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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병역 회피 논란으로 입국을 금지당했던 가수 유승준씨(42)가 한국 땅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유씨 측이 패소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유씨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정부 결정의 절차와 내용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병역을 회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할 행동이지만 유씨가 소송을 제기한 2015년을 기준으로 13년 7개월간 유씨의 입국을 금지한 것은 지나친 처벌이란 입장도 밝혔다.
유씨의 변호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씨의 가족들 모두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듣고 울음바다가 됐다”며 “1·2심에서 모두 패소해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유씨는 여전히 자신의 결정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에 입국하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입장을 표하고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2015년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뒤 법무법인 광장과 세종을 통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이날 선고에서 2015년LA총영사관이 13년 전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 결정만을 근거로 유씨 측에 전화로 처분결과를 통보한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전화가 아닌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야 했고 실제 유씨가 비자발급거부의 대상인지를 현행 법률과 원칙에 따라 따져보지 않은 것도 ‘재량권 불행사의 하자’로 위법하다고 봤다. 당시 상황과 법률을 고려하지 않고 2002년 법무부 장관의 결정만을 근거로 유씨의 비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또한 유씨의 비자발급 거부의 요건으로 2015년 당시 재외동포법과 출입국관리법을 언급하며 유씨에 대한 제재처분이 비례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유씨의 행위에 비해 처벌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외동포체류자격의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 유씨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의 나이가 38세였으니 입국 허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상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5년간 입국을 제한할 뿐”이라며 유씨의 입국금지 결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올)은 “특정인에 대한 권리를 박탈할 때는 매우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 법적 원칙에 맞다”며 “이미 유씨의 입국이 금지된 지 17년이 지나 현행법상으론 입국을 거부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선고는 비자 발급 거부에 국한되지만 대법원이 재외동포법까지 거론하며 사실상 정부의 입국금지결정에 대한 위법성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의 말대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비자 발급 거부’의 법리에만 제한된 것이다. 2002년 당시 병무청의 요청으로 법무부장관이 결정했던 입국금지결정에 당장 영향을 미칠지는 따져봐야 한다.
법무부와 병무청 관계자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고등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은 뒤 유씨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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