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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케이블채널 엠넷의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수사 대상에 오른 한 연예기획사가 10만 개가 넘는 ID를 동원해 온라인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왔다. 시청자 1명이 하루에 한 차례만 투표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방식인데, 이 연예기획사는 다수의 차명 ID로 소속 연습생의 득표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A연예기획사에서 일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6년 3월 이 회사 간부가 사무직 직원과 매니저, 연습생을 불러 모은 뒤 프로듀스 시리즈 시즌1에 해당하는 ‘프로듀스 101’ 출연자에게 투표하는 데 필요한 ID와 비밀번호가 정리된 자료를 나눠줬다고 한다. 같은 해 1∼4월 방영된 ‘프로듀스 101’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투표로 최종 11명의 아이돌 연습생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문자 투표는 마지막 생방송에서만 진행됐다.
기획사 간부는 나눠준 ID로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소속 연습생 2명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일과 시간에는 사무직 직원들이, 밤에는 연습생과 매니저 등이 투표에 동원됐다. 이 회사의 연습생이었던 B 씨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하루에 할당된 투표량을 다 채울 때까지는 집에도 가지 못하게 했다”며 “온라인 투표가 시작되는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매일 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투표를 지시한 간부가 ‘다음 시즌에는 너가 (조작 투표의) 보상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투표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프로듀스 101’에 참가한 이 회사 소속 연습생 2명 중 한 명은 최종 11명에 선발됐다.
투표를 하는 데 사용된 ID는 한 사람당 하루 평균 1400개 정도였다고 한다. 이 회사 연습생이었던 C 씨는 “간부가 처음엔 몇만 개를 나눠줬는데 며칠 뒤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추가로 더 가져온 ID가 10만 개가 넘었다”며 “우리가 그런 식으로 투표를 하지 않았더라면 최종 11명에 뽑힌 연습생은 데뷔를 못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C 씨는 “참다못한 연습생들이 간부에게 문제 제기를 하자 증거를 없애려고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우리를 사무실에 가두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회사는 사무실 컴퓨터에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1일 연예기획사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는데 A사도 포함됐었다.
이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다수의 ID를 동원한 투표 결과 조작과 관련해 17일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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