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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보고 궁금했던 이야기… 각본집에 다 있네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9월10일 04시50분    조회: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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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좋아하는 작품의 소소한 촬영 뒷이야기, 시나리오와 미묘하게 다른 실제 영상,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영화를 완벽히 구현해낸 각본집 표지. 

최근 출간되는 영화 각본집, 드라마 대본집은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나리오라는 하나의 문학 장르를 책으로 출판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촬영 후기는 물론이고 인터뷰와 평론, 대담, 스토리보드까지 담긴 종합선물세트 격이다. 

이달 출간을 앞두고 지난달 말 사전예약을 받은 영화 ‘기생충’ 각본집은 예약판매 첫 주 예스24 베스트셀러 순위 20위에 올랐다. 올해 초 영화 후반 작업이 한창일 때 제작 논의를 시작한 각본집에는 시나리오뿐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보드와 영화 스틸, 드로잉까지 담겼다. 영화 촬영보다는 각본 작업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도 포함했다. 



‘만화광’ 봉 감독은 아이패드로 직접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에도 그의 스토리보드 일부가 책으로 나온 적이 있지만, 영화 한 편의 전체 분량이 실린 건 이번이 처음. 영화 장면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출판으로 남기는 게 의미 있다는 봉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봉테일’답게 시나리오의 오타나 구어체까지 원본대로 실어 독자가 읽기 불편하더라도 제작 당시의 현장감을 그대로 느꼈으면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개봉과 함께 출간한 영화 ‘벌새’의 각본집은 제작 단계부터 김보라 감독과 논의한 결과물이다. 본래 3시간 반 분량이던 영화는 2시간 반으로 편집했지만 각본에는 삭제한 장면을 모두 포함했다. ‘여성 서사’를 훌륭하게 구현한 작품이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학자 정희진, 소설가 최은영 등의 감상도 실었다. 각본집 말미에는 영화 성 평등 테스트인 ‘벡델 테스트’를 만든 미국 그래픽 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과 김 감독의 대담이 약 60쪽 분량으로 실렸다. 출판사 아르테의 김지은 편집자는 “여중생의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포괄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 단계부터 단순한 각본집이 아니라 다양한 필진을 추가해 사회적인 문제를 짚어내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본집의 주요 구매자들은 영화 팬들, 특히 ‘N차 관람’(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을 하는 열성 팬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만족할 만한 부가가치를 더하려는 편집자들의 고민도 깊다. 기생충 담당 편집자인 플레인 아카이브 임유청 팀장은 “영화 ‘캐롤’의 블루레이 제작 당시 비매품으로 각본의 번역판을 추가했는데, 금방 품절될 정도로 팬들이 소장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각본집은 단순히 시나리오만 인쇄하는 게 아니다. 팬들의 마음을 고려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특수 소재로 표지를 만드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역시 두꺼운 팬층을 거느린 작가들 중심으로 대본집 소장 움직임이 꾸준하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과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나 디테일한 대본으로 영상과 비교해 읽는 맛이 있는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 등이 인기가 높다.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정현정 작가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대본집에도 방송 엔딩에 등장한 ‘꼬리말’을 충실히 담아 화제가 됐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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