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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홀로 남겨진다면…□ 신연희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0월29일 08시58분    조회: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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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세상 엿보다-《그래비티》

우주에 홀로 남겨진다면…□ 신연희



산드라 블록 주연의 《그래비티》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을 알린다.

‘지구 상공 600킬로메터, 기온은 섭씨 125도와 령하 100도를 오르내린다. 매개체가 없어 소리도 없으며 기압도, 산소도 없다. 우주에서 생존은 불가능하다.’

영화는 가상의 우주왕복선 임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이언 스톤 박사는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에 탑승해 첫번째 우주왕복선 임무를 수행하는 의공학자이다. 직책은 우주에서 직접 임무를 수행하는 미션 스페셜리트이다.

영화는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 형식을 취해 멀리서부터 통신내용과 함께 익스폴러가 천천히 다가오는 화면으로 시작된다. 로련한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가 본인의 마지막 임무를 직접 지휘하며 동행한다. 미션 사령관인 코왈스키는 우주 유영을 하면서 휴스톤에 위치한 나사존슨 우주쎈터와 여유롭게 잡담을 나눈다.

라이언 스톤이 허블 우주망원경 패널을 수리하고 항공엔지니어 사리프도 유영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우주쎈터가 “로씨야에서 미사일을 보내 인공위성을 폭파시켰다”는 소식을 전하지만 량측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우주쎈터는 “위성 폭파로 우주 쓰레기가 발생했으나 궤도가 다르다.”고 그들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우주 쓰레기는 곧 다른 인공위성들과 충돌하며 련쇄효과를 일으키고 위험 상황임을 감지한 우주쎈터는 임무를 취소하고 긴급 귀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라이언이 하던 일을 마저 마치겠다고 고집부리며 시간을 지체하는 동안 휴스톤에서 알려준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우주 쓰레기 파편들이 그들을 덮친다. 파편들의 충돌로 라이언은 우주왕복선으로부터 튕겨나간다. 혼자 텅 빈 공간에서 회전하며 멀리 떨어져 나가고 해가 진 지구쪽으로 가는 바람에 어두워 앞뒤 구분을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방위각과 손전등 불빛을 리용해 코왈스키와 통신에 성공한다.

영화의 초반 20여분은 이 영화의 모든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가 많다. 가장 긴 것은 오프닝 부분의 12분 20초짜리이다. 나중에 소유즈 캡슐 내부에 갇혀 완전히 고립된 스톤 박사의 모습을 담은 신은 10분 40초, 그외에도 중간중간 3, 4 분 가량 되는 신들이 많다. 이 장면들은 우주의 무한함을 간접적으로 체감하고 화면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완급을 조절하는 감각적인 편집 덕에 화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많은 영화에서 우주 유영 신이 등장했지만 이 영화의 력동감은 단연 발군이다. 온갖 노력 끝에 코왈스키는 우주 유영 장비로 스톤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심시킨 뒤 량쪽의 우주복을 케이블로 련결하고 다시 우주 왕복선으로 돌아오면서 샤리프의 시신을 회수한다. 우주 왕복선 내부의 승무원들은 왕복선이 파괴되면서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로출돼 동사한 상태였다.

우주 천체 관련 용어 가운데‘케슬러 증후군’이라고 있다. 인공위성 등 ‘우주 쓰레기’에 맞아 파괴된 위성에서 파편이 발생해 또다른 위성을 위협하는 련쇄폭발의 악순환을 이르는 용어이다.

이 같은 우주 쓰레기의 위협과 케슬러 증후군의 면모를 잘 보여준 이 영화는 세계 최고의 흥행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사상 최고의 우주 영화”라고 극찬한 영화이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감독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촬영상, 편집상 등 총 7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는 ‘실감나게 보여주겠다’는 목적에 충실한 영화이다. 심플한 플롯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사건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공허한 우주공간에 홀로 남겨진 공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관람을 넘어 ‘우주 미아’라는 외롭고 끔찍한 죽음에 대한 섬뜩한 체험이 가능한 것이다.

메가폰을 잡은 알폰소 쿠아론은 메히꼬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감독이다. 각본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아들인 요나스 쿠아론이 같이 썼다. 제작 당시에는 워너브라더스 경영진으로부터 스토리 수정요구를 받기도 했다. 라이언 스톤의 과거에 대한 플래시백, 긴박하게 돌아가는 휴스톤 관제쎈터, 스톤박사와 나사 직원과의 로맨스 등 지구에서의 상황을 넣으라는 압력이였다. 그러나 쿠아론 감독은 이를 모두 거부했고 지금의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스토리를 완수했다.

아래에 영화의 명대사, 명장면을 적는다.

천신만고 끝에 국제우주정거장으로부터 소유즈를 분리하는데 성공한 라이언 스톤은 중국 우주정거장 천궁으로 향할 연료가 없음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그녀는 우주쎈터와 련결을 시도해보지만 지구에 있는 ‘아닌강’이라는 이름의 그린란드 아마추어 통신가와 련락이 닿을 뿐이다. 결국 아닌강 아기의 옹알이 그리고 그의 웃음소리와 자장가를 들으며 산소농도를 낮추고 가슴에 손을 모은 채 죽음을 기다린다.

라이언 스톤: 나도 알아,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누구나 그걸 알고 있지. 하지만 난 오늘 죽을 거야. 우습군… 죽을 거라는 걸 알다니. 하지만 문제는 너무 두렵다는 거야. 정말 무서워. 아무도 나를 애도하지 않을 거고 아무도 내 령혼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나를 애도해주겠어? 당신이 날 위해 기도해주겠어? 너무 늦었는지도… 나 자신을 위해 뭔가 말을 하고픈데 나는 평생 기도를 해본적이 없어. 아무도 내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어…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질…

사람을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하려는 라이언과 새 생명을 상징하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대조되는 신이다. 적막하고 무한한 우주 한 가운데서 극도의 고독과 공포 속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의 고통이 여실히 표현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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