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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찾아 전전하는 전과자 흑인과 펜트하우스에 고립된 외톨이 백인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두 남자가 살아온 인생은 푸치니의 오페라와 ‘솔의 여왕’ 어리사 프랭클린의 노래만큼이나 길고 깊은 간극이 있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업사이드’는 국내에서 2012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배경을 뉴욕으로 옮겨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프랑스 원작에서는 가난한 흑인 드리스와 저택에 사는 백인 교수 필립의 동거를 특유의 프랑스식 유머로 그렸다.
아들과 아내를 부양해야 하는 가장 ‘델’(케빈 하트)은 우연한 기회에 파크애비뉴의 대저택에 사는 백만장자인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턴)의 ‘생활 보조인’으로 취업한다. ‘생활 보조인’이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얼굴을 제외한 전신이 모두 마비된 필립의 24시간을 돕는 일. 닮은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두 남자의 동거에 누군가를 도와본 적이 없는 델이 벌이는 소동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하지만 필립은 가식 없이 자신을 대하는 델 덕분에 사고 이후 처음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아닌, 그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델이 필립의 책을 훔치는 에피소드나 필립의 비서 이본(니콜 키드먼)의 캐릭터 등 원작과 다른 설정이 ‘양념’처럼 추가됐지만 영화는 가난한 흑인과 부유하지만 외로운 백인 사이의 우정이라는 원작의 플롯을 안전하게 그대로 따라간다. 원작의 유머와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감독의 밋밋한 재해석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욕판 ‘델-필립’ 콤비가 선보이는 연기의 합이 또 다른 보는 맛을 선사한다. ‘브레이킹 배드’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네 차례나 수상한 바로 그 크랜스턴은 표정 연기 하나만으로 무기력한 식물처럼 살아가다가 델과의 동거로 생기를 되찾는 필립을 그만의 방식으로 연기한다. 하트 역시 프랑스 버전과 또 다른 꾸밈없는 매력을 선보인다.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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