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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기대작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12일 첫 방송을 앞두고 공개한 예고 영상에는 낯설면서도 신선한 얼굴이 보인다. 여주인공 송화 역을 맡은 전미도 얘기다. 공연 애호가라면 바로 알아봤을 전미도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연극·뮤지컬 분야에서 각광받아온 14년차 배우다. 과거 뮤지컬 ‘베르테르’로 호흡을 맞췄던 고선웅 연출가 겸 극작가는 2일 전미도를 “무대에서 군살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흔치 않은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히트시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신작이다. 신 PD는 앞서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과거 작품에서 라미란 박호산 박해수 등 연극계 베테랑들을 대거 기용해 이들을 스타덤에 올렸다. 이뿐 아니다. 이정은 유재명 김선영 진선규 손종학 서이숙 최무성 등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는 배우들이 바로 무대 출신이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던 배우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한층 거세지고 있는데, 콘텐츠 제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영상 시장의 현황이 반영된 결과다.
야구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전력분석팀장 유경택 역의 배우 김도현 역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22년 차 배우다. ‘돈주앙’ ‘페스트’ 등 다수 뮤지컬의 주역을 거친 그는 비슷한 시기 KBS 2TV ‘99억의 여자’에서 야심가 서민규 역으로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군 표치수 역으로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양경원도 20대 후반부터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지난달 25일 27.1%(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화려하게 끝맺은 ‘낭만닥터 김사부2’(SBS)에서 사사건건 김사부(한석규)를 괴롭히던 박민국 역을 소화한 김주헌도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지난해 tvN 드라마 ‘남자친구’를 통해 브라운관으로 발을 넓힌 경우다.
요즘 드라마는 주인공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조명하는 추세다. 게다가 국내외 OTT 플랫폼은 물론 IT 기업들까지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한해에 100편 넘는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개성 있고 실력 있는 배우들을 발굴하는 게 중요해졌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방송사 공채 탤런트 제도가 사라지고 단막극 프로그램도 사라지면서 인재 풀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이때부터 많은 무대 출신의 배우가 관록 있는 연기로 드라마를 지탱해줬고, 지금까지도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찬찬히 살펴보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무대 출신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근래 종영한 작품들에서는 정인겸(‘닥터 프리즈너’), 김종수(‘배가본드’), 김홍파 진경(‘낭만닥터 김사부2’)이 있었다. 박수영(‘하이에나’), 김신록(‘방법’), 이봉련(‘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 베테랑들도 현재 방영 중인 인기작들에 출연해 극 완성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정교한 발성과 움직임, 다양한 캐릭터 해석 능력이 무대 출신 배우들의 장기로 꼽힌다. 컷 단위로 촬영하는 영상 콘텐츠에서는 배우기 힘든 긴 호흡의 연기 역시 탁월하다. 고선웅 연출가는 “2~3달에 걸쳐 몰입하고 꼼꼼하게 인물을 만들어 나가는 게 무대 공연”이라며 “처음에는 순발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매체 특징을 익히면 몸에 녹아든 기본기들이 배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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