성을 옥죄는 세상의 편견에 연연하지 않는 주인공을 표현해왔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거의 모든 역할에서 여성성이라는 사각틀의 이미지를 부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세상은 여전히 여성에게 예쁘면서도 너무 예쁘지는 말고, 섹시하면서도 너무 섹시하지는 말라고, 성공하되 또 너무 성공하지는 말라고 말하죠. 저는 그냥 일하고 싶고 친구를 사귀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미국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최근 출연해선 "다섯 살 난 딸아이에게 '신데렐라'나 '인어공주' 같은 만화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왕자를 통해 새 인생을 찾는 공주 이야기는 딸아이가 자라 스스로 성 편견 없이 판단할 수 있을 때 봐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내 얼굴을 포토샵하지 말라"
나이틀리는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할 때 자신의 얼굴을 포토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한 럭셔리 브랜드가 그의 납작한 가슴을 수정한 광고사진을 내놨을 때 그는 격분했다. "난 나의 민얼굴과 맨발, 납작한 가슴을 사랑한다. 억지로 꾸미는 것은 거짓이나 다름없다." 나이틀리는 또 말했다. "나는 완벽한 얼굴엔 별 흥미를 못 느낀다. 인간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으니까." 그의 불완전한 얼굴은 지금 이 순간도 흠 잡을 데 없는 여성의 미소를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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