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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배우 신현빈은 유명 배우라기보다는 ‘성실한 배우’이다. 기본 연기력과 함께 배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신뢰감이 느껴졌다. 배우에게 ‘약속’이란 단순히 콜 시간을 잘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배우가 연기를 준비해 오는 약속, 상대 배우 및 스태프와의 합의된 약속 등을 잘 지키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약속도 ‘성실함’에 포함되는 말이기에 ‘성실한 배우’로 가고자 한다는 배우 신현빈을 만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대한 작품 이야기와 함께 우직하게 연기자의 길을 걸어가게 하는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방가방가’(2010)을 통해 스크린 데뷔 이후, 드라마 ‘추리의 여왕’ ‘아르곤’ ‘자백’, 영화 ‘공조’, ‘변산’, ‘클로젯’, ‘PMC: 더 벙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을 선보여온 신현빈이 빚더미에 앉은 주부이자 가정폭력에 내몰린 위태로운 여인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단아함’이란 그의 매력을 벗어던지자, ‘위태로움’의 스펙트럼이 다채롭게 뻗어나왔다. 영화 속 캐릭터가 다 절박한 상황이 있고 돈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어떻게 사람이 짐승으로 변해가는지 잘 보이는 영화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끈적하게 꿈틀대는 다양한 캐릭터들속에서, 극중 주식투자 실패라는 한 순간의 실수로 가정이 무너지고 불행의 늪에 빠져버린 주부 ‘미란’ 역을 맡았다.
신현빈은 미란을 “위태로운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남편 재훈(김준한 분)에게 시시때때로 모욕을 당하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자신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인 연희(전도연 분)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그의 도움을 선의로 받아들여 마치 ‘내 인생의 구원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미란 인생은 연희를 만나면서부터 희망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신현빈은 “미란에게 연희는 동경의 대상이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 해결해주는 해결사 같은 사람이란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영화 구조적으로 미란과 연희가 연결되는 지점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그만큼 연희에 대한 미란의 감정선과 둘의 관계 변화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미란이 연희에게 바통을 넘기고 연희가 영화의 끝으로 달려가는 구조 안에서 제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고민 역시 크게 다가왔었죠. 영화의 완성본을 다 보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연희가 미란에게만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점이죠. 100 프로 진실을 말하진 안했을지라도 절대 거짓말을 하진 않았어요. 미란 입장에선 연희를 의심할 수 없고, 절박한 상황에서 의심없이 연희의 호의를 붙잡고 가요. 따져보니, 논리적으로 봤을 때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처럼 ‘저 언니, 믿어도 되는 언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도연과의 만남은 신현빈에게 위대한 경험으로 자리했다. 전도연이 현장을 대하는 태도, 집중력 등을 보면서, “작은 배려들이 제겐 크게 느껴졌고, ’더 열심히 치열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현빈이 어떻게 해서든 잡고 싶은 ‘지푸라기’는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간절함과 맞닿아 있었다. 그런 간절함이 있었기에 인물이 살아움직일 수 있었다.
“이 장면만 잘 해낼 수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배우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이나 저를 찾아왔어요. 영화를 보시고 ’미란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그게 배우에게 가장 큰 칭찬이 아닐까 싶어요. “
‘왜 난 연기를 하는 걸까’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보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계속 좋기만 하거나 계속 힘들기만 하면 오히려 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니 그 안에서 계속 갈 수 있는 것 같다”는 답을 내 놓았다.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찾아오는 ‘배우’라는 길 앞에서, 신현빈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리고 왜 배우들이 자기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냉정해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누군가는 배우들이 예민해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제가 보기엔 ‘자기 자신이 드러나는 일’을 하기에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자신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더 까다로워지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힘들면서도 매력적인 점이 자기 자신을 최대한 없애고, 다른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이죠. 그럼에도 촬영하는 순간엔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해요. 그게 어렵기에 그렇게 노력을 하지만, 경계가 무너질 때도 있어요. 그런 과정을 늘 거치기에 저 스스로를 궁금하게 하고 기대하게 하고 또 괴롭게 하는 것 같아요. 배우들이 만족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그 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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