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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소변은 통과했지만 다리털에 덜미잡힌 이유는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29일 06시27분    조회: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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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모·염색·사우나하면 마약 흔적 사라져?…전문가 6명에 물어보니

전문가들 "모두 헛소문…완전범죄는 불가능" 

‘소변 간이 검사’선 음성→‘모발 정밀검사’선 ‘양성’ 왜?

마약 양성 반응만으론 ‘유죄’ 아냐…뒷받침 물증 필수

가수 박유천(33·구속)이 지난 10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결코 마약을 투약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옛 연인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구속)씨에게 마약을 권유한 연예인 A씨로 지목된 상황이었다. 엿새 뒤인 16일 경찰이 박유천의 ‘신체’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당시 박유천은 눈썹과 다리털을 제외하고 겨드랑이, 가슴 등 체모(體毛) 대부분을 없애는 시술을 받은 상태였다. 머리카락도 염색했다. 제모·염색을 두고 마약 투약 흔적을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유천은 소면 간이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모발 정밀검사 결과에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고, 결국 구속됐다.


가수 박유천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유천은 이후 마약 정밀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고, 26일 구속됐다./연합뉴스
이달 초 필로폰 투약 혐의를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0)씨는 2017년과 2018년엔 삭발과 염색,제모 등 수법으로 마약 성분 검사를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번엔 하씨도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유명인 마약 사건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제모와 염색, 삭발은 얼마나 마약의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 사우나도 마약 성분 검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마약 수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마약 검사’에 대해 전문가 6명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모두 다 헛소문, 결국 잡아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①박유천은 왜 소변검사에선 음성, 모발검사에선 양성이 나왔을까

마약 관련 수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간이 시약 검사’와 ‘정밀 검사’다. 간이 시약 검사는 ‘소변검사’를 뜻한다. 통상 하루면 검사 결과가 통보되기 때문에, 경찰은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피의자를 소환 조사할 때 우선 간이 시약 검사를 한다. 간이 시약 검사로도 마약 음성·양성 판정뿐만 아니라 특정 성분이 평균치보다 높게 검출됐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이었던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모든 마약류는 소변으로 예비검사를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변의 배설기간(2~3일) 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달전에 투약한 경우는 소변 검사만으로 잡아내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대마초는 길게 잡아도 한 달이면 소변에서 투약 흔적이 사라지고, 필로폰 성분도 일주일이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마약수사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간이 검사’이기 때문에 정밀 검사가 필수"라며 "간이검사는 추가 압수수색 등을 위한 기초 자료 정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②체모 채취, 머리부터 발 끝까지

박유천은 간이검사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국과수의 정밀 검사에선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정밀검사’의 시료는 주로 모발(毛髮)이다. 혈관을 통해 돌아다니던 마약 잔류 물질이 모세혈관을 통해 모발에 들어간 뒤 빠져나오지 못하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밀 검사를 위해 통상 머리카락 50올 이상을 확보한다. 대개 조사자에게 임의제출 형식으로 모발을 받는다. 거부하더라도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직접 채취할 수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통상 정밀 검사 결과는 일주일 내외에 나온다. 하지만 표본이 본인의 것과 맞는지를 살피기 위해 유전자 검사 등을 추가로 병행하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검찰과 경찰 등 의뢰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약 2~3주정도 소요된다.

정밀 검사로는 장기간의 마약 투약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필로폰과 엑스터시, 대마 등은 통한 최근 6~8개월까지 투약했을 경우에도 적발할 수 있다. 털의 길이에 따라 최대 1년이 넘는 기간까지 마약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 특히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2013년부터는 프로포폴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도 정밀 검사로 가려낼 수 있게 됐다.

투약 시점도 추정할 수 있다. 성인 머리카락은 보통 한 달에 1㎝씩가량 자란다. 예를 들어 모근에서 3㎝ 떨어진 지점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되면 석 달 전에 투약했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다만 인권(人權) 문제로 ‘뽑는 경우’는 거의 없고, 머리카락의 뿌리인 모근(毛根)에 가깝게 자른다.

보통 정밀검사엔 머리카락과 음모(陰毛)를 많이 사용한다. 모발이 굵을수록 검출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눈썹이나 다리털 등 다른 부위의 체모로도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최근 경찰에 적발된 50대 마약 사범은 전신 털을 제모하고 1cm가량의 짧은 머리를 염색하며 수사망을 피해 가려고 했다가 눈썹 탓에 투약이 들통났다. 경찰이 눈썹 200여수를 뽑아 필로폰 양성 반응을 확인한 것이다. 항문 주변 털로 마약 투약을 잡아낸 예도 있다고 한다. 박유천도 다리털에서 양성 반응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씨가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석방돼 수원남부경찰서를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③"마약 수사 ‘털’이 전부 아니다"

제모나 염색 때문에 적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방송인 하일씨는 2017년 7월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2018년 3월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머리카락을 삭발하고 전신(全身)을 제모해 경찰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압수수색에서도 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모두 불기소로 종결됐다.

이럴 때는 ‘모근 세포’를 토대로 검사해 적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마약 검사를 반드시 ‘털’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손톱이나 발톱, 땀이나 날숨 등을 통해서도 마약을 검출할 수 있다"며 "작은 양이기 때문에 감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지, (제모나 염색만으로) 완전 범죄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사우나와 링거 등을 회피 수단으로 꼽기도 한다. 사우나는 큰 효과가 없고, 링거 등의 약물 역시 특정 농도를 확대해 헛갈리게할 뿐, 증거를 감추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④마약 검사 ‘양성’은 유죄?

박유천은 정밀감정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투약 혐의는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필로폰이 체내에 들어가 국과수 검사에서 검출됐는지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마약은 안 한 것을 맞는데 다른 이유로 필로폰 성분이 몸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약 사건에서 검사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반드시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필로폰 성분은 드물지만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기도 하고, 감기약 등을 먹었을 때 검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마초 역시 직접 태우지 않고 간접 흡연만으로도 머리카락에서 성분이 나올 수 있다.

법무법인 진실의 박진실 마약전문 변호사는 "마약 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것은 약물이 몸에 들어왔다는 의미이지, 실제로 어디서 의도적으로 투약했는지를 증명할 수는 없다"며 "마약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도 다른 증거가 부족하면 재판에서 ‘무죄’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피의자 중 필로폰 복용자와 술잔을 바꿔 마셨거나 대마초 흡연자 옆에 장시간 있어 마약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가, 다른 증거가 없어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 경우도 있다. 경찰이 마약 수사에서 계좌 송금내역이나 CCTV 영상, 주사기나 신체의 주사자국 등의 다른 물증(物證)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마약 분석 담당 의사는 "마약 검사 회피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아,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국과수 등 한국의 마약 검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검사를 피할 방법을 생각하지 말고, 속 편히 마약을 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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