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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靈賓) 전용 호텔 델루나에 호텔리어 구찬성(여진구)이 지배인으로 근무하며, 심술궂은 사장 장만월(아이유)과 함께 특별한 영혼 손님들에게 특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달 13일부터 방영 중인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시놉시스의 일부다. 이 드라마는 방영 전인 올 초부터 일본 만화 ‘우세모노 여관’(2016년)과 소재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화의 주인공인 사키는 죽은 자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숙소를 운영하고, 이들을 안내하는 유코의 하수인 마츠우라는 인간임에도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tvN은 ‘호텔 델루나’가 “2013년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가 집필한 SBS ‘주군의 태양’의 초기 기획안”이라고 밝혀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모호한 존재 장만월이 술과 음식, 패션에 관심이 많고 구찬성을 골려 먹는 괴팍한 성격이라는 설정은 2003년 연재된 일본 만화 ‘XXX 홀릭’을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이 만화에서도 주인공 유코가 죽은 이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상점을 운영한다.
이에 대해 “원혼 소재는 기존 작품에서 흔히 반복된 ‘클리셰’다. 인기 있는 드라마에 대한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첨예하게 맞선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는 미국 영화 ‘미스 슬로운’(2016년)과 플롯이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 작가 커뮤니티에선 포털업계(‘검블유’)와 로비업계(‘미스 슬로운’)라는 소재만 다를 뿐, 청문회 오프닝 장면이나 일부 대사가 “리메이크 수준”이라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국내 드라마가 외국 작품과 기본 콘셉트나 구성에서 유사한 것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엔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이 일본 드라마 ‘아름다운 사람’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논란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전 제작이 정착되지 않은 드라마 제작 구조상 각본 수정이 가능해 논란을 비켜 가거나 표절 의혹 대상이 외국 콘텐츠인 경우 송사에 휘말릴 확률도 적어 객관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원작자는 각본의 대사나 장면 등 실질적인 유사성을 입증해야 하고, 이마저도 수많은 콘텐츠에서 다뤄진 ‘아이디어’가 아니라 창작자의 고유 영역인 ‘표현’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5년간 진행됐던 MBC ‘선덕여왕’과 뮤지컬 ‘무궁화 여왕 선덕’의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처럼, 표현과 아이디어의 경계를 두고 기나긴 법적 다툼도 잦다.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원작자(원고)가 승소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지만 최근엔 예능 포맷처럼 기존엔 ‘아이디어’로 여겨진 부분들이 ‘표현’으로 인정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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