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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페달이 아직 발에 닿지 않은 열 살 소년 건호. 앞이 보이지 않지만, 독주회까지 마친 천재 피아니스트다.
발달장애가 있는 스물다섯 심환 씨는 수준급 기타 연주 실력을 지녔다. 말끝마다 '가제트' '타마마' '진달래' 같은 셀프 애칭을 붙여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시각장애인 최초로 서울예고를 졸업한 천재 첼리스트 김민주(21) 씨, 눈에 보이지 않은 악보를 통째로 외우는 절대음감 기타리스트 허 지연(30)씨.
이들은 모두 '뷰티플 마인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플 마인드'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뷰티플 마인드' 단원들이 장애를 딛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뮤지션 꿈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담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배움과 익힘의 속도, 사람과 관계 맺는 속도가 제각각 다른 이들이 각자의 악기로 점차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음악이 삶의 전부인 이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며 때때로 좌절하고, 중간 평가나 공연을 앞두고서는 긴장한다.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오랜 연습 끝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쏟아질 때, 이들의 얼굴은 기쁨에 들떠 한껏 상기된다.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 눈에도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영화는 부모들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숨은 뒷바라지와 함께 자녀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됐을 때의 심정,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여전히 아파하는 마음 등을 절절하게 전한다. 한 부모는 성인이 된 아들이 지하철에서 아이처럼 말하자, 휴대전화를 보던 승객들이 일제히 쳐다봤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또 다른 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비하하는 말을 듣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당신도 저런 아이를 낳을 수 있어요"라며 악담한 일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래도 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우리 아이가 가족을 결속하게 만드는 축복의 통로"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잠재된 재능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준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다독이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우리가 함께하는 게 진짜 잘하는 거야. 소리를 맞춰 가는 것, 서로의 소리를 듣고 가는 것, 이걸 잊으면 안돼" 한 교사의 가르침이다.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고 류장하 감독과 손미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류 감독 데뷔작은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다. 탄광촌에서 브라스밴드를 지도하게 된 선생님과 아이들을 다룬 극영화로, 류 감독은 운명처럼 시작도 끝도 음악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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